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430억 대작 ‘미스터 션샤인’과 관련해 역사왜곡 논란이 터졌다. 미국인이 신미양요 이전부터 조선에 들어와 있었다는 설정, 김태리가 화승총이 아닌 연발총을 사용하는 설정 등이 사실과 다르다는 역사학자의 지적이 먼저 나왔다. 하지만 이 정도는 드라마에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이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일본과 관련된 묘사다. 일단 논란이 된 인물은 구동매(유연석)다. 조선 사람들의 잔학한 차별 때문에 일본으로 가 겐요샤의 하부조직인 흑룡회 한성지부장이 된 인물이다. 겐요샤가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 극우조직이라서 문제가 됐다. 제작진은 흑룡회를 무신회로 수정하는 것으로 발 빠르게 대처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흑룡회건 무신회건 조선을 침탈하는 사람이 일제가 아닌 조선인 자신이며, 그렇게 변절한 조선인을 만든 것이 썩어빠진 나라 조선의 자업자득이라는 내용이 깔려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이런 문제는 이완익(김의성) 역할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완익은 극중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찾아가 ‘조선을 드리겠다’며 무릎을 꿇는다. 이토 히로부미가 먼저 이완익을 찾아가 포섭한 게 아니라, 이완익이 가만히 있는 이토 히로부미를 찾아간 것이다. 이완익 말고도 구한말에 너도나도 나라 팔아먹기 위해 혈안인 것으로 나오는 반면 일본의 선제적인 역할은 나오지 않는다.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일본의 침략이란 역사적 사실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일본은 친일파의 거래 제안에 응한 수동적 존재일 뿐이다. 조선을 망하게 한 건 이완익 등 친일파, 즉 조선인 스스로이고, 조선인을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든 건 조선 자신의 잘못이다. 그러므로 일본은 잘못이 없다. 조선 패망은 자업자득이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이토 히로부미는 거래에 응한 죄밖에 없다. 이런 논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