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렇게 저렇게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제 길을 나서도 날 건드는 놈은 없는 지경이 되었다.
만원버스에 타도 지들이 알아서 의자를 비워주는 데..
그게 미안하고, 쑥스럽고, 부담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짱이라는 거구나..하기도 하고..
그러나 절대 밖에서는 담배도 안피고
집이나 선생님들한테는 다 모범생에 공부잘하는 애로 인식되기도 하고
여하튼 그랬다.
그렇게 별 거 없이 평안하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던 고2 어느 여름날..
옆 고딩들이랑 두당 2만원빵 팀당 22만원 빵 축구 게임을 하기로 하고
하천가 임시축구장으로 축구를 하러 갔다.
축구를 좋아하는 난 그때가 제일 좋았던 때이기도 했다.
하천에 거의 다 와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뒤에 처져서 ..따라오던 친구 중에 한놈이 지나가던 중과 시비가 붙은 것이다.
서로 얼굴을 붉히며 무지하게 흥분해 잇는 상태다.
왜 그러는지 이유도 묻지 못할 정도다.
[건방진 놈]이라고 소리치며 친구가 엄청 맞는다.
나는 나도 모르게 친구를 구하러 뛰어들었는데 그러면서도 동시에
뭔가 이상한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친구를 때리는 그 중의 단순한 동작이 뭔가 말로 표현을 못하겠지만
보다 보다 첨 보는 동작이었던 것이다.
바람에 날리는 종이처럼 아주 하잘 것 없이 가벼운데...매우 메서운 살기가 돋는..그런 느낌..
바람에 날리는 종이는 불규칙하고 날이 서있는데..꼭 그 종이가 날카로운 철판처럼 느껴지는
그 이상하고 두려운 느낌...
그러나 이미 늦었다.
그 중의 손은 나에게도 향했고...나는 순식간에
몇대를 맞으면서 단 한번 저항도 못해보고 정신이 혼미하게 비틀거리게 됐다.
[어린 놈들이 건방지게...]
하는 소리를 조금 지난 후에 들을 수 있었고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난 당연히 자존심이 상했고
제대로 한번 붙어보고 싶었다.
[아니 이 ㅅㅂ 중놈이 사람을 치네..어디 한버 ㄴ붙어 볼래?]
하면서 우리는 하천 바닥으로 내려갔다. 풀밭 위로..
그렇게 그 중과 일 대 일로 맞서게 됐는데..
도대체 그 중의 동작을 읽어낼 수가 없었다.
이런적은 첨이다.
중은 그냥 손내리고 가만히 서있는 것 같은데 도저히 틈도 안보이고
이러다가 한방에 내가 갈 수 있다는 두려움만이 휘감는다.이상하게 다리에 힘도 풀린다.
[뭐지?...]
키도 165 정도고, 몸매도 호리하고, 나이도 거의 50정도로 보이는 그 중..
나는 시험삼아 앞차기흉내를 내보고, 쨉도 날려 보았는데
이 중은 미동도 안는다. 눈도 깜박 안거린다.
순간 오기가 충만하고 흥분의 감을 살려 그냥 돌진 했다.
주먹이 세고 빠르기로는 타고난 놈 아닌가.
그러나 단 한대도 그 중을 못 맞추었고
반대로 난 엄청 얻어 맞았다.
쪽 팔렸다. 애들 앞에서..
더욱 기세를 올려 달려들었지만..그 중은 살짝 살짝 몸만 돌려서 내 주먹을 피하고
동시에 손가락인지 손바닥인지 가볍게 나를 톡톡 건드는데
난 쇠뭉치로 맞는 것 같았다.
그렇게 겁나는 상대는 처음이었다. 두려웟다.
근 삼십분을 그렇게 얻어맞았다.
[니놈도 대단한 놈이구나. 기가 너처럼 센 놈은 첨이다.
니가 이겼다] 하더니 지 짐을 가지고 그냥 자리를 뜬다.
그러나 막고 싶지도않고 속으론 다행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
이후 그 중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복수를 하려고한 것이 아니고..스승처럼 모시고 싶어서도 아니고..
그냥 웬지 그런 사람 자체가 궁금해서이다.
그 이후...
난 그 중의 움직에서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하나를 배웠다.
그걸로 인하여 나의 싸움 실력은 일반 사람들과는 아예 차원이 다른 경지에
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