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이번 프리스케이팅에서 1위를 사수한다면 역대 3번째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앞서 올림픽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선수는 노르웨이의 소냐 헤니(1928년-1932년-1936년)와 독일의 카타리나 비트(1984년-1988년)가 유이하다. 유럽 출신인 두 선수는 설명이 필요 없는 피겨의 역사 자체다.
따라서 이번 올림픽이 열리기 전부터 일부 피겨 관계자들은 피겨 불모지인 한국에서 레전드가 탄생한다는 것 자체에 아니꼬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심판들은 유럽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김연아를 깎아내리려는 움직임은 이번 쇼트프로그램 채점표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김연아는 교과서라 불리는 스텝시퀀스에서 레벨4가 아닌 레벨3로 매겨져 점수를 늘리는데 실패했다.
특히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플립에 대한 개별 가감점은 어이가 없는 수준이다. 9명의 심판 가운데 2명만 만점인 3점 가산점을 줬을 뿐 대부분이 1~2점에 그쳤고, 아예 0점을 준 심판도 있다. 김연아의 트리플플립 점프는 흠 잡을 곳 없었다.
반면,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비상식적인 기술점수와 가산점으로 점수를 크게 늘리는데 성공했다. 소트니코바는 기본점수가 30.43점으로 김연아(31.43점)에 못 미쳤지만 가산점을 무려 8.66점이나 쓸어 담았다.
김연아는 시니어 무대 데뷔 후 늘 역경에 맞서왔다. 은퇴 경기인 이번 올림픽 역시 보이지 않는 벽과 싸워야 하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 다시 한 번 여왕에 걸맞은 품격 높은 연기로 음모론마저 잠재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