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정에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뭔지 알면, 중국 업체들은 추격 속도를 10년에서 한 달로 줄일 수 있습니다."(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국내 기업이 사용하는 화학물질 정보를 의무적으로 정부에 제출토록 하는 규제 입법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반도체·정밀화학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삼성전자 백혈병 사망 사태 등으로 환경 물질 관리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지만 기업의 기밀 정보까지 공개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 경총 관계자는 28일 "정부가 추진하는 화학물질 규제를 기업이 대놓고 반대하지는 못하지만, '한국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입법'이란 불만이 크다" "화학물질 정보 제출과 산업재해 관련 법규 강화에 대해 '자해 정부'란 말까지 나온다"
◇"반도체 굴기 나선 중국에 우리 핵심 기밀 넘어갈 것"
고용노동부는 지난 22일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시행령·시행규칙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환경부는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산안법 관련 조항은 2021년부터 시행. 이들은 국내에서 제조했거나 수입한 모든 화학물질의 성분과 함유량을 정부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연구·개발(R&D)에 쓰이는 물질 등 사용량에 관계없이 모든 물질을 제출토록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 한국 기업들의 산업 기밀이 유출될 위험이 크다" 산안법과 화관법 개정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화학 등 '국가 대표' 기업들의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도 어떤 화학물질을 어떤 배합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내걸고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앞선 기술을 베끼려고 혈안인데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