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덕후’ 김정은, 고급화 지시했지만 … 북한제 품질은 한국의 1970~80년대 수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화장품 덕후’로 알려져 있다. 집권 초부터 북한 화장품의 품질 개선을 독려하는 모습이 관영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기술연구소가 북한 화장품 64개 품목에 대한 성분을 8개월에 걸쳐 분석한 결과를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이 저서 『북한 여성과 코스메틱』에 담았다. 남 원장은 25일 “품질과 제조기술 수준은 1970~80년대 한국 화장품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유해성분도 다량 검출됐다. 분석 대상 64개 중 7개 제품에서 사람의 호르몬 내분비계를 교란시킬 수 있는 파라벤 계열의 성분이 검출. 평양화장품공장에서 생산한 주름개선용 기능성 화장품인 ‘은하수 크림’의 경우 성분표기에 없는 파라벤 계열 유해성분이 0.0325% 검출. 남 원장은 “북한 화장품의 위생규격 기준이 낮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 화장품은 외형은 세련돼 보였지만 평양화장품공장에서 만든 ‘옥류 향수’처럼 용기 펌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내용물이 새어나오는 경우도 일부 있었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소는 “향수를 뿌린 부위에 향이 신속하게 퍼지게 하려면 분사 기술이 중요한데 조악한 수준”이었다며 “용기와 뚜껑이 완전히 압착되지 않는 것은 금형과 플라스틱 제조기술이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설명. 같은 공장에서 만든 ‘은하수 향수’에 대해서는 “분사 뒤 첫 향이 사라진 뒤 맡게 되는 향이 인공적이고 자극적”이라고 평가. 남 원장은 “미사일을 지구 밖으로 쏴보낼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북한이 화장품 용기 펌프나 분사기구를 정교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건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64개 제품 중 13개엔 성분 표기가 안 돼 있었다. 이 밖에 ▶표기된 성분 미검출 19개 ▶표기되지 않은 성분 검출 17개 ▶불분명한 성분 검출 9개 제품으로 나타났다. 북한 화장품의 유통기한은 2년(한국은 통상 3년)으로 돼 있었다.
북한 지도자의 ‘화장품 사랑’은 3대째다. 김일성 주석은 한국전쟁 이후 경공업 정책을 펼치면서 화장품 공장 건설을 추진했다. 2대 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화장품 공장 현지지도에 자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