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반도체 회사 임원은 “중국은 지난해 미국이 반도체 수출 규제를 했을 때보다 이번 일본 수출 규제에 더 불안해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미국은 16㎚(나노미터) 미만 첨단 반도체를 규제하고 있지만, 노광장비 등 일본의 수출 규제가 현실화하면 45㎚급 범용 반도체 생산까지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범용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지면 첨단 제품은 물론 가전제품과 자동차까지 줄줄이 타격을 입는다.
아울러 중국 반도체 업계는 이번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향후 미국이나 네덜란드가 더욱 강력한 수출 규제를 내놓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오는 7월 중순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하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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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일본이 순수하게 한국을 위하는 마음으로 그런 게 아니라 미국이 강요해서이지만 말이지. 계속 말하지만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로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건 삼전, 하닉이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의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임. 우리는 중국에 반도체 못 팔게 규제받는 건 거의 없지만 당장 소부장 업체들은 디램 18나노, 로직 14나노, 낸드 128단 이상 생산에 필요한 소부장을 중국에 전혀 못 팔거든요. 작년 기준으로 중국이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 수입국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에게 정말로 큰 타격임. ASML CEO가 미국의 장비 규제는 중국의 장비 국산화로 이어진다며 징징대며 언플(그러니까 규제 풀어 주세요 징징)하는 것도 다 이 때문임.
그런 관점에서 최근 발표한 일본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안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생각함. 내가 자주 인용하는 CSET 자료에도 나와 있듯 반도체 소부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국가 중 하나가 바로 일본임. 때문에 중국 반도체 굴기를 꺾기 위해서는 일본의 협조가 매우 절실히 필요함. 그런 일본이 첨부한 기사에도 나왔듯 미국의 규제 수위를 뛰어넘는, 40나노급 레거시 공정까지 다 틀어막는 초강력 규제안을 발표했음. 일본 반도체가 레거시 공정 위주다 보니 이렇게 강경하게 나간다고 생각함. 이처럼 미국이 요구한 것 이상으로 중국에 초강경하게 나가는 게 일본이며, 그로 인해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것은 다름 아닌 한국임. 중국 반도체 굴기의 가장 직접적인 경쟁자가 바로 한국 반도체니까는.
그래서 나는 이번 건에 대해 우리가 충분히 일본에 고마워할 만하다고 생각함. 미국이 강요한 것이긴 해도 일본의 협조로 한국이 큰 수혜를 입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쟤들이 X같이 구는 것도 많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그런데 이런 것들은 한국 언론에서 보도 안 하지. 반일팔이가 장사가 잘 되거든. 이처럼 반도체 관련해서 앞으로 한국과 일본은 서로 경쟁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서로 도움을 받을 부분이 훨씬 크다고 생각함. 특히 중국에 물건을 못 팔게 된 이상 일본 소부장 업체들은 새로운 시장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 시장은 당연히 세계 최대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한국이 될 수밖에 없음. 일반 사람들 생각 이상으로 일본도 한국이 절실히 필요해진 상황임.
그래서 아직도 쌍팔년대 대일관에 갇혀서 대일본제국이 부활해서 한국을 집어삼킬 것이고, 한국은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답답함. 한국이 미국과 밀착하는 이상, 일본은 절대 한국에 위협이 될 수 없음. 오히려 도움이 될 여지가 크지. 앞으로 한국과 일본은 같이 가야만 하고,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되었음.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대일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