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455167&PAGE_CD=PSTAR&CMPT_CD=S5002
"일본에는 아이돌이라 자처하는 10대 소녀가 약 만 명."
"이런 건 처음 봐요. 이건 일시적 유행 같은 게 아니라 종교예요."
아이돌 악수회 "성적 의미 깃들어 있다"
"청순함을 지키고 싶어, 교복을 벗을 때까지. 태어난 모습 그대로 천사와 같이..."
"많은 일본 남성이 여성의 청순함을 동경하고 있고, 아이돌 문화는 이를 자양분으로 한다"
일본 아이돌 산업에 깔린 정서가 '처녀성 숭배'라는 것이다.
'악수회'라는 이름만 들으면 한국에서 아이돌 그룹이 팬들과 직접 만나는 '사인회'를 떠올릴 수도 있는데, 행사 분위기나 취지가 조금 다르다.
악수회는 아이돌 멤버가 일정 금액의 돈을 지불하고 참석한 팬들과 악수하며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옆에 선 스태프가 타이머로 시간을 재는 동안 "머리 잘랐네요" 하고 안부를 묻는 등의 대화가 아이돌과 팬이 손을 꼭 잡은 채로 오고 간다. 얼핏 다정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10대 아이돌 멤버의 '감정노동'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큐에서 어느 일본 학자는 아이돌 악수회에 관해 '안전한 회색지대'라고 표현하면서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일본에서) 역사적으로 악수에는 성적 의미가 깃들어 있습니다. 원래 (남녀간) 신체 접촉은 금지인데 요즘 몇 십 년 전부터 악수가 허용되었습니다. 그러니 악수회 개최는 굉장히 머리를 잘 쓴 경우죠. 가수 입장에서는 청순함을 잃지 않으면서 팬 입장에서는 성적 의미로 받아들이니까요." (사카이 마사요시, 경제 및 산업 분석가)
'아이돌 만나려고 한달에 200만 원 쓴다'는 중년 남성들
"천 엔짜리 CD 1장을 사면 악수를 하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보통 한 달에 20만 엔 정도 써요. 저금할 돈은 없죠."
"P.IDL(아이돌 이름)을 알기 전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 부모님을 뵈러 갔어요. 지금은 거의 가지 않게 됐는데, 부모님도 이유를 알고 계세요."
"결혼 준비 자금을 모으기도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다른 남자가 생겼더군요. 그래서 그 돈을 모두 아이돌에게 썼죠. 그해에만 아이돌 공연을 700회 정도 다녔어요. 날린 돈을 다 합치면 집 한 채는 샀을 걸요." (고지, 아이돌 팬)
다큐에서는 매주 아이돌 여성 멤버를 만나기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쓰는 중년 남성들의 사례가 이어진다.
이들의 모습과 인터뷰 내용을 보면 흡사 돈을 쓰며 '유사 연애' 관계를 가지려는 것처럼 보인다.
"현실에서는 별 볼 일 없는 남성도 아이돌 공연에 가면 여성이 자신을 응원해주고 함께 싸워 준다는 생각에 유대감을 느낍니다." (히야다인, 작곡가)
"1990년대에 갑자기 경제가 부흥하다가 어느 순간 곤두박질쳤고 그 여파는 굉장했습니다. 지금의 도쿄는 1970년대 런던과 비슷합니다. 경제가 침체되고 문화계가 얼어붙게 되면 대중은 새로운 걸 찾게 됩니다. 결국 런던에선 '섹스 피스톨스'가 떠올랐고, 일본은 아이돌 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아키오 나카모리, 문화 평론가)
다큐에서 인용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주류 문화에 편승하지 못한 일본 남성들이 경기 침체와 관계 단절에 소외감을 느끼고,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쉽게 관계를 맺고 만족을 얻기 위해 아이돌 문화에 빠져든다'는 진단이 나온다. 거액의 돈을 지불한 팬이기에 아이돌로부터 거절당할 염려가 없어 안도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규모를 생각하면 일부 개인의 일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으로 바라봐야 할 정도다.
다큐는 자막에 통계를 인용하면서 이러한 팬덤층이 일본에서 결코 소수가 아니라고 말한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아이돌 산업은 호황을 맞아, 산업 가치가 1년에 10억 달러(약 1조 1255억 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