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권에서 겨우 주당 52시간으로 줄여놨던 최대근무시간을 이제는 69시간으로 늘린다고 합니다.
결국 보수당과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원하는대로 되었네요.
52시간을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는 "52시간만 일하고 저녁 못먹는 삶보다는 더 일하고 돈 더 버는게 낫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그런 분들이 여기에도 있다면 정말 한번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정말 주 52시간을 근무하는게 부족하신가요? 정말로 자기가 온전하게 자신의 육체적/정신적 재충전을 위해 혹은 가족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 돈을 벌어야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신가요?
52시간도 주당으로 따지면 일주일 중 4일을 10시간을 일하고, 하루 정도는 12시간을 일해야 채울 수 있는 시간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출근할 때 소요되는 시간이 편도로 1~2시간이라고 가정하면 왕복에만 2~4시간을 씁니다.
게다가 그 시간 전에 일어나서 밥먹고 씻고 준비하는데도 적어도 1시간, 넉넉히 2시간은 잡아야겠죠. 퇴근 이후에 저녁을 먹고 씻어야하고 다음 날 출근을 준비해야겠죠. 가족이 있는 분들은 아이 양육에도 시간을 안 쓸 수 없을겁니다.
그렇게 다 따지면 하루 근무하는 시간외에 최소 4시간에서 6시간 혹은 8시간은 날리게 됩니다.
그러면 결국 자는 시간 제외하고 12시간에서 최대 16시간을 일하는 시간 포함하여 깨어있어야한다는 겁니다. 자유시간없이요. 그나마 12~14시간이면 정말 운이 좋은 것이고, 대부분은 보통 16시간에서 18시간을 자유시간없이 보내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아참, 점심먹는 시간은 포함을 안시켰네요. 점심 시간은 보통 1시간을 주기때문에 사실상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최소 9시간을 보내야한다고 봐야죠. 그럼 운이 좋으면 13~15시간이고, 그렇지 않으면 보통 17시간에서 19시간을 자유시간없이 깨어있는 상태여야하는 거네요. 여기에 야근이 끼면 어떻게 될까요?
야근을 1시간이라도 더 하는 순간 아무리 운이 좋은 사람도 14~16시간 이상을 회사일 포함한 자유시간없이 하루를 보내야하고, 보통 사람은 18시간에서 20시간을 자유시간없이 깨어있어야한다는 계산이 나오네요. 그럼 운이 좋으면 잠잘 수 있는 시간 + 자유시간이 10시간이고 운 나쁘면 4시간 혹은 그 이하가 된다는 계산이 나오네요.
물론 본인이 정말 본인의 일을 너무 사랑해서 일을 하는 매 순간이 즐겁고 행복하면 전혀 문제는 없겠죠. 문제는 본인이 하고 싶지는 않지만 해야만 돈을 벌 수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아무리 일을 많이해도 본인의 건강이나 생활을 위협하는 수준까지오면 그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정말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약자, 특히 노동자들의 권리가 악용되는 것에대해서 눈을 감아왔습니다. 경제 성장이라는 명목으로 소위 "사람을 갈아넣는다"라는 말이 농담처럼 쓰이는 사회가 되었죠. 이런 말을 선진국 서유럽이나 미국, 또는 이웃국가 일본사람들이 들으면 어떤 반응을 할지 그림이 그려집니다. 일본 사람도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보았지만, 일본은 이정도로까지 노동자를 혹사시키는 문화는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사람과 이야기를 해보고 알게된 사항입니다. (어쨌든 우리나라와 일본의 노동환경을 비교하려는 의도의 글은 아니니, 쓸떼없는 태클은 사양하겠습니다.)
그렇게 사람을 갈아넣어서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지만, 그로인해 인권에 대한 의식수준은 매우 낮아졌고, 모든 사람이 자신의 건강에 좋지 않고, 충분히 취해야할 7~8시간 정도의 수면 시간을 줄여가면서까지 노력하고 일해야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일본과 이탈리아, 캐나다 등 일부 G7국가들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수준의 경제력을 만들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배가 고픈것인지(혹은 노동자 혹사에 대한 중독성을 버릴 수 없는 탓인지) 이제 또 노동자로써, 인간으로써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삶의 질마저 포기하는 것을 종용하려합니다. 마치 전근대적인 반인권/노동자탄압 사회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전세계 그 어느 국가들의 노동자보다도 열심히, 성실하게, 혹은 그 보다도 더 자신을 학대하는 수준으로 많은 것을 회사와 국가를 위해 희생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수십년간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일하는 기계로 여겨왔고, 우리의 권리를 스스로 부정하면서 비겁하게 스스로의 삶을 기만해왔습니다. 이제는 우리를 포함해서 우리의 후손을 위해서 그런 잘못된 관행을 타파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전의 탄압의 시대가 그리웠던 나머지 우리 자신과 우리의 후손들, 더 넓게는 우리의 부모들을 스스로 더 학대해야만하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노조를 욕합니다(이는 사실 편향적으로 기업가와 기득권들의 편을 들며 보도하는 기성 언론과 미디어의 잘못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노조가 정말 무슨 역할을 하고, 그들이 왜 그러한 요구를 하는지, 지금 사측이 노동자를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 이러한 정황들을 자세하게 알아보고 따져가면서 상황을 판단하는 사람은 많이 보질 못했습니다. 사실 그렇게 하기에는 개개인이 먹고 살기도 바쁜데 귀찮을 수 있죠. 본래 그런일은 언론에서 제대로 해 주어야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는 우리의 눈과 귀를 막으려는 기득권들과 그들을 호위하는 언론에 둘러쌓여 있는 나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눈 뜨고 코베이지 않으려면 스스로가 정보를 제대로 판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려는 의지를 가진 분들을 저는 많이 보질 못했습니다. 한국의 쳇바퀴같은 현실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기성언론이 그냥 던지는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편향된 정보만을 편식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정치인을 욕할 자격은 없다고 봅니다. 본인이 그만큼 정치와 사회에 대해 "충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으니까요.
한국의 작금의 현실에서는 모든 사람이 지금 보다도 훨씬 더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방면에서 정보를 취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보를 판별하는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가 중요해지는 세상인 만큼, 제발 우리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 "약자의 권리를 등한시하는 나라"라는 굴레를 벗을 수 있도록 개개인이 노력했으면 합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지만, 우리가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말 더 많은 관심을 정치에 기울여야합니다. 선거에 나오는 개개인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고, 어떠한 정책을 내거는지, 그가 속한 당은 어떠한 성향인지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현재 정치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관심을 꾸준히 가져야만 합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어떠한 나라를 원하는지, 어떠한 나라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개개인이 청사진을 가져야합니다. 개개인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철학을 가지기 위해서는 고전을 읽는 것도 정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라톤의 국가,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고전이 아니라면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 등등 도 좋은 서적입니다. 이러한 독서가 아니더라도, 세계적으로 훌륭했던 정치인과 법조인들을 찾아보고, 그들은 어떤식으로 나라를 다스리려 했는지를 배워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나라가 후진국스러운 과거로 회귀하려는 것이 너무도 안타까워서, 또 그 이유가 점점 더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게 아닐까하는 노파심때문에 한자 적어보았습니다.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해서 정치에서까지 눈을 돌려버리면, 우리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을 없애는 것이 됩니다. "다 그놈이 그놈이야"하기전에,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과연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치에 충분한 관심을 가진 것인가?"하고 말입니다. 귀찮더라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야 자신의 삶을 가장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 만으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삶을 가장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이 사는 환경을 바꾸는 것이고, 그렇게 하려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쳇바퀴가 아무리 황금이라고해도, 내 체력이 아무리 좋다고해도, 쳇바퀴를 계속 굴러야만하는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그 쳇바퀴에서 내려와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합니다. 아무리 쳇바퀴를 굴려도 하루 8시간 이상은 절대 할 수 없다. 무조건 4시간 일하면 식사시간 및 휴게시간을 가져야한다. 8시간을 돌리면 무조건 퇴근이고, 그 이상 일하게 되면 1.5배 이상의 시간당 보수를 보장하라. 주말은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무조건 쉰다. 아이를 낳으면 무조건 6개월~1년 이상은 육아휴직을한다, 등등 자신의 권리를 위한 목소리를 스스로 내야합니다. 그런 자존감있는 개인들이 뭉칠때야 비로소 세상이 반응하고 바뀌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가 군사 독재의 시대에 살고 있지는 않기때문에, 우리의 목소리를 정치인들은 들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직 우리에게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계속 자신의 권리에 대해 침묵하다보면 그 누구도 우리를 지켜줄 수 없고,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환경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은 "저출산"이라는 결과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다수의 산업과 경제를 이끄는 노동자들의 대한 처우와 삶의 개선이 그 무엇보다도 절실합니다. 더 이상 "약자를 짇밟는 나라"에 저는 적어도 살고 싶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모든 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주저하지말고,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을 뽑거나, 아니면 자신의 권리를 대표하는 집단에 가입해서라도 정치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민주주의의 시민으로써 마땅히 수고해야할 일이기도 합니다.
이 문제가 결국 경제 문제와도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하여 이곳에 적어보았습니다. 길이 길어진 점 양해부탁드립니다만, 정말 현 시국이 답답한 마음에 울분을 토하는 마음으로 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