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은행권은 조선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과당 경쟁을 막고 구조조정을 차질없이 하기 위해서는 가이드라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준을 완화하면 조선사들이 자구 노력을 게을리할지 모른다”며 “인력 감축을 통해 생산 효율을 높여 가격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당장 기준을 완화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반면 조선업계는 가이드라인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선박 가격이 원가 이하로 떨어지는 바람에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중국과의 수주경쟁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영국 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가 많이 건조하는 초대형유조선(VLCC) 가격은 9월 현재 척당 8100만달러로 2008년 9월(1억6200만달러)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일감이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고정비 손실이 가이드라인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척당 수주 가격이 원가보다 낮으면 당장 손실을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물량을 수주하면 고정비를 충당하면서 결과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업체를 고사시키려는 중국 업체의 ‘시간벌기 전략’도 이 같은 계산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중견 조선사 관계자는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현 수준의 가이드라인으로는 빈 도크를 채울 수 없다”며 “합리적 수준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