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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4-04 18:20
[펌글] 공격형 미드필더를 왜 안쓰냐면
 글쓴이 : 승우빠어어
조회 : 467  

일단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포지션 자체가 이제는 사양길이기 때문이다.

뭔 소리냐 아직 4-2-3-1 쓰는 팀들도 많고 지난번 평가전도 4-1-3-2 아니었냐 하는데 좀 더 자세히 풀어서 말하자면 과거 80, 90년대처럼 '판타지스타' 한명에 마당쇠 두세명 붙여 놓고 팀의 공격 작업 전체를 맡는 식의 전술이 이제는 불가능한 시대에 왔다는 거다. 그러니까 공미도 말이 좋아 공미지 박스투박스 미드필더처럼 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거다.

이런 흐름이 형성된 것은 1994년 골키퍼가 백패스를 손으로 잡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면서 시작됐다고 봐야 할건데 왜냐면 그 전에는 전방압박이 말 그대로 뻘짓거리였기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인게 골키퍼가 백패스를 손으로 잡을 수 있던 시절에는 전방압박 X빠지게 해봐야 수비가 키퍼한테 백패스 하고 키퍼가 그거 손으로 잡으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

그러나 백패스 금지룰이 생기면서 상대의 전방압박을 손쉽게 무효화해버릴 수 있는 무기가 사라지며 점차 전방압박이 유효한 무기가 되었고 전방압박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압박 시작 지점 자체가 높아졌으니 당연히 그에 맞춰 팀의 라인이 올라가게 되고 왔다갔다하는 거리가 늘어나니 당연히 활동량과 기동력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거기 맞춰 스포츠 과학이 발달하는거고 현대축구에서 선수들의 활동량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고 선수들의 활동량이 증가하니까 거기에 따라 공격 전술과 수비 전술이 또 발전하고... 이런 일련의 과정이 주르륵 이어지면서 나온 결론이 공격작업의 양상 자체가 바뀌었단 거다.

예전이야 전방압박 자체가 뻘짓이니까 수비라인부터 하프라인까지 공간은 사실상 무주공산이고 공격작업의 시작은 하프라인을 넘어선 지점부터였는데 전방압박이 유효한 무기가 되면서 공격작업의 시작지점이 좀 더 뒷선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왜냐 수비라인 앞쪽에서 압박에 쩔쩔메다가 제대로 된 패스 못 주면 팀의 공격작업 자체가 단순한 롱볼에 의지하는 로또 노리는 축구가 되어버리니까.

그래서 현대축구에서 후방 플레이메이커란 소리가 튀어나온거고 플레이 메이킹, 즉 상대 진영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공격을 할지 선택하는 작업의 시작지점이 하프라인 후방의 공간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문제는 전방압박이 점차 강해지고 다듬어지면서 하프라인 후방의 공간이 앞선에 비해 압박이 덜하긴 해도 안전하지만은 않은 곳이 되어 갔다는 거다. 그리고 하프라인 후방, 즉 수비라인 앞 공간은 공을 빼앗길 경우 치명적인 장면이 나오는 공간. 이러니 플레이 메이킹의 성격 자체가 완전히 변해버렸다.

과거에는 플레이메이킹을 하는 지점이 공 좀 빼앗긴들 그렇게 치명적인 지점이 아니었으니 모험적인 시도도 얼마든지 가능했지만 이제는 플레이메이킹의 시작지점이 수비라인으로 옮겨오니까 안정성이 떨어지면 안되고 그와 함께 적절한 시야와 적절한 패스로 공을 보낼줄도 아는 선수가 필요해졌다. 이렇게 되니 상대 판타지스타 따라다니며 쥐어박고 공 빼앗는 것만 잘하면 그만이던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플레이메이킹 능력이 요구되었고 그에 맞춰 예전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더더욱 가속화되어 요즘 들어서는 빌드업의 시작점이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더 후방의 센터백, 골키퍼로 옮겨가는 지경이 된것이다. 이렇게 되니까 또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후방 플레이메이킹 능력보다도 역동성과 온더볼 능력, 타격력을 요구하는 것이 흐름이 되었는데...

하여간 각설하고 그런데 이렇게 되니까 공미가 잉여가 되는 시점이 와버렸다. 공미라고 놔두고 보니 걔네한테 공이 배달 안되면 있으나 마나고 그렇다고 얘네들이 수비를 열심히 하냐면 그것도 아니고 중원싸움에서 말리고 게임 터지는 꼴을 보게 되는거다. 이렇게 되니 굳이 공미 쓸 바에 열심히 뛰고 여차하면 패널티 박스 주변에서 유효타 날릴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들을 더 깔든지 그것도 아니면 아예 포워드 하나 더 깔아서 투톱 돌리는 편이 더 이득아니냐는 결론이 나오는 거다.

결국 지금 시점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는 전 포지션에 좋은 선수를 깔아놓을 수 없는 하위권팀이 쩌는 선수 하나에게 몰빵하는 축구를 할 때 쓰거나 그게 아니면 팀내 가용자원상 어쩔 수 없거나 사정상 급하게 전술 최적화를 해야 할때 쓰는 자원이 되버렸다. 뭐 예외가 있다면 지단 정도 레벨의 선수면 자리 만들어줘야겠지만 그런 선수가 어디 쉽게 나오는 것도 아니잖은가.

PS1 : 이런 일련의 변화가 10년도 안되는 기간 사이에 후다닥 벌어졌다는게 함정
PS2 : 이런 트랜드의 최선봉에는 펩 과르디올라가 있다고 본다
PS3 : 내가 이강인과 이승우의 미래를 대박 아니면 쪽박으로 보는게 바로 이 이유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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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뜨 19-04-04 19:10
   
442대세일때 보단 지금 공미환경은 상당히 좋아진겁니다.

352WM 시대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살아남을수 있는 환경 보장은 되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