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에 초토화된 롯데, 총수는 재판에 발 묶여
억울해도 하소연 못하고…신동빈 '1년의 악몽'
경영권 분쟁·최순실 게이트에 수시로 법정 불려나가.
신 회장은 새로운 롯데를 만들고 싶었다. ‘어제의 롯데’에 덧씌워진 이미지를 벗겨내야 새로운 50년, 100년을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갑질기업’ ‘내수기업’이라는 인식과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이 극복해야 할 숙제였다. 그는 직원,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바꿔나가기 시작. 기업문화 개혁이었다. 내수기업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인수합병 및 투자 계획도 짰다.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발표. 그때 신 회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1년이 흘렀다. 며칠 전 롯데는 창립 50년을 기념해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불꽃축제를 했다. 수백만명이 쇼를 즐겼다. 하지만 신 회장은 마음이 무거웠다. 지난 1년간 롯데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 아니 후퇴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 사업은 존폐 위기에 몰렸다. 중국 내 롯데마트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자금난까지 몰려왔다. 현지법인 증자를 통해 연명하고 있다. 글로벌 인수합병 계획은 전면 중단. 롯데 사람은 말한다. “지금 지배구조, 기업문화 개혁을 얘기하는 것은 사치”라고. 또 사드 부지를 내놓고, 그로 인해 엄청난 보복을 당하는데도 롯데를 일본 기업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안타깝다고 했다.
신 회장의 처지도 마찬가지. 그는 지난 2주간 네 차례 법정에 섰다. 롯데그룹의 경영비리 관련 재판이었다. 재판 준비 외에 어떤 일도 할 수 없었다. 이 재판은 오는 11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20시간 동안 검찰조사. 검찰은 곧 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 신 회장은 기소되면 두 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아야 한다. 서초동에서 살다시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
롯데의 책임, 정부의 책임.
신 회장과 롯데 임직원에게 지난 1년은 악몽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 원인을 다시 살펴봐야 할 시간.
전문가들은 1차적 책임은 롯데에 있다고 말한다. 롯데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는 화를 불렀다. ‘껌 팔아 돈 벌고, 직원 대우 제대로 안 해주고, 협력업체에는 강압적이다’는 이미지. 직원과 협력업체의 불만은 곧 사회의 불만이 됐다. 검찰은 잘 알고 있었다. 작년 6월 검찰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이 팽배해지자 롯데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신격호 시대에 행해진 불투명한 거래 등이 개혁을 하려는 신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여기까지가 롯데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도 롯데의 약점을 물고 늘어졌다. 사드 부지를 내놓으라고 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도 마찬가지. 당시 청와대 권력은 아무도 견제할 수 없었다. 청문회장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정부에서 내놓으라고 하면 어떤 기업인이 싫다고 할 수 있겠는가.” 보복이 두려웠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