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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12-17 11:27
[잡담]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전략과 각 국가별 손익
 글쓴이 : 강남토박이
조회 : 1,299  

파운드리: 파운드리는 계속 말했지만 미국은 향후 10년 안에 파운드리 선단공정에서 TSMC 점유율을 절반 이하로 낮추는 게 목표라고 생각함. 이는 미국에 가장 중요한 핵심 국가안보 문제이며, 따라서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임. 이를 위해서 미국이 TSMC를 조지고 인텔을 미친듯이 밀어주는 것이지.

디램: 디램에서도 미국의 기조는 명확함. 탈대만과 미국으로의 리쇼어링임. 현재 마이크론의 디램 CAPA 70%가 대만, 30%가 일본임. 그런데 마이크론은 미국 뉴욕 주에 20년 동안 1000억 달러를 투자해서 향후 디램 CAPA의 60%를 미국에서 생산할 계획임. 마이크론 주력 디램 FAB이 대만에서 미국으로 옮겨가는 것임. 그런데 마이크론도 그동안 비용 때문에 미국에 디램 FAB을 거의 두지 않았었고, 또 하닉도 미국의 높은 비용 구조 때문에 10년 만에 미국의 디램 FAB을 폐쇄했음. 특히 디램은 성능보다 가격이 중요한 범용 부품이기 때문에 원가가 훨씬 더 중요함. 그런데도 미국이 디램을 대만이 아니라 본토에서 직접 생산하려고 한다는 사실은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함.

첫 번째로 AI 혁명으로 HBM처럼 컴퓨팅 파워에서 디램의 중요성이 엄청나게 높아졌고, 그 때문에 자국의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미국이 직접 생산하려고 하는 것임. 두 번째로 디램이 더 이상 단순 범용 부품이 아니라 HBM처럼 점점 맞춤형 고부가가치 제품이 되면서 이제는 미국에서 생산하더라도 충분히 이익이 남겠다는 계산이 선 것임. 이 두 가지 측면은 디램의 장기 전망이 아주 좋을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함. 그러니까 미국이 직접 생산하려고 하겠지.

그런데 마이크론이 미국 뉴욕 주에 대규모 디램 FAB을 짓고, 일본 히로시마 디램 FAB을 확장한다고 해서 그것이 미국이 지금 TSMC에 그러는 것처럼 한국 디램을 견제하고 몰아내려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함. 그러기에는 마이크론의 투자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임.

디램의 연간 피크 매출이 21년 930억 달러였고, 25년에 1000억 달러 이상으로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리라는 전망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디램 업계의 평균 CapEx Intensity(=CapEx/매출액) 30~40% 정도임. 그 말은 앞으로 디램 업체들의 연간 CapEx가 최소 300억 달러 이상이 된다는 뜻인데, 마이크론이 미국과 일본에 투자하는 금액(미국: 20년 1000억 달러->연간 50억 달러, 일본: 5000억 엔)은 디램 시장의 거의 3/4를 차지한 삼전과 하닉의 디램 점유율을 대체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임.

만약 진짜로 미국이 디램에서 삼전과 하닉을 몰아 내려면 인텔이 TSMC 대체한다고 칩스 법 보조금 몰빵 받아서 파운드리에 거의 연간 300억 달러 이상 때려 넣으려는 것처럼, 마이크론도 디램에 그만큼 연간 수백억 달러 이상을 들이 부어야만 함. 즉, 마이크론의 미국과 일본에서의 디램 투자는 삼전과 하닉을 디램에서 몰아 낸다기 보다는 디램의 중요성이 아주 높아짐에 따라 탈대만 리쇼어링을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함. 또 결정적으로 대만과 TSMC와 달리 한국을 조지면 미국은 큰 손해만 보지 이득볼 게 전혀 없음.

낸드: 낸드의 상황은 디램과는 좀 다름. 디램과 달리 낸드는 미국이 본토에 FAB을 지을 계획이 없음. 이 말은 미국이 낸드의 중요성과 부가가치를 디램보다는 낮게 본다는 뜻임. 낸드는 성능보다는 가격 대비 용량이 가장 중요한 스토리지이고, 그렇기 때문에 굳이 비용 비싼 미국에 낸드 FAB을 짓는 건 수지타산이 매우 안 맞음. 실제로 AI 컴퓨팅에서도 스토리지의 중요성은 메모리 디램보다 훨씬 낮음. 대신 중국 YMTC를 견제하고, 이를 위해 낸드도 디램처럼 3자 독과점화 하여 진입 장벽을 높이고, 굳이 미국이 아니더라도 믿을 만한 우방국에 FAB을 두는 프렌드쇼어링 정도로 만족한다고 생각함.

이 때문에 미국이 낸드 치킨게임에서 키옥시아/WDC를 퇴출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라고 생각함. 이번 키옥시아/WDC 합병 과정에 미국 정.부가 강하게 개입했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처럼 미국은 국가안보 관점에서 낸드 산업 구조조정을 아주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음. 이런 상황에서 하닉이 강하게 반대해서 키옥시아/WDC 합병이 파토가 났는데, 미국이 합병을 찬성한다면 절대로 하닉이 저렇게 나올 수 없었겠지. 결정적으로 키옥시아 대주주인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도 합병에 동의하지 않았음.

그래서 결국에는 합병이 무산되어 독자 생존이 불가능해진 키옥시아/WDC를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이 전부 흡수합병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함. 대신 일본 정.부는 최소한 일자리와 FAB이라도 지키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마이크론이 키옥시아 직원들의 고용을 그대로 승계하고, 또 향후에도 일본에 계속 낸드 FAB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마이크론이 키옥시아를 인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함. 그래서 장기적으로 일본은 저렴한 생산 비용을 바탕으로 디램뿐만 아니라 낸드에서도 미국 마이크론의 하청 생산기지가 되어 앞으로도 낸드에서 계속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함.

그래서 결론적으로 칩스 법과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각 국가별 손익을 따져 보면 다음과 같음.

1. 중국, 대만: 최대 피해자들임.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대만도 TSMC의 점유율을 절반 이상 상실하게 되면서 대만 국가안보 전략의 핵심인 실리콘 방패가 무너지게 될 것이고, 또 파운드리에서 지금 같은 지위를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게 될 것임. 뿐만 아니라 대만의 마이크론 디램 FAB도 장기적으로 미국으로 거의 대부분 옮겨가게 될 것임.

2. 일본: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으로 일정 부분 이득을 보는 것도 맞는데, 그 과정에서 마지막 일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키옥시아를 상실할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이득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함. 자체 칩메이커가 하나도 없으면 일본은 잘 해봤자 타국 칩메이커들의 하청 생산기지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임. 결국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라피더스가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데, 자국 기업들마저도 실현 가능성을 극히 비관적으로 봐서 아무도 출자 안 하는 상황에서 과연 라피더스가 성공할 수 있을까?

3. 미국: 칩스 법의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인텔임. 이에 대해서는 그동안 계속 강조해 왔으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함.

4. 한국: 칩스 법의 최대 수혜 '기업'이 인텔이라면, 한국은 칩스 법의 최대 수혜 '국가'임. 일단 메모리에서는 아주 위협적이었던 중국 YMTC와 CXMT의 진입을 미국이 차단해 주었고, 또 낸드도 3자 독과점화 되면서 큰 이익을 보게 될 것임. 더불어 디램은 (미국이 직접 FAB을 세우려고 할 정도로) AI 혁명의 최대 수혜자로서, 그 AI 디램을 주도하는 것이 바로 한국 기업들임. 또 가장 큰 리스크였던 중국 내 메모리 FAB 문제도 미국의 VEU 지정으로 그 리스크가 상당히 많이 해소되었음.

그리고 파운드리에서도 TSMC를 미국이 조져 줌으로서 반사 이익을 보게 될 것임. 인텔만으로는 TSMC의 시장점유율을 다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삼파에게도 일정 부분 콩고물이 떨어지게 될 수밖에 없음.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 너무나도 비효율적이기 때문임. 그러니까 미국이 인텔에 세금을 때려 붓는 것이고. 그게 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용임. 미국이 목표로 하는 TSMC 점유율 반토막을 달성하려면 동맹국들의 도움이 필수적임. 그래서 크리스 밀러 교수도 대만 TSMC를 대체하는 데 한국을 포함한 우방국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한 것임.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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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wave 23-12-17 13:25
   
읽을만한 글이라 추천하고 싶은데 추천 메뉴가 없네요.
올바름 23-12-19 00:21
   
좋은 글이네요 잘 봤습니다
네고갱님 23-12-19 08:33
   
4번에 오타가 있네 칩스 법의 최대 수혜 국가는 미국임
미중분쟁에서 가장 이득 보는 것도 미국
패권경쟁이 단지 자존심 싸움이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글로벌 단위의 엄청난 이권 다툼인데
그다음은 일본임 반도체 첨단경쟁이 이미 망해버렸는데 다시 불꽃이라도 띄울 기회를 준다는거니까
이게 얼마나 후한 대접이냐면 예컨대 동남아는 이미 인텔공장도 있는데도 단지 혜택만 노리고 들어선거지 동남아 산업육성 인재육성 같은 것도 없음 미국이 그런 참여기회조차도 안 준다는거지
그다음이 우리지 우린 수혜를 많이 받아도 그만큼 대가를 많이 치뤘음 플러스마이너스해서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우리가 잘해야 하는거고 아직 결과 나오려면 멀었고
혜성나라 23-12-19 17:41
   
강남이 좋은글 섰구나, 그런데 미국놈들 들어와 들어와 하면서 인텔하고 마이크론만 칩스법에 근거한 돈을 지급하고 삼성과 TSMC은 0원 주고 정말 자유무역깨고 보호무역의 진수를 보여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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