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닛산 車 90% 미국 공장 생산
관세 면제 규모 최대 300억 달해
자국 문은 잠그고 美 우회 수출
[서울경제]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로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무관세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 팔리는 혼다·닛산 자동차의 경우 10대 중 9대가 미국 공장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농산품 시장의 피해를 보는 대신 주요 무역 흑자 제품인 자동차 시장의 문호를 열었는데 정작 자국 시장은 열지도 않은 일본 차들이 수혜를 보고 있는 셈이다. 관세 면제 규모도 연간 최대 300억원에 육박한다. 특히 일본 기업들이 이런 혜택을 보고도 사회적 책임에는 등한시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과 미국이 철폐한 자동차 관세의 수혜를 미국 회사인 포드(2018년·1만 1,586대)보다 일본 3사가 혜택을 ‘어부리지’로 더 누리는 셈이다.
독일 차 업체들은 한미FTA 외에도 한EU FTA를 체결해 유럽과 미국 어디서는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다. EU는 우리나라와 FTA를 맺으며 서로 자국 산업의 문호를 연 상호 호혜적인 관계다. 하지만 일본 업체들은 자국의 무역 장벽은 그대로 둔 채 한국 수출은 미국을 통해 하면서 관세 혜택을 보고 있다.
더욱이 FTA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체결하는 협상이다. 한미FTA의 피해 산업은 농산품이었고 대표 수혜산업은 자동차였다. 우리 정부는 한미FTA에서 피해를 본 농업을 지원하기 위해 2007년 이후 10년 간 약 20조 4,000억원(재정 18조 2,000억원)의 혈세를 투입했다. 20조원의 혈세가 들어간 협정의 최대 수혜자가 체결 당사국 기업이 아닌 일본 기업이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한미FTA로 인해 관세 혜택을 보는데 한국에 대한 기여는 인색하고 이익을 본국으로 돌리는데 혈안이 된 일본 차 업체들의 경영이다. 한국닛산은 2005년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후 기부금이 4억 1,000여만 원에 불과하다. 혼다코리아도 2005년 이후 13년 간 5억 1,000만 원만 기부했다. 심지어 혼다코리아는 투자·상생협력 촉진에 따른 과세특례에 따른 투자·임금증가 등의 조건을 채우지 못해 올해 법인세를 추가로 물어야 할 판이다. 토요타는 지난해(509억원) 빼고는 2009년 이후 생긴 모든 이익을 일본 본사에 배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