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오피스텔 매매 건수가 벌써 역대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아파트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오피스텔 청약 경쟁률 역시 사상 최고로 치솟고 있다.
12일부터 바닥난방 규제까지 완화돼 오피스텔 시장이 더 과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아파트보다 비싼 분양가에도 청약 경쟁률 1000 대 1 넘어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 오피스텔 매매 건수는 전날까지 5만1402건으로 집계됐다. 2006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많았던 지난해 4만8605건을 이미 추월했다.
아파트 대체재인 오피스텔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해 수요가 몰리고 있다. 아파트는 15억원을 초과하면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을 만큼 규제가 강하다. 오피스텔은 담보인정비율이 통상 1금융권은 70~80%, 2금융권은 90%에 달한다. 오피스텔은 청약할 때 보유 주택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100실 미만 오피스텔은 전매 제한이 없고 100%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아 청약이 쇄도하고 있다. 이달 초 공급된 경기 과천시 별양동 힐스테이트과천청사역은 평균 1398 대 1의 사상 최고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 오피스텔 분양가는 최저 15억원에서 최고 22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12일부터 바닥난방이 허용되는 오피스텔의 면적 기준이 전용면적 85㎡ 이하에서 120㎡ 이하로 완화된다. 이미 지어진 오피스텔도 다시 바닥 공사를 해 온돌을 깔거나 전열기를 설치할 수 있다. 오피스텔 전용 120㎡는 4인 가족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 아파트와 실사용 면적이 비슷하다.
도심 중대형 주거용 상품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지만, 불난 오피스텔 시장에 기름을 붓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비교해 면적과 관리비 측면에서 불리하고 미래 가치도 낮다”며 “아파트 공급 부족 등 왜곡된 시장이 정상화되면 과열된 시장이 빠르게 식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오피스텔 청약 시장에서는 말 그대로 ‘로또급’ 경쟁률이 잇따르고 있다. 오피스텔 시장이 이렇게 뜨거운 적이 없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아파트 공급 부족과 대출 규제, 청약시장에서 소외된 2030세대의 ‘패닉바잉(공황구매)’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여기에 바닥난방 규제까지 12일부터 풀리면 과열 양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 청약과 매매 모두 과열
'이런 적 처음' 투자 열기 역대급…2030도 '패닉바잉' 나섰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경기와 인천의 오피스텔 거래량은 각각 1만6110건, 6537건으로 집계됐다. 아직 한 달반가량이 남은 상황에서 연간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방에서도 강원(673건), 울산(536건), 세종(350건), 전북(211건) 등 6곳의 오피스텔 매매량이 역대 연간 최대치를 넘어섰다. 서울(1만5631건)도 연간 매매량이 가장 많았던 2008년(1만5964건)을 올해 넘어설 게 확실시된다.
오피스텔 청약시장 열기가 매매시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일 청약을 접수한 경기 과천시 별양동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은 89실 모집에 12만4426명이 신청했다. 평균 경쟁률은 1398 대 1로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역대 오피스텔 경쟁률 가운데 가장 높았다. 지난 3일 진행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신길 AK 푸르지오’ 오피스텔도 분위기가 비슷했다. 96실 모집에 12만5919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은 1312 대 1을 기록했다.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면적을 갖춘 ‘주거용 오피스텔’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오피스텔은 담보인정비율(LTV)이 70∼90%까지 인정된다. 반면 아파트는 LTV가 투기과열지구에선 40%(조정대상지역 50%)로 제한되고 15억원을 초과할 경우 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 고분양가 등 부작용 우려
12일부터 오피스텔 바닥난방 기준 등이 추가로 완화되면 중대형을 중심으로 오피스텔 시장이 더 달아오를 전망이다. 그동안 오피스텔 바닥난방과 관련해 정부는 일관되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바닥난방이 전면 허용됐지만 2004년 6월 이후 바닥난방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전세난이 심해지자 2006년 말 전용면적 50㎡ 이하, 2009년 1월부터는 60㎡ 이하 소형 오피스텔의 바닥난방을 허용했고 2009년 8월에는 85㎡까지 허용 대상을 확대했다. 12년 만에 이 기준이 다시 120㎡까지 추가로 완화된 것이다.
아파트 공급에는 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건축도 쉽고 자투리땅을 활용할 수 있는 중대형 오피스텔 공급을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그러나 아파트 공급이 꽉 막힌 상황에서 오피스텔 규제가 추가로 완화되면서 난개발과 공급과잉, 고분양가 등에 따른 피해 등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은 분양가가 15억~22억원으로 인근 아파트 분양가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대형 오피스텔에 바닥난방이 허용되면 사실상 그냥 비싼 아파트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아파트에 적용되는 분양가 상한제를 회피하는 방안으로도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오피스텔은 기존 용적률이 높고 감가상각도 많이 되기 때문에 향후 하락장에서 아파트보다 가격 방어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