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초기 K-Pop의 선구자들은 이웃 나라인 대만, 일본, 중국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음악 시장이자 현대 팝뮤직의 원천인 미국은 좀처럼 K-Pop에 대해 문을 열지 않았다. 따라서 미국에서 인정받는 것은 전 세계의 인정을 받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이 올해 초, 이 과업을 이뤄냈다. 그들의 〈Love Yourself: Tear〉 앨범이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이 미국 시장에 접근한 방법은 과거 다른 K-Pop 그룹들이 해외 시장에 접근했던 방법과 무척 다르다.
국제적 성공을 향한 K-Pop의 전형적인 전술은 ‘지역화(Localization)’로 요약될 수 있다. K-Pop은 과잉생산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한국 엔터테인먼트는 음악 시장들의 어떠한 요구도 유동성 있게 맞춰줄 수 있는 것처럼, 산업적인 K-Pop을 양산해낸다. 자동차 회사가 추운 날씨의 시장을 위해 날씨에 저항력이 있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처럼, K-Pop 소비자의 구미에 맞춘 여러 아티스트들을 키워내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성공한 K-Pop의 초기 대표적 아티스트 가운데 하나인 보아(BoA)의 경우, 이러한 전략의 전형적 사례다. SM 엔터테인먼트는 보아가 12살 되던 해에 그녀를 발굴해 〈신비 프로젝트〉라는 코드명을 주었다. 아직 소녀티를 벗지 못한 어린 나이의 보아를 아이돌 아티스트로 만들기 위해 SM 엔터테인먼트는 약 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 금액은 1997년 당시, 동아시아의 경제적 위기를 고려해볼 때, 엄청난 액수다. 보아의 피눈물 나는 트레이닝에는 노래와 댄스 레슨은 물론 일본어를 배우기 위한 정기적 일본 투어가 포함됐다. 보아는 한국에서 2000년 한국어 버전의 앨범으로, 일본에서는 2002년 일본어 버전 앨범으로 데뷔했다.
당시에는 이처럼 한류 스타가 일본에서 데뷔할 때, 일본어로 앨범을 내는 것이 거의 필수적이었다. 그때만 해도 K-Pop은 국제적으로 그리 넓은 팬층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고 비교적 적은 수의 마니아층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의미도 알 수 없는 한국어로 된 노래를 인내해가며 듣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특히 일본처럼 자국의 음악 인기가 높은 나라에서는 더욱 그랬다. 보아의 뒤를 잇는 K-Pop 아티스트들은 거의 대부분 보아의 원형을 뒤따랐다. K-Pop 아이돌 그룹은 전략적으로 외국에서 온 멤버를 한 명 또는 그 이상 포함한다. 소녀시대의 티파니는 미국 교포, f(x)의 빅토리아는 중국인이며 트와이스의 쯔위(Tzuyu)는 대만인이다. 한국인이 아닌 멤버들은 세계적인 시장에서 K-Pop의 홍보대사 역할을 한다. 이들은 각기 다른 시장마다 다른 언어로 된 앨범을 발표하고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한 그룹 내 비한국인 멤버가 있을 경우, 해당 국가나 시장의 필요에 맞춘 외모로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가 있었던 것이다. 미국 투어를 하는 동안 원더걸즈는 피부 색깔을 더 짙게 하고 눈을 더 좁아 보이게 하는 미국 동포 여성 스타일의 화장을 하고 나와 한국의 팬들을 경악하게 했었다. 그렇게 코케시언(Caucasian)들이 선호하는 아시아 여성의 스타일로 하고 나왔던 것이 미국에서의 성공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는 분석이다. 원더걸스의 영어 버전 〈노바디(Nobody)〉는 빌보드 핫 100 차트에 76위로 오른 최초의 K-Pop 싱글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이런 현지화 전략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방탄소년단에는 외국인 멤버가 한 명도 없고, 곡 전체가 영어로 된 노래도 없다. 그들이 전혀 이런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데뷔 초기, 그들이 일본에 진출하던 2014년, 일본어 버전의 앨범 〈웨이크업(Wake Up)〉을 발매했지만, 판매량은 미미했다. 자산 10억 이상을 보유한 SM, JYP 엔터테인먼트가 기획사 세계에서는 구글이나 아마존에 해당하는 것과 비교할 때, 당시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Big Hit Entertainment)는 의욕만 넘칠 뿐, 단지 스타트업일 뿐이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기존의 K-Pop 그룹과는 전혀 다른 것, 즉 그들만의 독창성과 이야기(내러티브)가 있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 역시 전형적인 K-Pop 아이돌 그룹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모든 멤버들이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즉, 그들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함께 창조한 것이다. 이러한 그들만의 독창성은 결과적으로 젊은 남성들이 성년이 되면서 겪는 일련의 갈등을 다룬, 호소력 있는 스토리를 담은 앨범을 연이어 발표할 수 있게 한 결정적 요소가 됐다. 방탄소년단의 싱글, EP, 앨범은 시리즈로 출시됐다. 〈학교 3부작(School Trilogy)〉이 그랬고, 이어 발표한 〈화양연화(The Most Beautiful Moment in Life)〉 파트 1과 2가 그랬다. 방탄소년단이 발표한 곡들은 ‘성장(Growth)’에 대한 스토리를 표현하고 있는데, 팬들은 이에 대해 깊은 공감을 표현한다.
이들의 독창성은 패션과 머리스타일 등 세상에 드러내는 이미지를 통해 더욱 빛난다. 그들은 미국인 힙합 스타와 비슷하게 보이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단순히 자신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전에 힙합을 위주로 활동한 다른 아이돌,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활동 초기와는 달리, 그들은 상업적 성공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들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힙합이란 장르를 선택한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이야기 독창성(Narrative Authenticity)’ 전략이 다른 K-Pop 그룹에게도 의미가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다른 그룹들이 방탄소년단의 전략을 따라 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세븐틴(Seventeen), 몬스타 엑스(Monsta X) 등 점점 더 많은 K-Pop 그룹들이 그들의 음악을 자체적으로 프로듀스 하고 있으며, 몬스타 엑스(Monsta X)와 갓세븐(Got7)은 자신들만의 컨셉 있는 3부작을 내놓았다. JYP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그룹인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는 스테로이드에 대한 이야기(나레티브) 전략을 펴고 있다.
앨범을 연이어 발매하는 것보다 스트레이 키즈는 한 시즌 동안 리얼리티 TV 쇼에 출연해 데뷔 앨범 작업을 함께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직 데뷔 초기이지만 스트레이 키즈는 지난 6월의 뉴욕 케이콘(KCON)에서 팬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방탄소년단과 다르지 않게 그들은 한국에서보다 미국에서 더 인기를 끌기 시작하는 중이다. 스트레이 키즈가 장래 미국에서 성공한다면, 방탄소년단이 제시한 새로운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 성공의 열쇠였는 지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올여름, YG 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블랙핑크의 기록적 성공은 완전히 K-Pop 지역화 전략만을 밀고 나가기에는 시기상조임을 보여준다. 지난 6월, 블랙핑크의 〈뚜두뚜두〉는 출시 24시간 만에 가장 조회 수를 기록한 K-Pop 뮤직비디오가 되었다. 이는 방탄소년단의 〈Fake Love〉의 기존 기록을 깨는 것이었다. 또한 〈뚜두뚜두〉는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Look What You Made Me Do〉의 뒤를 바짝 뒤따르며, 모든 팝송 가운데 출시 24시간 만에 가장 조회 수를 많은 노래 2위에 올랐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새로운 싱글, 〈아이돌(Idol)로 24시간 내 가장 조회 수가 높은 뮤직비디오의 타이틀을 되찾았다. 이는 테일러 스위프트와 블랙핑크를 모두 따돌리는 스코어다. 블랙핑크는 YG 엔터테인먼트를 제작사로 데뷔해 2013, 2014년에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2016년 해체됐던 걸그룹인 2NE1의 뒤를 잇는 혁명적 도전이었다. 2NE1처럼 블랙핑크의 음악은 프로듀서 테디(Teddy)의 한국화된 힙합에 집중돼 있다. 블랙핑크의 스타일 역시 2NE1과 비슷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그 결과, 정확하면서도 고도의 훈련이 필요한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예쁘장한 아티스트들, 화려한 뮤직비디오 등 K-Pop 팬들에게 친숙한 결과물이 나왔다. 음악은 YG 엔터테인먼트 내부의 제작팀이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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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괜찮은 글이어서 퍼왔습니다.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성공 이후, 각 케이팝 그룹이 방탄소년단만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각자의 방법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소개하고, 각자의 방식 중 어떤 것이 또 성공할 것인지를 지켜보자는 기사입니다. 상당히 괜찮은 거 같아서 퍼왔습니다. 글이 계속 짤리길레 나머지는 댓글로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