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마저 日정부가 경영…`관제 Japan`의 명암
기술유출 방지 등 앞세우지만 日정부 과도한 개입땐 부작용.
년째 적자 `재팬디스플레이` 글로벌 IT 트렌드 놓치며 한계.
일본 정부 주도의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가 도시바 반도체 사업(도시바 메모리) 지분 50.1%를 갖게 되면서 '일본주식회사'나 '히노마루(일장기)'로 불리는 일본식 관제 재편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가 사실상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에 개입하면서 기술 유출 방지와 고용 유지라는 순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너무 잦은 개입이 장기적인 경쟁력 추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특히 전자부품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산업은 빠른 경영 판단과 대규모 투자가 성패를 가르는 만큼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독이 될 소지가 높다는 우려. 이에 따라 도시바 메모리에 얼마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느냐와 재건 후 얼마나 빨리 민간에 되돌려주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는 지적.
이번에 도시바 메모리 경영권을 쥐게 될 산업혁신기구는 형식상 기업 26개사와 일본 정부가 돈을 출자해 2009년에 설립한 민관펀드. 하지만 출자액 3000억엔 가운데 95%인 2860억엔이 정부 예산에서 나온 것으로, 사실상 공적펀드나 마찬가지다. 이런 구조를 감안하면 도시바 메모리는 형식상 공기업이 된 셈. 자금난에 시달리는 도시바 경영진이 훨씬 많은 돈을 제시한 대만 훙하이나 미국 브로드컴 컨소시엄을 마다하고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것은 담당 부처인 일본 경제산업성이 막후에서 조정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에선 아예 '경제산업성이 주도하는 한·미·일 연합'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산업혁신기구와 경제산업성을 동일시하는 시각이 드러난 셈.
산업혁신기구는 전자 디바이스, IT 비즈니스, 산업기계, 에너지, 소재·화학, 자동차·운송 등 여러 산업 분야에 걸쳐 투자 활동을 해왔다. 인터넷,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벤처에도 투자하지만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이나 산업 재편 필요성이 대두될 때마다 존재감을 드러냈다. 일본 기술기업이 해외에 통째로 매각될 경우 국내 산업 기반이 흔들린다는 명분을 들고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