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서울경제 서일범기자 https://v.daum.net/v/20230322180158065
삼성전자·TSMC·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최근 앞다퉈 초대형 투자 계획을 내놓는 배경에는 결국 ‘반도체 패권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국가 안보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용인해오던 미국이 기존 전략을 뒤집으면서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장 유치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대규모 투자 행진이 사상 유례없는 ‘초(超)공급과잉’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나 지역별로 공정은 다르겠지만 이르면 3년 뒤부터 주요 반도체 공장에서 제품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하면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대표 반도체 기업들이 천문학적 보조금을 등에 업은 해외 반도체 기업들과 운명을 건 생존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서울경제신문이 글로벌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최근 1년 내 발표한 투자 계획을 취합해 합산한 결과 공식 발표 금액만 최소 140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환산하면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증설 라인(1개당 30조 원) 47개에 이르는 막대한 생산 설비를 설치할 수 있는 금액이다.
사실 반도체 업계에서 최근 10여 년 동안 공급과잉은 낯선 단어에 가까웠다. ‘과잉’보다는 ‘부족’이 반도체 산업의 키워드였기 때문이다. 2010년대 이후 반도체 시장에서는 공정 난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반도체 생산 물량을 늘리는 데 더 많은 시간과 투자가 요구됐다. 이에 따라 공급 물량이 시장 예상을 밑돌아 공급 부족이 장기화했고 반도체 가격이 오르는 일명 ‘빅사이클’ 구조가 발생했다. 2017~2018년 메모리반도체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런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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