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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6-03 12:21
[전기/전자] 메모리, 파운드리의 공정기술 개발과 애플향 수주의 의미
 글쓴이 : 강남토박이
조회 : 2,153  

메모리 반도체에서 신규 공정을 개발하려면 특정 메인 제품을 바탕으로 개발함. 예컨대 1bnm 공정에서는 16Gb DDR5를 메인 제품으로 공정을 개발하는 것임. 이 메인 제품은 시장이 크고 가장 범용적인 제품을 선정함. 16Gb DDR5만 해도 PC, 서버향 모두에서 잘 팔리는 가장 베스트셀러 제품이니까 말이야. 그리고 이 제품을 웨이퍼 십 수만장 씩 때려박고 생산하면서 신규 공정의 완성도와 수율을 높이는 활동을 함. 많이 생산하며 경험과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수록 공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니 불량을 최소화하고 개선을 극대화할 수 있음. 이렇게 메인 제품을 통해 신규 공정의 완성도와 수율이 많이 높아지면 이제는 16Gb LPDDR5, 16Gb GDDR7, 32Gb DDR5 등 파생 제품들을 개발 투입함. 이 신규 파생 제품들은 전부 다 16Gb DDR5에서 성숙시킨 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개발 완료와 황금수율 도달까지 걸리는 시간이 훨씬 줄어듬.

메모리 반도체에서 가장 범용적인 제품을 신규 공정의 메인 제품으로 삼는 이유가 이 때문임. 시장이나 고객사가 한정적인 Specialty 제품을 메인 제품으로 삼으면 대량 양산이 불가능하고, 그러면 신규 공정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림. 그렇게 보면 메모리 반도체는 어떤 제품을 메인 제품으로 하여 신규 공정을 개발할지에 대해 고민이 별로 없음. 어차피 메모리 반도체는 고객사 맞춤형이 아니라 범용 제품이고, 범용 제품은 일단 만들고 나서 어디 팔지를 고민하기 때문에 일단 많이 찍어 놔도 큰 상관이 없거든.

그런데 파운드리는 상황이 많이 다름. 고객사 주문 제작이기 때문임. 앞서 말했듯 신규 공정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최대한 많이 생산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최대한 많은 고객사 주문을 받아야만 함. 주문이 없으면 생산을 못 함. 주문이 없어도 일단 생산부터 먼저 하고, 그 다음에 어디 팔지를 고민하는 메모리 반도체와는 상황이 정 반대임. 이런 측면에서 파운드리는 메모리 반도체보다는 후발 주자가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선도 주자를 따라잡기가 매우 힘든 게 사실임. 파운드리 선단공정은 웨이퍼 한 장당 수만 불씩 하는 엄청나게 비싸고 중요한 제품인데, 이걸 처음부터 업력이 거의 없는 신생 업체한테 대량 주문을 넣을 미친 팹리스는 없거든. 당연히 경험과 실력이 검증된 선도 업체들에 먼저 주문을 넣을 수밖에 없음. 후발 주자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임. 돈을 엄청나게 써서 선단공정을 개발했는데도 사주는 사람이 없고, 그러니까 공정 완성도를 높일 수 없고, 선도 업체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이런 악순환의 굴레이기 때문임.

그래서 파운드리 선단공정은 우스갯소리로 신입사원한테도 경력을 요구하는 블랙 기업스러운 곳이라고 생각함. 사회 초년생이 어디 입사해야 경력을 쌓을 수 있거든? 그런데 요새는 다들 채용할 때 경력이 있어야 뽑는다네. 그러면 이 사회 초년생은 대체 어디에서 경력을 쌓냐? 바로 이 점 때문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우려스럽게 생각했고, 반대로  라피더스를 좁밥으로 봤던 것임. 중국은 내수가 크고 공산당 권력이 막강해서 일단 내수 업체들에게 자국산 반도체를 강제로 탑재시킬 수 있거든. 금수저 사회 초년생이 아빠 빨로 낙하산 입사해서 경력을 쌓는 것과 비슷한 상황임. 또 거기에 막대한 보조금은 덤임. SMIC, YMTC 같은 중국의 주요 칩메이커들은 전부 다 이런 방식을 통해 업력과 기술력을 급속도로 쌓을 수 있었음.

그런데 일본은 다름. 중국에 비하면 내수도 x만하고 정부 권력도 약함. 돈도 없음. 라피더스가 2나노 공정을 개발해도 이걸 누가 써주냐고. 중국은 첨단 반도체를 많이 소비하는 IT 제조 기업과 팹리스가 많은데, 일본은 그럴 업체들이 전무함. 라피더스에 생산을 위탁할 업체라곤 사실상 미국 빅테크들밖에 없는데 걔들이 대가리에 총맞지 않는 이상 라피더스에 주문을 넣을 리가 없지. 라피더스 사장이 최근에 TSMC, 삼파 등 메이저 업체들과의 경쟁을 포기하고 대신 슈퍼컴퓨터 등에 집중하겠다고 꼬리를 내렸는데 처음에 예상했던 대로 아주 순조롭게 ㅈㅗㅈ망의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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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관점에서 나는 TSMC와 애플의 연합이야말로 IT 업계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연합이라고 생각함. 첨부가 작년 기준 TSMC의 주요 고객사 순서임. 딱 봐도 애플의 비중이 가장 압도적임. TSMC가 파운드리 선단공정을 개발하면 애플이 대량 주문을 넣고, 단일 고객사의 단일 제품을 엄청나게 많이 생산하면서 TSMC는 공정을 안정화시키면서 그것이 다시 노하우로 기술력 우위가 되고, 그렇게 파운드리 선단공정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갖춘 TSMC의 선단공정 칩을 독점함으로서 애플은 AP 성능의 엄청난 차별화를 가져오고, 이런 선순환 과정을 통해 애플과 TSMC는 전 세계 최강의 IT 연합이 될 수 있었음.

삼파가 TSMC에 결정적으로 뒤쳐지게 된 계기도 결국 애플 물량을 2017년부터 전부 TSMC에 뺏긴 것이라고 생각함. 그 전까지는 후발 주자지만 그래도 할 만 했었다면, 경쟁사 삼전을 견제하려는 애플의 의도와 더불어 기술 경쟁에서 삼파가 삐끗해서 뒤쳐지게 되면서 애플은 TSMC에 주문을 몰아주게 되었고, 바로 그 때부터 격차가 돌이킬 수 없이 벌어지게 되었다고 생각함. 삼파가 TSMC에 크게 뒤쳐지게 된 데에는 코코넛의 삽질 등 다른 여러 요인들도 많지만 저게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봄.

바로 이 때문에 미국 정부가 TSMC를 조질려면, 반대로 인텔 파운드리를 키울려면 TSMC에서 애플을 뺏어 오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함. 앞서 중국의 사례에서 이야기한 금수저 사회 초년생을 아빠 빽으로 취업시켜서 경력을 쌓게 하는 것과 동일함. 그리고 그것이 TSMC를 약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에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진짜 꿩먹고 알먹기지. 특히 현재 계획된 TSMC 미국 FAB이 가동하면 TSMC 5나노 이하 선단공정 CAPA의 25%를 미국에서 생산하게 되는데, TSMC가 미국 FAB에서 생산된 칩 가격을 30% 올리기로 했고, 또 앞으로 미국 FAB CAPA 비중이 25%에서 더 높아질 것을 감안하면 같은 미국 FAB에서 생산하더라도 칩스 법 보조금을 거의 몰빵해서 받을 인텔 파운드리의 가격에 큰 메리트가 생기게 될 수밖에 없음.

그리고 애플은 중국 똥꼬를 대놓고 빨면서 미국 정부에 찍힌 게 많고, 따라서 그것을 빌미로 미국 정부가 인텔 파운드리에 주문을 맡기라고 협박할 가능성이 꽤 높다고 봄. 그리고 GPU, CPU에서 시장이 겹치는 AMD, 엔비디아와 다르게 애플은 인텔과 시장이 겹치지도 않고. 그리고 "대다수 미국인들이 사용하는 아이폰을 미국 회사가 미국 공장에서 만든다."라는 정치적인 홍보 효과 때문에라도 미국 정부가 애플에 집착할 것 같음. 그렇게 금수저 부모 빨로 애플 물량을 받아서 많이 생산하다 보면 인텔 파운드리도 TSMC와의 기술력과 점유율 격차를 많이 줄일 수 있겠지. TSMC가 핵심 고객사를 상실해서 큰 타격을 받으면 당연히 삼파한테도 간접적인 이득이 생기는 것이고.

결론적으로 자꾸 빠가사리들이 당장만 보고 이야기하는데 미국 정부의 탈중국, 탈대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은 10년을 바라보고 하는 장기 프로젝트임. 파운드리 선단공정을 독점하는 게 TSMC인데 대체가 금방 되겠냐. 이걸 몇번이고 강조해도 못 알아먹으니 진짜 코미디가 따로 없음.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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