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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5-13 10:59
[잡담] 화이트리스트 재지정과 한일 반도체 협력의 의미
 글쓴이 : 강남토박이
조회 :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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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1번은 조지타운 대학교 산하 싱크탱크인 CSET(안보신기술센터)에서 만든 반도체 밸류 체인의 국가별 경쟁력 평가임. 조지타운대는 지나 라몬도 장관이 칩스 법 연설을 했던 바로 그 곳임. 좀 더 설명하자면 반도체 산업의 최전방(EDA: 반도체 설계 도구)부터 최후방(ATP: 후공정)까지의 전체 밸류 체인에서 각 국가별 점유율과 밸류 체인별 가치를 나타낸 자료임. 보면 알 수 있듯이 모든 반도체 밸류 체인을 다 잘하는 국가는 없을 뿐더러, 각 밸류 체인 별로 강점을 가진 국가들이 또 전부 다 다름.


즉, 반도체 산업은 국제적 분업 체계가 매우 정교하게 구축된 산업임. 왜냐하면 반도체 산업은 한 국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고도화 되었고, 또 투자 금액이 너무나도 커서 국제적인 분업을 통해서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임. 즉, 반도체 산업은 기업 단위로도 감당이 안 되어서 국가 단위로 국제적 분업을 해야만 하는 것임. 그리고 이러한 분업 체계에서는 최초로 반도체 생태계를 창조한 미국마저도 예외가 아님. 비교 우위와 규모의 경제를 통한 국제적 분업, 그리고 이를 통한 경제적 효익의 극대화가 가장 철저하게 적용되는 게 바로 반도체 산업임.

이는 반도체 밸류 체인에 속한 각 국가별로 다른 국가들이 경쟁력이 있는 분야는 서로 존중해 주어야만 한다는 뜻임. 각 분야별로 축적의 시간으로 쌓인 업력과 규모의 경제 격차가 엄청나기 때문임. 예컨대 축구 스타와 농구 스타가 분야는 다르지만 서로의 실력을 인정해 주는 것과 비슷함. 그러니까 일뽕들이 "한국은 반도체 제조하는 능력밖에 없음." 이러는 것이나, 반대로 국뽕들이 "일본 소부장 좆도 없음." 이러는 것 모두 코미디라는 것임. 각각 모두 엄청난 기술력과 진입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임.

PS. 이래서 중국이 미국이 반도체 규제 하에서 반도체 굴기를 성공시키는 것을, 모든 반도체 밸류 체인을 국산화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음. 인류가 만들어 낸 산업 중 가장 기술&자본 집약적인 게 반도체 산업인데 중국이 그 모든 부분에서 자급하는 게 가능하다고?

그렇게 보면 해당 자료에서 일본은 Wafers로 표현된 반도체 소재 부문에서 점유율 56%로 압도적인 1등을 차지하고 있음. 더불어 Fab tools(FAB 장비)에서도 미국 다음 2등(29%)이고, ATP tools(후공정 장비)에서는 1등임. 그런 관점에서 일본 반도체 소부장을 국산으로 대체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두 가지 관점 모두에서 큰 문제점이 있음.

1. 한국이 전부 국산화 대체해서 일본 소부장이 필요 없다는 주장:
이는 다시 말해 한국도 쉽게 국산화를 할 정도로 일본 소부장의 기술적 난이도가 존나게 낮다는 말임. 그렇게 보면 이보다 무서운 주장도 없음. 왜? 저 주장이 맞다면 한국보다 자본과 인력 모두 훨씬 더 많은 중국도 쉽게 반도체 소부장을 국산화할 것이기 때문임. 중국이 한국 반도체를 보다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는 뜻임. 위에서 언급한 "반도체 산업은 국제적 분업을 통해서만 경쟁력 유지가 가능하다."는 산업의 대전제를 부정하는 주장임. 다시 말해 미국의 전방위적인 대중 반도체 규제가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아주 무서운 주장인데?

2. 제3국에서 일본 소부장을 우회 수입하고 있는데 굳이 일본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하냐는 주장:
일제 소부장을 우회 수입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게 됨. 그리고 차세대 소부장 개발을 위한 협력 역시 서로가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된 상황에서는 어려움. 한국의 주적은 중국이고, 일본의 주적 역시 중국임. 한국에 제일 중요한 건 주적인 중국 반도체와 초격차를 벌려서 절대 따라잡지 못하게 하는 것임. 다른 그 무엇보다도 이보다 중요한 목표는 없음. 이를 위해서는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이 있듯 같은 적을 둔 소부장 선진국인 일본의 협력이 필수적임. 메모리와 파운드리 모두 공정이 고도화되면서 새로운 신물질 적용이 활발해지고 있고, 이 과정에서 일본 소부장과의 협력이 절실하기 때문임. 괜히 일본과 감정 싸움 하다가 중국에 따라잡힐 여지를 주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음.

반대로 일본 소부장 역시 한국 칩메이커들이 절실하게 필요함.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제외되면서 일본 소부장은 아주 큰 시장을 잃게 되었는데,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은 한국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임. 미국이 협력을 강요하는 것도 있지만 한국과 일본 모두 반도체에서 서로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협력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생각함. 강력한 공동의 적이 있으면 서로 뭉쳐야만 더 잘 대응할 수 있음.

더불어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퇴출시킴으로서 필연적으로 증가하는 반도체 제조비용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공급망 내 국가들 간의 분업 및 협업과 이를 통한 비용 절감이 반드시 필요함.

예컨대 첨부 2는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서 각 지역별(미국, 중국, 그 외 아시아: 한국/일본/대만)로 10년 간 반도체 FAB 운영비를 비교한 자료임. 보면 알다시피 중국(하늘색 표시)은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지역과 비교해도 파운드리/메모리/아날로그 반도체 모두 FAB 운영비가 압도적으로 가장 저렴함. 이는 중국이 인건비가 저렴한 탓도 있지만 반도체 FAB 유치를 위해 공산당 정부가 보조금, 세액 공제, 수도료나 전기료 같은 Utility 비용 할인 등등 여러 가지 혜택들(Government Incentives)을 엄청나게 퍼 줬기 때문임.

PS. 그래서 삼전과 하닉이 중국에 FAB을 지은 것을 지금 와서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평가하고 싶지는 않음.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임. 중국에 FAB을 짓는 게 혜택이 정말로 엄청나게 컸기 때문임. 특히 하닉은 2000년대 중반에 중국에 FAB 안 지었으면 자본 부족으로 08년 금융위기로 인한 극심한 다운턴 때 회사가 망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함.

그래서 삼전과 하닉은 중국 FAB을 Child FAB으로 운영을 해 왔음. 대규모 연구개발 라인이 제조 라인과 같이 있는 국내의 Mother FAB에서 최신 선단공정을 개발하고 양산 안정화를 시킨 후, 시간을 두고 그것을 중국 Child FAB에 횡전개하는 방식임. 그래서 삼전과 하닉의 중국 FAB은 한국의 Mother FAB 대비 공정기술이 최소 1세대 이상(D+1 공정, 시간으로는 1.5년 이상) 뒤쳐짐.

이렇게 중국 FAB을 Child FAB으로 운영하는 데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음.

1. 한국 FAB과 중국 FAB의 기술 격차를 둠으로서 중국 FAB에서 기술이 유출되어도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2. 신규 공정도 시간이 지나면 레거시화 되면서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데, 그 공정을 비용이 저렴한 중국으로 옮김으로서 공정의 수명 주기(Longevity)를 늘리고, 이를 통해 공정전환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임.

즉, 중국은 그동안 반도체 공급망 내에서 저렴한 제조비용을 통해 D+1 이상 공정들의 양산을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음. 반도체에서도 중국은 '저렴한 세계의 공장'이었음. 그런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제외되면 전반적인 반도체 제조원가가 상승하고, 이는 당연히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음.

이 때문에 공급망 내 국가들 간의 보다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함. 공급망 내 국가들이 반도체 산업의 국제적 분업 체계에 보다 충실함으로서 제조원가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야만 함. 예컨대 엔저로 지금 일제 소부장의 가격경쟁력이 높은데, 그런 가격이 저렴한 자재들을 불필요하게 우회 수입하지 않고 직수입함으로서 원재료비 부담을 절감할 수 있음. 이런 식으로 중국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함.

그렇게 보면 일제 소부장 수입 확대가 국산 소부장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나는 동의하지 않음.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자유진영의 공장장으로 선택되어 앞으로 반도체 공장이 한국에 엄청나게 세워질 것이라서 국산 소부장에도 먹을 거리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임. 따라서 굳이 가격이나 품질이 떨어지는 국산 소부장을 억지로 채택하기보다는 가격과 품질이 외국산과 비슷하면 국산을 우선 채택하는 것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함. 그 정도만 해도 한국 반도체 제조업의 경쟁력과 국산 소부장의 점진적인 육성, 둘 다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함.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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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게임 23-05-13 18:05
   
한국 소부장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한 10년은 일본 업체를 막아줬어야 한다고 봄.

삼성이 경쟁자들을 죽이는 치킨 게임하듯이, 기존 업력이 오랜 일본 업체들은 대등한 시장에서 신생업체의 진출을 후려치고 막을 힘이 있음.
     
강남토박이 23-05-14 14:22
   
10년 막았으면 삼전 하닉이 도태되서 사라짐
제조 경쟁력을 잃는 순간 게임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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