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이달 12일과 19일, MBC TV 가요 프로그램 '음악중심'에 진귀한 장면이 방영됐다.

일본의 3인조 댄스 그룹이 나와 한국어 곡('질주')을 부채 휘두르는 군무와 함께 선보인 것이다. 일본 가수의 내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일본 아이돌 그룹이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 무대에 선 것은 이들, 사타 안다기가 처음이다.

19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MBC 드림센터 대기실에서 만난 사타 안다기 멤버들은 "늘 케이팝(K-pop·한국대중음악) 그룹들을 동경해 왔는데 그들과 한 무대에 서게 돼 말할 수 없이 벅차다"고 했다.

사타 안다기의 한국 방송 진출은 이들을 발굴한 후지TV와 MBC 간의 업무 협약 관계에 따라 성사됐다. 방한에 동행한 다카시 감바라 후지TV 뮤직 앤드 버라이어티 센터 CP는 "아시아 가수가 아시아 여러나라는 물론 세계 전역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창구는 이제 일본이 아닌 한국 케이팝 신(scene)이라고 생각했다. 시험적으로 사타 안다기의 출연을 제안했다"며 "퍼포먼스와 가창력에서 아직 한국 가수들과 경쟁이 안 되지만 차차 한국의 방송 예능

사타 안다기 멤버들은 "남성그룹 엑소케이와 인피니트의 현란한 무대 매너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활동반경을 높이기 위해 한국어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했다.

팀명인 사타 안다기는 오키나와의 명물 과자 이름이다. 이력도 특이하다. 리더 야마다 신타로(26)는 2009년 후지TV의 퀴즈 프로그램인 '퀴즈!헥사곤2'에 출연해 엉뚱한 대답을 연발했다. '죄송하다'는 말 대신 "여러분, 정말 사타 안다기!"라는 '4차원'적 대사를 뱉었다. 신타로의 고향은 사타 안다기의 고장인 오키나와였다. 방송 뒤 야마다는 크게 화제가 됐다. 후지TV는 야마다에 더해 '헥사곤 노래하고픈 사람 오디션 2009' 우승자인 마쓰오카 다쿠야(23)와 5인조 그룹 '신센구미 리안' 리더였던 모리 고헤이(24)를 합류시켜 3인조 댄스 그룹을 구성했다. 사타 안다기는 2010년 2월 낸 데뷔 싱글 '양발쿠이나가 날았다'를 오리콘 차트 6위에 올려놓은 것을 필두로 내는 싱글마다 오리콘 톱10 안에 들었고, 전 일본 콘서트 등 꾸준한 활동으로 마니아층을 결집했다.

감바라 PD는 "지금의 사타 안다기로는 케이팝 신에서 승부가 안 나지만 신타로의 기행(奇行)이 일본에서 빠른 스타덤을 이끌었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폭발적 잠재력이 표출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내한에서는 일단 한국 대중에 사타 안다기라는 이름 다섯 글자만이라도 각인시키자는 게 목표였다"고 했다.

다음은 사타 안다기 멤버들, 감바라 PD와의 일문일답.

한국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 한국과 한국음악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 중심지에서 활동한다는 데 자긍심을 느끼고 싶었다."(신타로)

부채 퍼포먼스는 왜 했나

"한국을 위해 특별히 준비했다. 실은 저예산으로 하고 있어 댄서 붙일 돈이 없었다.(웃음)"(신타로)

좋아하는 한국 가수가 있나?

"FT아일랜드, 2PM, 씨엔블루. 내한 전부터 FT아일랜드, 씨엔블루를 사석에서 알게 돼 친하게 지내고 있다. FT의 홍기와는 디즈니랜드를 같이 갈 정도로 친하다. FT와 씨엔블루는 우리집에 놀러온 적도 있다. 지인의 소개로 사석에서 만나 술을 마시다 친해졌다."(신타로)

"카라와 소녀시대를 그들의 춤을 따라할 정도로 좋아한다."(다쿠야)

"FT아일랜드, 빅뱅, 씨엔블루를 좋아한다."(고헤이)

일본 가수와 한국 가수의 차이점은 뭐라고 보나?

"한국 쪽이 노래도 잘하고 댄스도 절도 있다."(고헤이)

"퍼포먼스 면에서 굉장히 훌륭하고, 비주얼과 댄스, 노래가 종합적으로 뛰어나다."

"(한국 가수가) 술이 세다."(신타로)

내한 이후 한국 가수들과 교류가 있었나?

"다르마짱(아이돌 그룹 달마시안), EXO-K, 에이핑크 등과 인사했다. 에이핑크 매니저 분께 '(멤버들) 전화번호 주세요'라고 했다. 'OK'라고 해놓고 번호를 안 주셨다.(웃음)

한국 현지에서 체감한 가수들의 느낌은 어떤가?

"일본에 진출한 한국 가수들도 멋졌지만 일본에 아직 진출하지 않은 아티스트들을 봐도 퍼포먼스의 레벨 자체가 굉장히 높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 '수준이 이렇게 높구나' 하며 자극을 많이 받았다."(신타로)

한국어 노래 '질주'는 어떻게 연습했나?

"계속 반복해 듣고 부르며 한국어 선생님에게 체크를 받으며 발음을 교정했다."(신타로)

'질주'는 일본 곡인가?

"일본 작곡가가 만든 일본어 곡인데 한국 활동을 계획하고 전략적으로 한국 작사가에 의뢰해 한글 가사를 붙였다. 기존 곡을 댄스에 맞게 리믹스하고 가사에도 연애 감정을 담아 한국 음악 팬을 겨냥했다."(감바라 PD)

와서 보니 일본의 음악 프로그램과 한국 가요 프로그램은 어떤 차이가 있던가?

"일본에도 '헤이헤이헤이' 같은 노래 위주의 쇼가 있지만 토크의 비중이 많다. '노래-노래-노래'로 이어지는 한국 가요 프로그램은 음악의 카탈로그 쇼 같은 느낌이다. 이것만 보면 케이팝 신을 알 수 있는 성격이어서 좋다."(감바라 PD)

한국 활동의 포부는?

"한국 가수들에게서 큰 자극을 받고 모든 면에서 한 단계 올라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헤이)

"맞다. 한국 오기 전에는 너무 나태하게 생각했다. 이러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한국어를 열심히 해서 예능 프로그램에도 꼭 나가고 싶다. 일본에서도 예능 활동을 많이 했다. 유튜브로 '개그콘서트'를 챙겨본다. 리듬 개그도 선보이고 싶다."(신타로)

신타로는 짧은 한국어로 특유의 익살을 부리며 인터뷰를 급히 마무리했다. "아, 긴장하면 배가 아파요. 지금도 배가 아파요. 감사하므니다! 감사하므니다! 미안하므니다! 미안하므니다!"

20일 일본으로 출국한 이들은 꾸준히 한국을 찾아 방송 출연 등 프로모션을 계속할 계획이다. 감바라 PD는 "아시아 음악 중심지의 위상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미 넘어갔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일본 앨범에 한국어 버전 곡들을 지속적으로 싣고 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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