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파운드리 기업이고 지금 자동차 회사들이 반도체가 부족하다고
난리를 치는데 왜 삼성은 그동안 자동차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을까요?
우선 지금 부족을 호소하는 자동차 반도체라는게 무엇지 보면 MCU 라는 물건입니다.
그외에도 파워일렉트로닉스나 수많은 자동차에 쓰는 칩이 있지만 그건 TSMC 외에도
생산하는 업체가 많이 있고 현재 칩 부족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중단 핵심은 MCU지요.
MCU 를 간단히 설명하면 초소형 제어용 컴퓨터라고 보시면 됩니다.
보통 자동차에 엔진 제어나 주행 제어 등 서로 다른 기능에 몇 개씩 들어 갑니다.
그런데 이 MCU 부품은 자동차에만 쓰이는게 아니고 냉장고 세탁기 TV 전기밥통 등
온갖 가전제품에도 안들어가는 제품이 없습니다. 밥을 짓거나 세탁기에 물을 조절해 알아서
세탁해주는 제어를 MCU 가 합니다. 대단히 산업적으로 많이 쓰이는 물건입니다.
하지만 자동차에 들어가는 MCU 는 세탁기용 MCU 와는 다른 물건 입니다.
자동차 내의 높은 온도와 진동 전기잡음 등 가혹한 환경조건 불규칙한 전압과 스파이크
등을 견뎌야 하고 또 급발진 같은 오류를 일으키지 않도록 신뢰성도 높아야 하지요.
그래서 자동차용은 기능이나 시험조건이 다르므로 automotive 라고 클래스가 다릅니다.
또 기능도 엔진제어용 이면 거기에 맞는 복잡한 제어 기능과 성능 가격을 갖추어야 하고
자동차는 생산량이 그렇게 많지 않고또 한 회사 자동차라고 다 똑같은 MCU을 쓰는데 아니니
전형적인 소량 다품종 업종이 됩니다. 반도체는 품목당 100만개 이하는 소량입니다.
또 워낙 오래전에 개발되었고 (최소 10년전 이상) 시장경쟁도 치열해서 가격도 낮습니다.
그러니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을 대부분 맡고 있는 TSMC 에서도
자동차 반도체 생산은 전체 TSMC 매출의 3% 밖에 안되는 미미한 시장에 불과하죠.
하지만 한번 수요를 잡으면 오랫동안 안정적 납품이 가능하므로
NXP 나 TI 나 르네사스 ST 등 1960-80년대 부터 반도체를 해온
업력 50년이 넘는 전통적 반도체 강자들이 많이 생산해온 품목입니다.
가전제품용으론 대만 PIC 같은 업체도 유명합니다.
삼성전자도 80년대 부터 반도체를 생산해오기는 했지만 주로 메모리만
생산해왔기 때문에 저런 MCU는 거의 생산하지 않습니다.
아주 없는건 아닌데 품목도 적고 생산량도 미미합니다.
무엇보다 기존 자동차 시장을 뚥기가 어렵기 때문에 후발주자가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저 MCU 들도 최소 10년전에 개발되어서 자동차 회사에 꾸준히 팔리는 물건이지요.
20년도 넘는 제품도 많습니다. 자동차 모델 개발에 4-5년에서
생산도 10년은 하니 오래전에 개발된 부품을 쓰는게 무리가 아니지요.
그리고 원래 저 NXP 등 회사도 1980-90년 대 까지는 자체적으로 반도체 공장을
가지고 생산하던 업체들 입니다.
그런데 대만의 TSMC 가 1990년대 외주생산 전문 파운드리로 나서자
저 업체 들도 돈이 많이 들고 힘겨운 반도체 생산공정 개발이나 자체 공장생산을 포기하고
생산을 점차 TSMC 에 외주를 주고 저회사는 설계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또 아예 처음부터 공장없이 설계만 전문으로하는 업체들도 등장하죠.
MAXIM 이나 IDT 니 퀄컴 브로드컴 같은 회사가 대표죠.
그게 월등히 투자비용도 적게들고 생산원가도 낮출 수 있으니
기존 생산품은 자체 생산을 유지하기도 하지만
신규 개발 품목은 TSMC 에 주문생산하는 체제로 점차 변하게 됩니다.
그런 식의 전환이 일어나는데 대략 20년 정도 걸렸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은 유일한 업체가 공정 경쟁력이 중요한 인텔 같은 업체 뿐이죠.
그런데 앞서 글에서 설명했듯이 이런 외주생산은 외주 업체를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한번 TSMC 외주를 주어 그 품목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TSMC에서만 계속 생산해야하고
다른 업체에는 외주를 주는 파운드리 전환이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니 TSMC 는 독립 파운드리 분야의 초창기의 개척자이기 때문에 오래된 칩들의 생산은
거의 TSMC 가 독점을 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10년 정도 밖에 안되니 그런 오래된 MCU 를 생산해 자동차 회사에 납품하고 있을 리가 없지요.
더구나 저런 소량다품종에 영업도 어렵고 가격도 싸거 이익도 낮은 자동차 칩같은건
그냥 사다 쓰는게 낫지 조 단위 영업 이익을 내는 삼성전자가 관심을 둘 품목이 아니지요..
그 시장의 최대 강자인 TSMC 에서도 매출의 3% 면 아예 관심을 둘 필요도 없지요.
만약에 한다면 순전히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업체의 간곡한 요청에 못이겨 하는 거지
삼성전자 입장으로는 전혀 할 필요가 없는 품목 입니다. 계륵도 아닙니다.
다만 이제 자동차도 MCU 뿐만 아니라 자율 주행이나 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도입하고 있으니 이건 삼성전자도 뛰어들만한 시장이 됩니다.
첨단 제품이고 가격도 스마트폰 AP 이상으로 매우 높고 새로운 품목이라
삼성이 TSMC 에 전혀 불리 할게 없지요. 엔비디아의 자비르 칩 같은게 그 대표적인 예가 되겠네요.
이건 삼성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시장 입니다. 그 자동차용 MCU는 신경 끄고
삼성은 바로 자비르 같은 첨단 고가 신규 제품의 파운드리 수주에 힘을 써야 합니다.
이미 테슬라 등 여러 자동차 업체들이 자비르 칩을 버리고 테슬라 자체적 칩 설계에 나서고
있으니 그런 건 삼성이 파운드리를 수주할 수도 있지요.
아니 아예 삼성이 직접 엔비디아의 자비르 칩이나 테슬라의 자율주행 칩의 경쟁품목을 개발해서
세계의 자동차 회사에 파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 하다고 봅니다.
세계의 자동차 회사들이 다 자체 자율주행 칩을 자체 개발할
엄청난 자금력이나 기술을 가진 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