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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5-28 16:14
[잡담] 인텔과 칩 워, 그리고 TSMC
 글쓴이 : 강남토박이
조회 :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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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의 반도체 대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크리스 밀러 교수의 '칩 워' 뿐만 아니라 지나 라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의 칩스 법 강연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함. 기레기들이 "미국이 최첨단 반도체 칩 제조를 독점하겠다."라고 왜곡 번역한 바로 그 강연임. 이 강연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과, 그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 봄.

1. 반도체는 모든 최첨단 기술의 원천(Foundation of every single advanced technology)이다.

: 미국은 최첨단 반도체의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따라서 최첨단 반도체에서 중국을 봐주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임.

2. 미국은 최첨단 칩의 92%를 대만의 한 회사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취약하며 지속 불가능(Vulnerability, and Unsustainability)하다.

: 파운드리 선단공정에서 TSMC 점유율을 반드시 무조건 낮추겠다는 뜻임. 강연 전체에서 이렇게 콕 찝어서 안보 위협이라고 언급한 건 대만과 TSMC, 그리고 중국이 유일함.

3. 제조 시설과 연구실 간의 상호 협업(FAB to LAB, LAB to FAB)은 엄청난 기술 혁신을 가져왔다. 미국이 과거 인터넷, 휴대폰 등등 수많은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을 만들어 냈던 것도 그것들을 미국에서 만들었기 때문(Made them in America)이다. 이렇게 (제조와 연구의 협업으로) 자가 추진되던 미국의 혁신 엔진은 제조 부문이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외국으로 빠져나감으로서 멈추게 되었다.

: 난 이 부분이 진짜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미국이 단순히 외국 반도체 회사들의 공장을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만족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임. '미국' 반도체 회사가 '미국'에 공장과 연구실을 반드시 같이 가지고 있을 때에만 제조와 연구 간의 상호 협업이 가능해지기 때문임. 그리고 거기에서 라몬도 장관이 말하는 혁신이 창조됨.

라몬도 장관의 이 발언들은 미국이 중국과 반도체 전쟁, '칩 워'를 벌이는 과정에서 인텔의 중요성을 아주 함축적으로 잘 드러낸다고 생각함.

미국이 중국과 칩 워를 벌이는 핵심 전략에는

1. 중국 반도체 굴기를 박살낸다.
2. TSMC를 대만에서 끌어 낸다.
3. 중국을 제외한 한미일대 칩4 동맹을 구축한다.
4. 자국 반도체 칩메이커를 육성한다.

이렇게 크게 네 가지가 있으며, 이 넷 모두 미국 입장에서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함. 그렇게 보면 4번 전략이야말로 국가안보, 경제 모든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 반도체 전략의 화룡정점이라고 할 수 있음. 우선 삼전, TSMC, 하닉의 공장을 아무리 많이 미국으로 유치해도 결국에는 그 회사들이 미국 회사가 아니라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음. 이는 분명 국가안보 측면에서 리스크임. 그리고 경제 측면에서도 라몬도 장관이 3번에서 말한 제조 시설과 연구실 간의 상호 협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미국 반도체 칩메이커의 공장이 미국에 있어야만 함. 그리고 여기에서 제일 중요한 건 파운드리 선단공정임. 미국이 가장 강점을 갖고 있는 팹리스들을 고려하면 메모리보다는 파운드리 선단공정 공장과의 시너지가 훨씬 더 클 수밖에 없고, 마이크론이라는 훌륭한 미국 칩메이커가 있는 메모리와는 다르게 파운드리 선단공정에는 제대로 된 미국 회사가 없고, 또 성능보다 원가가 훨씬 더 중요한 메모리와는 다르게 파운드리는 원가가 좀 비싸도 고객 맞춤과 성능으로 어느 정도는 극복 가능해서 제조원가가 비싼 미국에서도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산업이기 때문임. 실제 칩스 법 초안에서도 4/5나노 이하 파운드리 선단공정 공장에 보조금을 우선 지급하겠다고 선언함으로서 미국의 최우선 목표가 파운드리 선단공정임을 대놓고 드러냈음.

그래서 미국이 추구하는 국가 대전략에서 인텔과 펫 겔싱어가 가장 중요한 회사와 인물이라는 것임. 심지어 지금 AI로 엄청 핫한 엔비디아와 젠슨 황보다도 훨씬 더 말이지. 미국의 향후 국가 대전략에서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는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되는 회사임. 실패란 것은 미국 정부의 시나리오에 없음.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함. 왜? 그게 바로 전 세계를 지배하는 초강대국 미국의 힘 이거든.

그렇지만 내가 미국이 무소불위하고 전지전능해서 세상 만사를 미국 뜻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님. 미국의 힘은 독보적이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이지는 않음. 매년 200조 원 이상이 CAPEX로 투자되는 반도체 선단공정 산업의 엄청난 자본 집약도와, 그리고 동아시아보다 최소 3~40% 이상 비싼 미국의 제조원가를 고려하면 일부 정치세력이 선전선동 하는 것처럼 미국이 모든 최첨단 반도체 칩 제조를 독식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함. 그래서 내가 TSMC의 점유율을 강제로 낮추는 과정에서 삼전에도 분명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하는 것임. 대신 그래도 파운드리 선단공정에서 인텔을 유의미한 플레이어로 만드는 것 정도는 미국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함. 내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파운드리 선단공정은 경제와 국가안보 모두에서 너무나도 중요하고, 또 산업의 구조를 보면 메모리와는 달리 미국도 충분히 해볼 만한 여지가 있거든.

물론 인텔 파운드리가 성공하려면 앞으로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정말로 많은 것도 사실임. 미국은 반도체 엔지니어가 턱없이 부족하고, 또 돈도 엄청나게 많이 들고, 인텔이 제시하는 파운드리 공정 로드맵이 지나치게 공격적이기 때문임.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그게 인텔 파운드리의 성공을 막을 치명적인 문제점들인가 하면 또 아님. 우선 돈이 부족하다면 겔싱어가 주장하는 것처럼 제 2, 제 3의 칩스 법을 만들어서 인텔에 계속 지원해 주면 되거든. 또 여기에서 재밌는 게 인텔 파운드리가 어려움을 겪으면 가장 먼저 박살날 대상은 바로 TSMC라는 사실임. 엔지니어가 없어? TSMC에서 날고 긴다는 핵심 엔지니어들 싸그리 스카웃 해오면 되지. 미국 시민권+고액 연봉이면 다들 대만 버리고 미국 가지 않을까? 그리고 공정 로드맵에 문제가 생긴다면 구체적인 방법론까지는 모르겠지만 TSMC 공정 기술력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빼내서 인텔에 넘겨 주겠지. 이렇게 되면 나중에 가면 TSMC 공정과 수상할 정도로 유사한 인텔 2나노 파운드리 공정 이딴 게 튀어나올 수 있겠지 ㅋㅋㅋㅋㅋㅋ

이처럼 미국은 인텔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TSMC 따위는 얼마든지 사지를 찢어서 인텔에 먹잇감으로 던져줄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는 나라라고 생각함. 그래서 역설적으로 TSMC는 인텔 파운드리의 성공을 간절히 기원해야만 하는 입장임. 인텔 파운드리가 실패하면 실패할수록 더더욱 박살나는 건 바로 TSMC가 될 것이기 때문임. 멍청한 맛갤럼들이 최근 AI 테마로 TSMC 주가가 급등하는 것을 보고 내 주장이 틀렸다고 비아냥되는데, 이는 얘네들의 안목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대놓고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함. TSMC가 위기에 빠진 건 순전히 너무 잘났기 때문임. TSMC가 잘 나가면 잘 나갈수록 TSMC는 더더욱 미국 국가안보의 적이 됨. 다시 말하지만 지나 라몬도 장관의 2번 발언이 TSMC에 무슨 의미인지를 잘 생각해야만 함.

만약에 인텔 파운드리가 인력, 자본, 기술력 그 모든 문제를 극복하고 파운드리 선단공정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다면 나는 TSMC의 애플 물량을 상당 수 뺏어올 것으로 생각함. 첨부에서도 나왔듯 파운드리 선단공정 시장의 가장 큰 손이 바로 애플이기 때문에 애플 물량을 빼앗는 것만큼 TSMC를 약화시키고 인텔을 키우기 좋은 방법이 없고, 또 애플은 전 세계 1등 기업이라는 상징성이 있고(거의 대부분 미국인들이 사용하는 애플 아이폰을 미국에서 미국 회사가 만든다는 정치적인 홍보 효과), GPU와 CPU에서 시장이 겹치는 AMD나 엔비디아는 업계 경쟁자인 인텔에 파운드리를 맡기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고, 마지막으로 애플이 그 동안 친중국 정책을 많이 펼치면서 미국 정부에 미운털이 많이 박힌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보복을 빌미로 애플에 인텔 파운드리를 쓰도록 강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임. 그래서 나중에는 ㄹㅇ 'Intel Inside'한 애플 아이폰을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듬.

결론적으로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인텔 파운드리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문의해 왔었는데, 나는 그 질문들이 전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함. 미국 입장에서 절대 실패하면 안 되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할 수밖에 없거든. 국가적으로 시간, 돈, 노력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든 말이지. 미국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국가임. 지나 라몬도 장관은 칩스 법 강연에서 칩스 법을 아폴로 계획(Moonshot)에 비유하는 발언을 자주 했음.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1961년 연설에서 1960년대 안에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는 발언을 했음. 그리고 그렇게 하는 이유가 쉬워서가 아니라 어려워서라고 말했음(not because they are easy, but because they are hard). 그때만 해도 미국은 우주 기술에서 소련에 크게 뒤쳐져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10년 안에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는 계획은 너무나도 무모해 보였음. 하지만 미국은 그것을 성공시킴. 라몬도 장관이 칩스 법에 대해 아폴로 계획을 자주 인용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함. 미국에서의 반도체 제조업 부활이 얼마나 어렵든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지. 이처럼 무려 1960년대에 사람을 달에 보낸 국가가 미국이기에 인텔 파운드리 역시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고 생각함. 그리고 그 과정에서 TSMC는 반드시 엄청난 희생을 치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함.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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