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모터에 껍데기 붙이면 그만 아니야? 중국도 금방 따라잡겠네?라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그런데 중국이 만든다는 전기자동차 수준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자동차가 아닙니다. 최대 시속이 120Km이고, 안전등급은 받지도 않는 차량들입니다. 간단히 말해 골프 카트에 껍데기 씌운 수준이에요.
내연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로앤캡등 선진국 시장 안전등급 별3개 이상 받은 차량이 거의 없는 수준이고, 최근 들어 까다로워지는 신규 안전기준 적용되면 별 2개 받을 차량도 없습니다. 이제 자동차가 그냥 빠르면 그만인 상황이 아닙니다. 현대의 N시리즈가 해외에서 주목받고, 호평받는 이유 역시 디자인보단 자동차 선진국 시민들의 주행감성을 만족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이미 내연기관 엔진과 변속기, 현가장비를 국산화내재화한 현대가 장장 20년을 골머리를 싸메고 덤벼서 간신히 여타 선진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된 겁니다. 엔진과 변속기, 현가장치, 프레임을 잘 조합해 최적의 주행성능을 도출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 단순히 좋은 엔진, 좋은 변속기 사다가 조립하는 수준으론 세계시장에 전혀 통할 수 없다는 겁니다.
모터에 배터리만 있으면 다 만드네?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론 그럴 가능성이 무한히 "0"이란 말입니다.
분명히 같은 모터와 같은 배터리를 써도 어떤 프레임에 어떤 현가장치를 조합하느냐에 따라 가속성과 안정성, 코너링이 다를 겁니다. 이 분야는 좋은 부품 조합하고, 이론상 설계 최적화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냥 해보고 실패한 경험이 켜켜히 쌓여야 최적화가 가능한 부분입니다.
내연차에서도 기본기 탄탄하고, 주요 구성품 전부 수직계열화한 현대가 20년 걸려 따라잡은 게 주행감성입니다. 하드스펙은 90년대 말에 따라잡았지만, 소프트스펙 따라잡는데 거의 20년이 걸린 겁니다. 지금도 여러 후발국 기업들이 돈만 있으면 엔진, 미션, 기초 프레임. 다 살 수 있습니다. 이걸 조합해서 제품을 만드는 건 전혀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벤츠 S클래스 엔진과 미션? 다 수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거 사다가 벤츠 S클래스만큼 만들 수 있느냐? 이건 전혀 별개예요.
지금 현재조차도 가속과 감속은 전자제어 영역이고, 코너링등에 필요한 차량 자세제어조차도 전자제어입니다. 심지어 브레이크도 전자제어 영역이고, 이 기술이 없으면 똥차 소리 듣는 겁니다. 이런 전자제어 기술력과 그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와 알고리즘 모두 갖추고 있는 완성차 회사가 열손가락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런 아날로그 영역 기술은 의외로 따라하기 힘듭니다. 전자통신 기기 기본기라 할 전자파 차폐에서도 애플은 아직도 기존 선발주자를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기를 시장이 무시하고 있어서 그럴 따름입니다.(중국과 구글, 애플등의 신규 회사들은 전통적인 제조사들 기본기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IT업체들이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고, 이를 탑재해 돈을 벌 순 있겠지만.
구글과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느냐? 그건 불가능한 소리란 말이죠.
테슬라의 예를 들겠지만, 테슬라 역시 미국이란 인프라가 배경에 있으니 가능한 소립니다. 미국 말고 다른 회사에서 그걸 할 수 있느냐? 전 완전하게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럼 테슬라 같은 회사가 또 나올 수 있느냐?
그것도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아직 전기차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선발주자로서 견제를 거의 받지 않았으니까. 지금의 테슬라가 있다고 봅니다. 애플은 아이폰 출시 초기, 밴드게이트, 전자파 게이트등 가장 기본적인 제품기본기를 놓친 적이 많았습니다. 제품이 힘을 받으면 휘거나, 전자파가 많이 방사된다는 것은. 제품 자체의 만듦새, 설계에서 문제를 노출한 겁니다. 하지만 열풍적인 글로벌팬의 옹호와 언론플레이, 켐페인으로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죠.
그런데 자동차라면?
기본기가 곧 안전과 직결되고, 안전은 곧 생명과 직결됩니다.
폰이야 까짓거 휘어도 쓰면 된다, 전자파도 건강에 해로운지 아닌 지 알 수 없다라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차량에 결함이 있다면? 그것도 그냥 넘어갈까요? 이건 결국 기본기가 튼튼한 회사의 도움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한 분야입니다. 헌데 테슬라의 "대박"을 지켜본 기존 자동차 회사가 애플을 제 2의 테슬라로서 보아 넘길까요? 기술을 주고, 퇴직 인력을 흡수하도록 냅둘까요? 전혀 가능성이 없습니다.
선진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카메이커는 전세계에 열개 남짓입니다. 그나마도 전기차 플랫폼을 만들어 안전기준 충족이 가능한 회사는 다섯개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런 마당에 애플카? 가능성이 낮지요. 전기자동차가 모터에 배터리만 해결하면 오죽 좋을까요?
그런데 고속도로에 골프카트 타고 안심할 사람 없잖아요?
동력체계만 전기일 뿐이지, 나머지 모든 구성품은 내연차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더욱 어렵습니다. 사람만이 아니라, 배터리까지 보호해야 합니다. 내연차보다 더더욱 프레임을 설계하고 제조하는 것이 어려운 조건입니다.
프레임 설계와 제조에 이마만한 안전성과 신뢰성, 여기에 경제성까지 부여가능하려면. 수만대의 차량충돌 데이터, 수십년 누적한 판매데이터와 오류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소위 업력이란 게 없으면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 수 없는 분야인 겁니다. 전기차란 물건이...
그런 면에서 보자면. 애플이 현기에게 갑질을 한 이상, 희망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자동차 업계 어떤 회사도 테슬라 이외의 외부인을 껴줄 생각이 없어요. 있다면 중국과 일본 정도일텐데. 글쎄요. 중국과 일본이 애플 가마우지 역할을 자처할까요? 과거 애플은 폭스콘등의 회사에 일본과 한국 제조 거래체의 노하우와 시스템을 전수해주었습니다. 최근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설계 능력이 급신장한 배경엔 애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애플의 전례를 아는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향적으로 움직일까요?
전혀 가능성이 없습니다.
전기자동차는 스마트폰보다 허들이 높고, 높은 노하우와 업력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생명과 직결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동차 회사들은 국가의 비호아래 수십만명의 희생자들 억울한 핏값으로 기술개발한 회사들입니다. 내연자동차 시절에도 엔진, 변속기, 현가장치, 프레임등 다종 다양한 자동차 부품들 모조리 풀어놨어도, 주행감성과 안정성을 확보한 후발주자가 한국과 일본뿐입니다. 서구 자동차 회사들 독무대입니다.
그들만의 리그인데, 여기에 애플을 껴줄 가능성? 전 제로라고 봅니다.
(애플 때문에 모토로라, 노키아가 자빠진 꼴을 보고서도 판을 흔들라고 껴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