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원장 유석재)이 지난 22일 플라즈마 이온온도 1억℃(도씨)를 30초 동안 유지하는 신기원을 열었다.
20초의 기록을 깬지 1년만에 1억도 유지시간을 50% 늘린 쾌거다.
이를 100초까지 늘리면 핵융합 발전 상용화의 기초가 완성되는데 안정성을 기하기 위해 300초(5분)까지 늘릴 것이라는 게 연구원의 계획이다. 연구원은 매년 발표했던 300초 유지 달성시기를 2025년보다는 한해 늦춰 2026년까지 완성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핵융합 발전 기술이 2040~2050년경 상용화되면 대한민국이나 인류는 에너지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현재 사용연한이 70년 정도로 추산(영국 BP 발표)되는 우라늄 매장량과 달리 바닷물 속에는 석유보다 5000배 이상 많은 핵융합 원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 생산에 필요한 대규모 리튬이 존재한다. 이를 이용해 1억℃ 이상의 플라즈마 이온으로 만들어 핵융합을 하는 것이 목표다.
국제적 핵융합 공동 프로젝트는 1985년이 시 발점이다. 미소 냉전이 해빙기를 맞던 1985년 고르바쵸프 당시 소련 서기장이 레이건 미국 대통령에게 인류의 안전한 핵 사용을 위한 기술개발을 제안했다.
핵무기 감축과 함께 안전한 핵융합 기술을 공동개발하자고 제안하면서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 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대덕 단지에서 진행하고 있는 초전도핵융합로(KSTAR)를 1995년에 건설하기 시작해 2008년 첫 가동에 들어갔다. 1억℃ 이온온도를 1.5초 유지하는데 성공한 것이 이로부터 10년 후인 2018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때다. 이 세상을 바꾼 반도체의 효시 트랜지스터가 처음으로 미국 AT&T 벨연구소에서 발명된 1947년 12월 23일로부터 71년이 지난 시점에 세상을 바꿀 새로운 에너지의 문이 열린 것이다.
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뒤이어 2019년에 진행한 실험(연구원 내에선 캠페인이라고 부름, 2020년 2월)에서 직전해보다 5배 늘린 8초를 달성했고, 2020년 10월에 20초, 2021년 11월에 30초를 달성했다. 플라즈마 이온 온도를 1억℃ 이상 유지하는 시간의 개선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목표인 300초 유지시간 달성도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에서 다시 핵분열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탄소중립으로의 전환 한계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신재생에너지로는 그린수소(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수소생산) 생산에 한계가 있어 원자력 발전을 이용한 그린수소 생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라늄을 이용한 핵분열 원자력 발전은 우라늄 매장량(약 70년)의 한계와 후쿠시마 원전 등의 폭발사고로 인한 방사능 위험성 등이 여전히 상존하는 상황에서 영구히 이어갈 수 있는 발전 방식은 아니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36년전 미소 냉전을 풀기 위한 안전한 핵의 사용이라는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의 인식과 큰 차이가 없다.
핵 기술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우라늄 핵분열 원자력 발전에서 수소 핵융합 원자력 발전으로 진화시키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 일환으로 2040~2050년까지 현행 핵분열 원자력 발전을 유지하면서 그 이후 핵융합 원자력 발전으로의 진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2050년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의 화룡점정이 '수소 핵융합 발전'이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