아이돌 그룹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는 팬덤이다. 매년 약 300팀의 그룹이 제2의 빅뱅, 트와이스를 꿈꾸며 데뷔하지만 이들 중 팬덤을 확보하고 살아남는 팀은 손에 꼽는다. 워너원처럼 ‘프로듀스101’ 등 서바이벌을 통해 인지도를 쌓고 데뷔하는 팀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형기획사와 방송 서바이벌에 밀린 중소기획사 소속 그룹들은 팬덤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다양하고 치밀한 기획을 구상한다.
데뷔 때부터 멤버들이 직접 SNS에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하고 ‘성장서사’라는 독특한 스토리텔링으로 승부해 글로벌 스타로 거듭난 방탄소년단이 그 예다. 최근에는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뿐 아니라 신인그룹 멤버들이 직접 오프라인상에서 팬들을 만나며 발로 뛰는 투 트랙 전략이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인 가수를 직접 만난 팬들의 충성도는 온라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톡 친구 맺은 아스트로, ‘고통령’으로 거듭난 모모랜드
보이그룹 아스트로는 연기자 전문 매니지먼트 판타지오 소속이다. 지금은 ‘얼굴천재’ 차은우로 인지도를 쌓았지만 데뷔 때만 해도 여느 대형 가요기획사 소속 신인 그룹과 출발선이 달랐다. 이들의 선택은 온·오프라인을 모두 활용한 팬덤 확보였다.
아스트로는 데뷔 전인 2015년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 중고교 20개 학교 축제를 방문하는 ‘미츄 프로젝트’(Meet U project)를 내세웠다. 당시 멤버 중 막내인 윤산하 군이 중학교 3학년이었기 때문에 팬들과 친구를 맺자는 발상에서 비롯됐다.
소속사 판타지오뮤직 우영승 대표는 “팬을 1만명만 확보하면 데뷔한다는 계획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멤버들은 대구, 대전, 부산, 광주, 전주, 인천, 일산, 서울 등 전국 방방곡곡을 방문해 팬들을 직접 만나고 이들과 ‘카카오톡’ 친구를 맺었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잘 알지 못하는 신인그룹의 ‘구애’에 처음에는 약 20명 가량만 응답했다. 하지만 잘생긴 젊은 청년들의 꾸준한 방문에 여중고생들도 마음을 열었다. 아스트로는 단 2달만에 카카오톡 친구 1만 900명을 확보하고 이듬해 2월 23일 데뷔했다.
걸그룹 모모랜드는 오프라인 투어를 통해 ‘고통령’으로 거듭난 케이스다. 모모랜드는 지난 8~9월 서울, 경기, 부산, 강원, 대구, 대전, 광주, 전주 등 전국 10여개 학교를 찾아가는 ‘스쿨어택’ 프로모션을 단행했다. 당시 소속사가 내세운 전략은 ‘알고보면 더 재밌고 보면 볼수록 더 재밌다’는 콘셉트였다. 스태프들은 먼저 학교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모모랜드의 신곡 ‘어마어마해’와 포인트 안무인 ‘호댄스’를 설명했다.
신곡과 안무를 현장에서 미리 접한 학생들은 모모랜드의 무대에 더욱 열광하며 마치 군대를 연상케 하는 어마어마한 함성으로 화답했다. 현장의 열기에 취한 모모랜드가 더욱 열성적인 무대를 선보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모모랜드의 ‘호댄스’를 고스란히 따라 하는 남학생들의 영상이 포털사이트와 팬페이지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모모랜드는 ‘고통령’으로 군림하게 됐다.
◇‘첫 번째 팬’ 소속감 강해져, 문화 콘텐츠 접하기 힘든 지방 공략해야
아스트로와 모모랜드 이후 데뷔 전 전국 중고교를 찾아가는 일명 ‘스쿨어택’ 프로모션을 시행하는 그룹들이 부쩍 늘었다.
프로모션의 목적은 분명하다. 기존 그룹들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려 팬덤을 확보한 것과 달리 “내 팬은 내가 만든다”는 기획 하에 각 그룹의 ‘첫 번째 팬’을 직접 만나는 것이다.
온라인 전략도 다양해졌다. 아스트로가 카카오톡 친구를 맺고 모모랜드가 포털사이트 동영상으로 인지도를 쌓았다면 지난 8월 데뷔한 뮤직K엔터테인먼트의 신인보이그룹 아이즈는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인 ‘스노우’를 활용한 경우다.
멤버들은 데뷔 전인 3월부터 약 8개월 동안 전국의 학교를 찾아다니며 만난 팬들과 ‘스노우’ 애플리케이션으로 함께 사진을 촬영했다.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서 ‘아이즈 스노우’ 해시태그를 치면 이들이 만난 팬들을 확인할 수 있다. 차근차근 팬덤을 확보한 아이즈는 데뷔 전 두 차례 열린 팬콘서트를 매진시켰다. 현재 1만 6695명이 아이즈의 공식 페이스북을 팔로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기획자 JG엔터테인먼트 황정기 대표는 “매년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데뷔하면서 팬덤의 이동이 잦아졌기 때문에 각 팀마다 팬덤을 결집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야 한다”며 “아직 인지도가 낮은 신인그룹이 직접 학생들을 만나면 학생 입장에서는 ‘나만의 스타’를 직접 만났다는 생각에 높은 충성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또 “문화 콘텐츠에서 소외된 지방일수록 오프라인 전략을 잘 활용해야 하며 이를 다시 온라인에서 재가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