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최대 무기 수입국인데…트럼프 알고도 시치미 떼나
◆ 한미 FTA 논란 막전막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비상. 트럼프 대통령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한미 FTA 체결 이후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가 2배 이상 늘었고, 자동차와 철강 업종을 콕 집어 불공정 무역 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같은 미국 측 주장은 상당 부분 오해라는 게 한국 정부와 업계의 설명이다.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한국의 대미 흑자 축소 노력을 미국 측에 적극 알리고, 정교한 대응 논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
◆ 미국에 거친 협정(Rough Deal)?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한미 FTA에 대해 무역 적자를 이유로 들어 '거친(Rough)' 협정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4월 '끔찍한(Horrible)' 협정에 이어 두 번째 극ㄱ적인 표현으로, 한미 FTA를 평가절하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주장에는 한미 FTA로 인해 미국만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과장된 것. 한미 FTA 발효 이전인 2011년 한국의 대미 상품수지 흑자는 116억달러였지만 지난해에는 233억달러로 100% 증가. 반면 미국이 강점을 갖는 서비스수지는 같은 기간 109억달러에서 143억달러로 미국이 흑자 폭을 33% 늘렸다. 상품과 서비스를 모두 합친 경상수지를 보면 보면 한국의 흑자 규모는 90억달러로 대폭 줄어든다.
여기에는 한미 간 무역의 핵심인 무기 거래가 빠져 있다. 무기 거래는 통상 안보상 이유로 무역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이 매년 어마어마한 금액의 미국산 무기를 구입하는 것을 쏙 빼놓고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만 얘기하고 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 한미 FTA 발효 이전인 2011년 한국이 미국에서 수입한 무기체계는 6762억원에 불과했지만 FTA 발효 이후 2015년까지 연평균 5조원에 육박한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2016년에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약 6조원(50억달러) 이상 무기를 구매한 것으로 추정.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한국이 미국과의 교역을 통해 얻은 흑자 규모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200억달러 이상이 아닌 40억달러에 불과하다. 정인교 인하대 부총장은 "여기에 미국이 유리한 소득수지와 이전수지까지 감안하면 결국 두 나라의 경상수지 격차는 거의 비슷하다" "(한미 FTA는) 결코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 보는 구조가 아니다" 특히 한국은 올해 들어 대미 흑자 축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미 무역 흑자는 81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9% 급감했다. 이 같은 감소세는 주요 대미 무역 흑자국 중 가장 큰 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