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삼프로TV에서 크리스 밀러 교수와 '칩 워'를 소개하면서 미국의 일방적인 시선이라고 비하하는 발언을
했었는데, 나는 그 말을 듣고 엄청 답답했음. 이 책은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임.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또 한국에 가장
중요한 국가가 반도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보다 더 잘 알수 있는 책은 없거든.
이 책의 핵심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음. "반도체는 경제·군사·기술의 핵심 요소이며, 반도체를 차지하는 국가가 패권을 차지한다. 그리고 이 산업을
창조하고 지배하는 것은 바로 미국이다." 이 것임. 그래서 미국은 자신의 패권에 도전하던 국가들(소련, 일본, 중국)을 전부
반도체를 통해 꺾었고, 또 꺾으려 하고 있음.
그런 관점에서 해당 책에서 한국인 입장에서 보기에
사실과 다르고, 또 불편하다고 느낄 내용들이 많음. 예컨대 한국이 일본을 밀어 내고 디램을 차지한 것도 한국이 잘해서라기보다는
미국이 일본 반도체를 몰락시키기 위해 '적의 적은 친구'라는 논리로 한국을 지원해준 게 가장 컸다는 것임. 그런데 거기에서
사실관계를 따지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음. 미국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중요한 것임.
그래서
반도체에 대해서는 되도 않는 중립이나, 또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가는 ㄹㅇ 뼈도 못 추릴 수 있음. 미국이 이토록
반도체를 중시하는 상황에서 어설픈 중립외교 기교질로 몇 푼 더 벌어볼려다가 미국을 자극해서 대가리가 깨지기보다는, 그냥 애초부터
철저하게 미국 편에 붙는 게 맞다고 생각함. 그것이 바로 '칩 워'가 한국 반도체와 한국 외교에 주는 가장 큰 교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