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이 각광받는 근본적 이유는 ‘멋있기 때문’입니다.
멋있다는 것은 아이돌 문화의 본질입니다.
팬들이 멋있다고 느끼는 건 ‘K팝스타’와 ‘K팝씬 그 자체’ 두 가지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중 K팝 스타가 멋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국 아이돌 산업의 우수한 인재풀’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아이돌 지망생들, 즉 준비된 연습생들 중 가장 ‘멋있는’ 인재를 선별할 조건이 구비됐기 때문이지요.
“우수한 인재가 한국밖에 없느냐?”, “이 무슨 국수주의적 궤변이냐” 하는 말씀들 나오실 거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전 세계에서 ‘아이돌 그룹’을 지망하는 연습생들이 이렇게나 많은 나라가 있을까요?
조금 과장해서 100만 연습생 시대라고도 하더군요.
축구를 예시로 들겠습니다.
중국축구는 인구가 그렇게 많지만 유럽과 남미에 비해 몇 단계나 실력과 전적이 뒤쳐져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보통 인프라라고 하면 자본력을 떠올리기 쉬운데 남미가 그렇게 자본이 넘치는 곳은 아니지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공통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종사 인력의 규모’이지요.
즉 실제로 축구선수로서의 생활을 영위하는 인구수가 얼마나 되느냐인데, 중국은 등록된 프로선수가 유럽과 남미는커녕, 우리나라보다도 훨씬 적습니다.
바로 그 부분에서 축구팀들의 실력 차이가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각국 아이들의 장래희망 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1위가 ‘히어로’, 중국은 ‘CEO’ 등 해당 국가들의 환경적 성향이 뚜렷이 나타나더군요.
우리나라는 1위가 ‘연예인’이었습니다. 그 말인즉슨, 우리나라 10대들 대다수가 연예계 직종에 지원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앞서 말한 ‘종사 인력의 규모’를 늘리는 데에 크나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도 48시리즈 등 아이돌 인력풀이 상당한데 왜 우리와 같은 위치를 선점하지 못했느냐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이돌 유망주’들만 몰릴 뿐 ‘음악인’들은 기피하게 되는 현상 때문입니다.
작곡가, 안무가 등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복합적 산업구조를 형성한 한국과는 다르게, 일본 사회 전반에는 기존 음악인들의 아이돌 산업 진출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편견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이는 아이돌 음악이 아닌 다른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밥벌이가 가능한 일본 음악시장의 규모에서 오는 역설적 배경이 아닌가 싶네요.
K팝을 좋아하는 해외 팬들의 경우, 특정 그룹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지만 그런 경우에도 대체적으로 K팝씬 전체를 좋아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는 K팝씬 자체가 지닌 매력도 큰 유인 작용을 한다는 방증입니다.
K팝씬은 어떤 매력을 갖고 있을까요?
우선, K팝은 장르가 다양하고 음악이 다채롭습니다.
뒤에서도 다루겠지만 ‘K팝’이라는 장르가 댄스, 힙합, 발라드 등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각 그룹마다 갖고 있는 분위기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게 바로 K팝씬입니다.
앞서서 축구팀에 비유했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스날과 바르셀로나가 패싱축구를 추구하고 도르트문트가 게겐프레싱을 추구하듯이, 그리고 이탈리아 팀들이 전술적 수비를 중시하듯이, K팝씬만으로도 모든 음악적 개성들이 충족되는 거지요.
즉 ‘시각적’ 아이돌적 요소에 더해 ‘청각적’ 음악적 요소들까지 K팝씬 내에서 모두 얻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K팝이 한 가지 장르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K팝씬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은 ‘팬덤문화’입니다.
우리가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보면 그 치열한 응원 경쟁에 혀를 내둘 때가 있지요.
멀리서 응원하는 우리나라 맨유팬, 토트넘팬들은 싸울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나라 팬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고 헐뜯고 난리도 아닙니다.
그런데 사실 팀들 사이의 이러한 스토리 구조가 리그 흥행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아시나요?
실제로 K팝 팬들은 이러한 팬덤 경쟁 속에서 형성된 기획사별 팬층 간의 커넥션을 확대하는 데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령 SM 그룹 팬들은 후배 SM 그룹이 데뷔할 때 힘을 실어준다든지 하는 행동을 통해서 말이지요.
해외 K팝 팬들은 SM, JYP, YG 등 기획사별 호감도가 각기 다르며 심지어 각 기획사별 팬층이 응집한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들은 그러한 성향을 드러냄으로써 소속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소속감은 K팝 팬 활동의 주요 유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관심이 다음 세대 K팝 그룹에까지 미치도록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요.
K팝씬의 또 다른 매력은 요즘들어 새로이 등장하고 있는데, 바로 실력 본위의 멤버 구성입니다. 앞서 언급한 음악인들의 아이돌 산업 진출 기피 인식과 더불어, 이것 또한 일본과의 큰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후반 원더걸스의 등장으로 2세대 아이돌 시장이 폭발적으로 팽창했고, 그 저변이 점차 확대하던 도중 큰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바로 2010년대 슈퍼스타K로 인해 수면 위로 등장한 대중들의 ‘실력 있는 아티스트에 대한 목마름’이지요.
슈퍼스타K의 흥행 성공으로 각 방송사에서는 실력 있는 보컬리스트나 댄서들을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를 앞 다퉈 방영하게 됩니다. 심지어는 이미 활동하는 가수들 중 고수들을 초대해 경쟁하게 하는 ‘나는 가수다’ 같은 프로그램까지 등장하게 되지요. 이처럼 아이돌 산업은 대중들이 실력 있는 아티스트를 바라는 욕구가 확대되자 위기를 맞게 됩니다.
이 시기에 선택지는 두 가지였을 겁니다. 하나는 일본처럼 소수의 마니아층을 공략하는 아이돌 산업으로의 변환이고, 또 하나는 실력 있는 멤버를 키워 시장 전체를 공략하는 아이돌 산업의 ‘진화’였을 테지요.
K팝씬은 여기서 두 번째 선택을 통해 또 한 번의 성장을 이루어 내게 됩니다. 까다로운 한국 대중들의 니즈에 맞춰 실력 있는 아티스트와 아이돌 개념을 결합시키게 된 거지요. 이후 여느 그룹마다 실력 있는 보컬리스트 한두 명은 반드시 존재하게 되었고, 춤은 대다수 멤버들이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실력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하는 멤버 발굴에 보다 많은 기획사들이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실력이 있다는 이미지 메이킹은 과거보다 더 절실하고 필수적인 무기가 된 셈이지요.
(나머지는 댓글에 이어서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