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는다. 기회를 준다는 미명 하에 무차별 독설을 퍼붓는다거나 서로 갈등을 조장시키는 등 출연자를 시청률을 위한 도구로 거리낌 없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Mnet <프로듀스 101> 마지막 회 때는 탈락 위기인 김청하에게 투표를 했다. 그가 보여준 절실함에 힘을 보태고 싶어서. 나는 평생 뭘 저렇게 간절히 원해 봤나, 노력은 해봤나, 반성이 되기도 했다. 그랬어도 아닌 건 아닌 거다. 아이돌 덕후로 알려진 박소현이 몇 주 전 tvN <인생술집>에서 한 말이 정답이지 싶다. 박진영이 자신이 기획한 Mnet <스트레이 키즈>에 대한 조언을 구하자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 박소현. 아이들에겐 너무나 간절한 일인데, 의논할 곳 하나 없는 그 아이들을 점수를 매기고 탈락시키는 과정이 가슴 아파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고.
인격이 채 완성되지 않은 어린 출연자들을 가둬놓고 서로 경쟁을 시키고 마치 서커스단처럼 몰아붙이다 못해 모욕을 일삼는 상황이 아닌가. 학교부터 시작해 어차피 세상은 경쟁사회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만천하에 내 성적이 공개된다거나 누군가가 내 인성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일은 없지 않지 않나. 심지어 출연자들은 카메라를 의식해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도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JTBC <믹스 나인>은 최악의 프로그램이다. 굳이 이 프로그램을 꼽는 이유는 배려를 찾아보기 어려워서다. 특히 한 출연자를 향한 ‘내가 볼 때 악마의 편집은 아니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나간 것’이라는 양현석의 말엔 할 말을 잃었다. 그럼에도 나는 방송 내내 어른답지 못한 어른으로 비춰지는 양현석이 편집의 피해자길 바란다. 각설하고 천하에 없는 기회를 준대도 더 이상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은 과유불급이다. 제발 이젠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