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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10-02 17:13
[잡담] 일본 메모리 반도체가 망하는 이유.jpg
 글쓴이 : 강남토박이
조회 : 2,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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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장치산업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바로 감가상각비와 CapEx라고 생각함. 특히 CapEx 전략을 이해하면 산업의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음. 그렇게 보면 22년 기준 S-OIL의 매출액이 42조 원, SK하이닉스의 매출액이 44조 원으로 서로 비슷한 수준임. 그런데 재밌는 게 첨부에 나왔듯 S-OIL의 연간 감가비와 CapEx가 5862억 원과 4189억 원인데 비해, SK하이닉스는 무려 13.5조 원과 18조 원에 달했음. 같은 장치산업이래도 격차가 어마어마한 수준임. 사실 모든 장치산업을 통틀어서 감가비와 CapEx가 이렇게 무지막지한 산업은 반도체밖에 없음.

 

이러한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는 제품이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 발전에 의해 급격히 진부화 되고, 따라서 최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지속적인 설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기 때문임. 즉, 메모리 반도체 산업과 다른 장치 산업들의 가장 큰 차이는 다른 산업들은 설비투자 몇 년 안해도 영업에 그리 큰 지장은 없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설비투자 몇 년 안하면 그냥 끝장이라는 사실임.

 

예컨대 석유화학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폴리에틸렌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성분이나 특성이 달라진 게 거의 없음. 사실상 똑같은 제품임. 정유사에서 원유를 정제하는 것도 상황은 똑같음. 그래서 석유화학 및 정유 업체들의 CapEx 투자는 설비 업그레이드보다는 유지보수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음. 그래서 22년도 S-OIL의 자본적 지출을 보면 공정개선 및 유지보수가 2720억 원으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 설령 유지보수 투자를 좀 쉬어도 정제되어 나오는 제품의 품질이 조금 하락하거나 설비 노후화로 수선비가 좀 증가할 뿐, 생산한 제품을 파는데 문제가 거의 없음.

 

그러다 보니 석유화학 및 정유 업체들의 CapEx는 정유 플랜트를 짓는 초창기에 아주 크게 발생하고, 그 이후에는 거의 유지보수 투자 정도만 소액으로 발생함. 예컨대 23년에 S-OIL의 자본적 지출 금액이 2조 791억 원으로 갑자기 크게 증가하는데, '사힌 프로젝트'라고 9.2조 원 규모로 울산에 초대형 석유화학 플랜트를 짓는 사업을 새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임. 그래서 26년까지는 투자비가 매년 2~3조 원씩 크게 발생하다가 건설이 끝난 후에는 투자비가 급감하여 유지보수 투자 정도만 발생할 것임. 그리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생산하는 제품에 거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정제 설비의 감가상각 년수도 15년으로 매우 김. 9조 원 들여서 플랜트 지으면 매년 감가비가 6천억 원 씩 발생하는 것임.

 

그런데 반도체는 상황이 전혀 다름. 예컨대 10년 전에 디램 주력 제품이 2ynm 공정 4Gb DDR3이었는데, 지금은 1anm 공정 16Gb DDR5임. 속도, 성능, 제조원가 모두 비교할 수 없이 개선되었음. 그때와 지금의 디램은 사실상 전혀 다른 제품임. 훨씬 더 좋은 제품이 훨씬 더 쌈. 그래서 지금 시장에 2ynm 4Gb DDR3은 팔려고 해도 팔 수가 없음. 완전 구석기 시대 골동품이 되어서 수요 자체가 없음. 그래서 반도체는 신규 FAB 건설뿐만 아니라 기존 FAB 설비 업그레이드에도 매년 엄청난 돈을 투자해야만 함. 설비 업그레이드 몇 년만 쉬면 해당 FAB은 아예 상업성을 상실함. 그리고 생산하는 제품이 금방 진부화 되다 보니 기계장치들의 감가상각 년수도 5년밖에 안 됨. 기계장치가 자산성을 갖는 기간을 5년밖에 인정해주지 않는 것임. 상각 년수가 짧으니 연간 감가비도 엄청 큼.

 

이 말은 반도체 산업은 설비투자 쉬어서 최신 공정으로 전환하지 못 하면 선도 업체와의 격차가 돌이킬 수 없이 벌어진다는 뜻임. 선도 업체들은 훨씬 더 좋은 성능의 메모리 칩을 훨씬 더 싼 원가에 찍어낼 수 있게 되거든요. 더구나 한번 격차가 벌어지면 그 격차는 더더욱 벌어지게 됨. 호황기 때 돈도 별로 못 벌면서 불황기 때는 훨씬 더 많은 적자를 보게 되기 때문임. 이렇게 사이클이 몇 번 반복되면 격차가 더더욱 벌어져서 못 버티고 망한 게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역사임. 한번 경쟁에서 뒤쳐지면 후발 주자가 버틸 방법이 없음. 설비투자 몇년 쉬어서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제품을 찍어내서 팔아도 그리 큰 문제가 없는 다른 장치 산업들과는 그 상황이 완전히 다름. 메모리 반도체가 괜히 치킨게임이 난무한 산업이었던 게 아님.

 

그래서 내가 이번 낸드 치킨게임에서 가장 주목한 게 키옥시아/WDC의 CapEx임. 다른 건 별로 관심도 없었음. 보유 현금이나 부채비율 이런 건 오히려 CapEx보다 훨씬 덜 중요한 지표임. CapEx 투자를 계속 못 하게 된다면 이번 다운턴에서 저 둘의 경쟁력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기 때문임. CapEx를 줄인다는 것은 미래를 팔아 당장 현재를 사는 것에 불과함. 보유 현금이 당장의 치킨게임에서의 생사를 결정한다면 CapEx시간은 더 걸릴 수 있지만, 그 대신 확실한 죽음을 결정함. 그렇게 보면 내년에 저 둘의 CapEx는 올해 대비 크게 더 감소할 것 같음. 올해 CapEx를 작년 대비 거의 절반으로 줄였는데도 더 줄이는 것임. 까놓고 말해서 희망퇴직 받는 회사가 투자를 늘리는 게 가능할 리가 없음. 이대로 가면 내년에도 미세공정 전환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됨. 미세공정 격차가 2세대 가까이 벌어지는 것임.

 

그런 관점에서 일본 정부가 돈 몇푼 지원해줘서 키옥시아를 겨우 살린다고 끝이 아니라 장기 생존이 가능하게 만드려면 지난 2년 동안의 설비투자 공백을 따라잡게 수 십조 원 이상을 퍼부어야 하는데, 문제는 그래도 버틴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임. 선도 업체들은 그동안 놀고 있는 게 아니거든요. 경쟁력 상실로 이대로 가면 매년 수조 원씩 까먹게 될 게 키옥시아임. 괜히 일본 정부에서 예전에 엘피다를 포기했던 게 아님. 합병 회사의 IPO가 대흥행하는 게 아니면 이제 회생 불가능한 게 키옥시아/WDC인데 IPO가 어떻게 흘러갈지 참으로 궁금함.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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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rigaBee 23-10-04 11:03
   
응 삼전도 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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