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지석을 가장 좋아하는 바둑팬이다보니
박정환은 애증의 대상이었습니다
상대전적 6승 21패
1인자인 박정환 상대로 전적에서 밀리는건 어쩔수없다지만 최정상권 기사끼리의
전적치고는 너무 일방적입니다
세계대회 연속 우승과 랭킹1위를 목전에서 실패하게한것도 박정환이었기에 애증에서
증이 훨씬 더 컸던 기사였습니다.
그런 박정환9단도 국내바둑팬에게는 정말 많은 욕을 먹었죠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로 이어지던 한국1인자는 세계1인자라는 공식이 박정환부터
금이가기 시작했기 때문일겁니다.
큰 대회에서 패배한날이면 늘 그렇듯 박정환9단은 인터넷 대국사이트에 들어와서
쉴새없이 대국을 하죠
대국을 관전하다보면 하수인 내 눈에도 박정환의 마음이 보이는듯합니다.
바둑두다 연패하거나 어이없이 지고난 대국후에는 조금은 거칠고 무리수를 연발하고
상대를 몰아치기만 하는 바둑을 두는 우리네 하수와 별 다를것없어 보입니다
물론 그렇다해도 그 수준이야 천지차이지만 바둑의 흐름은 대체적으로 그렇더군요
언젠가 세계대회에서 패배한날 오늘은 바둑사이트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패배의 아픔마저도 바둑으로밖에 못푸는듯하여 안타깝더라고요
(물론 그날도 어김없이 접속해서 많은 판을 두었습니다)
직업도 바둑이고 취미도 바둑이고 차안에서도 비행기안에서도 바둑공부만 하는
오로지 바둑에만 전념을 다하는, 대국사이트 아이디 '수지'라는 별스러울것도 없는
것마저 웬지 이질감이 들게하는 이 성실한 기사를 어느순간부터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