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가 1,000조에 달하게 된 상황에 또다시 내년 예산안 사상 첫 600조를 편성한 데 대해 "재정 건전성 탄탄해야 진짜 필요할 때 쓸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지난 2년간 총 6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지난해 4차례 추경으로 편성한 예산은 약 67조원에 달하며 올해 들어 약 50조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정부가 1년에 4차례 추경을 편성한 것은 59년 만에 처음이었고, 지난해 3차 추경으로 책정된 35조1000억원도 역대 가장 많은 액수였다. 올해 2차 추경(34조9000억원) 역시 이 최대치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돈 풀기'가 우리나라 경제를 회복시키는 마중물이 됐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경기가 회복되면서 올해 예상보다 더 많은 세수가 걷혔다고도 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국세수입은 248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5조7000억원 증가했다.
문 대통령은 법인세(54조9000억원)와 부가가치세(54조1000억원)가 각각 13조1000억원, 8조3000억원 늘어난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통상 경기 회복에 따라 증가하는 세수로 분류된다.
이러한 확장재정 기조는 내년 예산안에도 반영됐다.
앞서 정부는 2022년도 예산안의 총지출을 전년도 본예산 대비 8.3% 증가한 604조4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이 수치가 6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년 연속 8%를 웃도는 높은 증가율로 현 정부 임기 마지막까지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동시에 국가채무도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0%를 웃돌게 된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해있었던 만큼 확장재정은 불가피한 결정이었지만, 앞으로는 재정 건전성을 고려한 여유 있는 나랏돈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재정의 역할을 말하기 이전에 2017년, 2018년의 무리한 확장재정에 대한 질문이 먼저 있어야 한다"며 "당시 뚜렷한 명분 없이 지출을 늘렸다가 진짜 필요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기 상황이 아닐 때는 아꼈다가 위기 상황이 되면 대폭 돈을 푸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재정 건전성을 탄탄하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으로서는 재정을 더 확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확장재정에서 세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 교수는 "이론적으로 세수가 늘어나려면 재정승수가 1을 넘어서 재정으로 뿌린 것보다 GDP 성장률이 이보다 높아야 한다"며 "우리나라 성장률은 지난해 마이너스이고 올해 플러스로 돌아섰는데 논리가 성립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일부는 초과세수 자체가 정부의 예측이 틀려야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비판받아야 할 일이라고 지적한다.
안 이코노미스트는 "가격 변동에서 오류가 촉발됐던 것"이라며 "정부 예측보다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초과세수가 발생했다. 이를 경기로 연결 짓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