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두려워 가입 미루다 ‘신남방정책’ 물거품 될라
미·중 무역전쟁에 위기감을 느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다자간 무역협정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지난해 말 발효된 포괄적·잠정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출범을 주도했고,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인 일·EU 경제연대협정(EPA)도 체결(2월 1일 발효)하는 등 자유무역 수호의 선봉을 자처하고 있다.
CPTPP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2.9%, 교역량의 14.9%를 차지하는 거대 자유무역 경제권. 총 11개 회원국 중 호주·캐나다·일본·멕시코·싱가포르·베트남 등 7개국은 비준을 마쳤고, 브루나이·칠레·말레이시아·페루 등 나머지 4개국도 머지 않아 동참할 전망이다. CPTPP는 6개국 이상이 비준을 완료하면 2개월 뒤 발효하기로 한 규정에 따라 지난해 12월 30일 발효.
동남아와 EU 시장에서 일본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변화일 수 있다. 가뜩이나 ‘일본의 텃밭’ 인식이 강한 동남아에서 일본의 시장 지배력이 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
우리나라는 지난해 8월 동남아·인도와 협력 확대를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를 출범했지만, 최대 쟁점 중하나인 CPTPP 가입에 대한 입장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1월 29일에는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던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대기업 고위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찬 강연에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고 말하지 말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를 가보면 ‘해피 조선’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이튿날 사퇴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 중 하나인 자동차의 아세안 시장 점유율을 보면 ‘일본의 텃밭’이란 말이 실감이 난다. 2017년 아세안 시장에서 팔린 자동차 중 일본 브랜드 점유율은 79%였지만, 한국 브랜드 점유율은 4.3%에 불과.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일본 차 점유율은 97%로 독점이나 다름없다.
CPTPP, 세계 교역량 15% 차지
日의 동남아 영향력 더 커질 듯
한국이 공들인 베트남도 편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