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도체 굴기(堀起)를 이끌어온 칭화유니(紫光)그룹의 자오웨이궈(趙偉國·51) 회장이 2개 자회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돌연 사퇴했다. 이를 두고 한국을 위협하던 중국의 반도체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중국 인터넷매체 펑파이(澎湃)에 따르면 자오 회장은 최근 '지나치게 바쁘다'는 이유로 유니그룹 산하 상장사인 쯔광(紫光)주식회사와 쯔광궈신(國芯)의 대표이사 직무에서 물러났다.
쯔광주식회사는 지난 8일 자오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제출한 서면 사직서를 수리했다며 자오 회장이 앞으로 더이상 회사에서 아무런 직책도 맡지 않는다고 밝혔다. 쯔광궈신도 같은 내용의 사직서를 처리했다.
자오 회장도 웨이신(微信·위챗) 단체방을 통해 사임 소식을 확인하며 "너무 바빴다. 상장사의 절차 업무가 지나치게 많다. 관심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영원히 쯔광과 함께 할 것"이라고 썼다.
실제 자오 회장은 이들 자회사 대표에서 물러났음에도 여전히 유니그룹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상장을 앞둔 쯔광잔루이(展銳), 창장(長江)메모리 등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의중이 크게 반영되는 국유기업 유니그룹의 특성상 자오 회장의 직무 축소는 중국의 반도체 진흥전략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양루이린(楊瑞臨) 대만 공업기술연구원 산업경제추세연구센터(IEK) 소장은 대만 중앙통신에 "중국의 미래 반도체 전략이 훨씬 더 현실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니그룹은 칭화(淸華)대 산하의 산학 기업으로 2016년부터 우한(武漢), 난징(南京), 청두(成都)에 1천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립하면서 중국 최대의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중신(中芯)국제'(SMIC)와 함께 중국 주요 은행과 펀드의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서 중국이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대표적인 국유 반도체 기업으로 인식돼 왔다.
칭화대 전자공학과 출신의 자오 회장은 2013년부터 1천억 위안을 들여 16개 관련 기업에 인수하면서 중국 언론 사이에서는 'M&A 광'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중국이 이들 두 기업을 주축으로 2025년까지 반도체 국산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추진해왔다.
양 소장은 "유니그룹의 대주주인 칭화지주가 자오 회장의 지난 수년간 경영성과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했음이 틀림없다"며 "국제 반도체시장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중국 반도체굴기 목표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그간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IC 설계, 파운드리, IC 검측, 재료 및 설비의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려 했으나 지나치게 사업영역이 분산되고 해외 인수합병도 번번이 좌절되며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게 양 소장의 분석이다.
그는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통상갈등이 고조되면서 반도체 분야에서 유니그룹의 인수합병 시도는 한층 어려워질 것이고 이에 따라 중국의 미래 반도체 산업 육성전략이 도전보다는 현실을 좇아 실무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