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다함께 손을 잡아요. 그리고 하늘을 봐요. 우리가 함께 만들 세상을 하늘에 그려봐요. 눈이 부시죠. 너무나 아름답죠. 마주잡은 두 손으로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 가요 ♪♬"13일 오전 11시 종합운동장역 6번 출구에서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으로 가는 대로에서 30대로 추정되는 여성들이 나지막하게 그룹 'H.O.T'의 '빛'을 불렀다. 청명한 가을 하늘에 오빠들을 17년 만에 만나는 설레는 마음이 가득 묻어 있었다.
이번에 공연하는 올림픽주경기장은 멤버들과 팬들에게 여러모로 뜻깊은 장소다. HOT는 1999년 9월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성지로 통하는 이곳에 올랐다. 마이클 잭슨 등 팝스타를 제외하고 한국 가수 최초였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팬들 앞에 섰던 것도 2001년 2월27일 올림픽주경기장이었다. HOT는 그해 5월 해체했다.
이로 인해 이번 공연은 예매 전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예매 오픈 즉시 8만석이 단숨에 매진됐다. 온라인에서 암표가 100만원대에 나돌기도 했다. 그만큼 팬들의 마음은 간절했다.
이날 오전부터 공연장 앞 열기도 대단했다. 굿즈 숍은 오전 9시 문을 열었는데 새벽 시간대부터 그 앞에 줄이 늘어섰다. HOT 팬덤 이름인 '클럽 HOT'라는 문구가 적힌 HOT 상징과도 같은 흰색 우비와 티셔츠, 모자 등을 팔았다.
공연장 인근에 돗자리를 깔고 친구들과 자장면을 시켜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던 팬들은 "오전 5시30분에 왔는데 줄이 늘어서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어릴 때부터 알아온 친구들이 아닌, HOT 멤버 이재원의 지난 4월 생일 파티 때 만나 금세 친해진 이들의 모임은 흥겨운 축제 분위기를 자아냈다.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인 대중음악평론가 문용민(필명 미묘)씨는 "1세대 아이돌 팬덤은 아이돌 팬클럽의 거의 모든 행동양식을 수립한 사람들"이라면서 "사회적으로 아이돌 팬을 안 좋게 보는 시선 앞에서 나름 욕을 듣지 않으면서도, 조직적으로 움직이려고 적극 노력했다"고 말했다.
HOT의 17년 만의 콘서트는 이날 오후 7시에 예정됐다. 팬들은 오후 2시에 HOT노래를 들려주는 버스킹을 하는 등 공연 전부터 공연장 일대를 흥겨운 축제로 만들어나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