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동상이몽’ 시즌1이 비정규직 촬영감독에게 상품권으로 임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SBS 측은 11일 “상품권 지급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잘못된 일”이라며 사과문을 올렸지만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관행인데 왜 기자한테 말했냐”하며 제보자를 색출해 역정을 냈던 동상이몽 PD의 말처럼 ‘상품권 페이’는 방송계에 만연한 불법 관행이었다.
한겨레21에 따르면 20년 차 프리랜서 촬영감독 A씨는 2016년 7월 종영한 SBS 예능 ‘동상이몽’ 시즌1 제작에 참여했다. 그는 “상품권으로 받을래 돈으로 받을래 묻곤 상품권으로 받을 거면 지금 주고, 아니면 돌아가서 기다리라고 했다”라며 “밀려 있던 6개월 임금 가운데 900여만원을 4개월이나 늦게 몰아서 백화점 상품권으로 받았다”고 말했다.
방송사는 A씨에게 상품권을 주며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상품권이 가면 안 된다”며 회계 처리를 위해 복수의 개인 정보를 알아오라고도 요구했다. 900만원의 상품권은 A씨 가족 5~6명에게 배분된 것으로 처리됐다. A씨는 이런 회계 처리가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KBS와 SBS의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와 ‘웃찾사’에서도 이런 관행은 이어졌다. 한겨레 21은 12일 두 프로그램은 ‘바람잡이’로 고용한 개그맨들에게 출연료로 현금이 아닌 상품권을 지급해왔다고 보도했다.
공개 녹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현장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프로그램 시작 전과 중간에 ‘바람잡이’라 불리는 사전 진행자와 중간 진행자를 고용한다. KBS ‘개그콘서트’에서는 공채 출신 개그맨들이 순번을 정해 바람잡이 역할을 한다. 사전 진행자인 ‘앞바람’의 경우 10만원 상품권 3장, 중간 진행자 ‘중간바람’은 1장을 받았다.
지금은 폐지된 KBS ‘웃찾사’에서 바람잡이로 활동했던 한 공채 개그맨 B씨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선배들이 앞바람을 잡고, 후배들이 중간바람을 잡는 게 관행이었다”라며 “앞바람은 10만원 상품권 2장, 중간바람은 1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개그맨 공채 시스템이라는 게 위에서 정해서 내려오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그나마 상품권이라도 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제43조 ‘임금 기준의 4대 원칙’에 따르면 임금은 반드시 ‘통화로, 직접, 전액, 정기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단체협약 등에 특별히 정하지 않았음에도 월급을 상품교환권, 식권, 승차권 등으로 지급하는 경우는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