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류회사, 中서 만든 제품 美 수출땐 순익 92% 급감
美서 판매한 제품이라도 해외원가·이자 공제 없어…법인세 인하해도 稅 눈덩이.
中·베트남 등서 제품만드는 전자·반도체 기업 피해클듯.
美, 年115조원 세수확보 노려.
우리나라 의류기업 A사는 중국 임가공법인인 B사와 미국 내 판매법인인 C사를 각각 자회사로 두고 있다. B사에서 의류를 최종적으로 완성해 C사로 상품을 보낸 다음 C사를 통해 미국시장에 판매하는 구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 법인세율이 인하될 것이란 소식을 들은 A사는 미국시장에서의 순이익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착각'이었다.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받더라도 미국 공화당에서 도입을 추진 중인 '국경조정세(Border adjustment tax)'가 도리어 '법인세 폭탄'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
미국 세법 개정 전후로 이 기업의 재무제표를 가상으로 비교분석한 결과 판매법인 C사의 순이익은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C사가 미국 상품 매출 1000달러, 매출원가 700달러, 판매관리비 50달러를 기록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법인세율을 40%로 단순 가정하고 계산한 법인세는 100달러, 순이익은 150달러다. 하지만 미국 세제개혁의 핵심 축으로 꼽히는 국경조정세를 적용하면 법인세가 무려 237.5달러까지 치솟아 순이익은 12.5달러로 세법 개정 전보다 크게 줄어들게 된다.
2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미국 세제개혁의 핵심은 법인세 인하와 국경조정세 부과로 요약. 미국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행 최대 35%가 부과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0%(공화당안)에서 많게는 15%(트럼프안)까지 획기적으로 내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미국의 세제개혁안을 한마디로 말하면 법인세를 낮추고 수출을 장려해 미국 내 생산활동을 극대화하겠는 것. 이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다시 '위대한 미국'을 만들겠다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계산이다. 법인세율 인하까지는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에 긍정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바로 '국경조정세'다. 미국 공화당이 제시한 국경조정세는 기업에 법인세를 부과할 때 제품이 소비된 장소를 기준으로 한다. '함정'은 이곳에 숨어 있다.
국경조정세는 미국 내 법인의 수입에 대한 매출원가나 이자비용 등 비용공제는 인정하지 않고 수출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것이 핵심.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거나 내수 판매하는 기업들은 세제상 큰 혜택을 보지만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해 미국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들은 과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경조정세가 도입되면 수입 과세를 통해 연간 1000억달러(약 115조원)의 세수가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경조정세가 현실화하면 중국, 베트남 등 국가에서 중간재를 만들고 국내로 들여와 미국으로 완제품을 보내는 한국식 수출 구조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관측. 실제 국내 주력 산업인 전자·반도체·석유화학 기업들이 이 같은 수출구조. 해외 생산거점에서 만든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미국 의류업체나 유통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많은 전문가가 미국 세제개혁안 도입이 유력하다고 보는 것은 법인세 인하 여파로 세수가 감소하기 때문. 세수 충당을 위해 국경조정세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가 재정 지출 확대로 대표되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재원 확보가 핵심. 이를 위해 국경조정세는 물론 다른 방안도 마련 중이다. 실제로 미국 공화당은 미국의 해외 법인이 보유한 잉여 현금성 자산에 대해 8.75% 세율로 과세하는 법안도 추진 중이다. 이중현 삼일회계법인 세제부문 대표는 "미국 공화당은 입법기관인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고, 행정부도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지금이 세제개혁의 적기라고 생각할 것" "당장 현실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의 신속한 준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작성일 : 17-04-0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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