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벌크선사들 중국 조선소로 발 돌린다
"한국 조선소와 가격이 맞지않다"
대한조선·팬오션 등 중국과 계약
국내 중형조선소 일감확보 '난항'
"벌크선 분야 중·일에 넘어갈 판.
"국내 조선소와 더는 협력하긴 어렵습니다."
국내 벌크선사들이 중국 조선소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한국 조선소는 가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 지난 4월 추성엽 팬오션 사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국제 입찰에서 가격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중국과 벌크선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 말했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벌크선사인 대한조선과 팬오션은 최근 중국 조선소에 벌크선 4척, 5척을 각각 발주. 한진해운의 벌크사업부를 나눠 설립한 에이치라인해운 역시 지난달 말 다롄조선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2척에 대한 건조 협상에 들어갔다. 근해 컨테이너선사인 장금상선도 진하이중공업과 벌크선 건조를 위한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국내 벌크선사들이 중국 조선소를 찾는 것은 가격이 싸기 때문. 국내 중형 조선소들은 일감 확보가 더 어려워졌다. 중국과 일본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대부분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어 수주활동에 제약도 많다. 일감을 따내려면 채권단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더 까다로워졌다. 전문가들은 벌크선 분야를 이대로 중국·일본에 넘겨주면 안 된다고 우려한다. 벌크선이 전 세계 선박 시장의 30%, 금액으로는 25%를 차지할 만큼 작지 않아 포기할 수 없다는 것.
국내 중형조선소 입장에서는 벌크선 건조가 유일한 희망이나 다름없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벌크선 시장을 중국과 일본에 내주면 한국 조선업 전체의 규모를 유지할 수 없게 되고, 이는 기자재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국내 조선소의 벌크선 건조원가는 중국과 일본보다 15% 정도 비싼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 이에 따라 조선소가 표준 선형의 설계도를 도입해 원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양 연구원은 "표준 선형 설계도를 도입하면 6% 정도의 원가절감 효과가 있다" "정부가 연구개발(R&D) 사업으로 표준 선형을 개발하고, 이 설계도를 조선소들이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