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와숙녀 - 박인희
1950년대 한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는, 이 시에서 서구적이고 도시적인 모더니즘 특유의 감수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 시는 전후의 절망과 허무를 도시적 감성으로 빚어낸 작품으로, 떠나가는 모든 것에 대한 애상적(감상적) 정서를 담고 있다.
6․25의 동족 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이 휘몰아치고 간 폐허에서 불안과 무질서가 난무(亂舞)하는 혼란 속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지새던 50년대 초, 모더니즘의 젊은 시인은 불안 의식과 문명의 위기를 상징적 수법으로 노래하고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비극적 생애와 떨쳐 버릴 수 없는 불안과 허무의 시대를 ‘목마’로 표상하였다. ‘가을 속으로 떠나가 버린 목마와 숙녀의 애상과 허무’는 바로 작가의 고뇌이며 동시에 시대적 슬픔이라 할 수 있다.
31 세의 젊은 나이에 타계한 시인은 시와 술을 벗하며 현대 문명의 위기와 불안 의식을 세련된 감각과 지성으로 노래한 우수(憂愁)의 시인이었다.
이 작품 중에서도 “목마는 하늘에 있고 /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 가을 바람 소리는 /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등은, 감성적 절규(感性的絶叫)가 풍미(風靡)하던 전후 시대에, 주지적(主知的)·감각적(感覺的)인 표현을 통해 감상적(感傷的) 정서의 절제(節制)를 보여 준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자료출처 : http://cafe.naver.com/edu9508k/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