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성용 인터뷰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를 때였는데, 그때 우리가 본선에 나가느냐 마느냐 굉장히 중요한 경기였어요. 그런데 청용이, 자철이, 흥민이랑 넷이 간식을 먹는데 걱정이 가시질 않는거예요. 경기 하루 전인데 수비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움직여야 할 지에 대한 훈련이 한 번도 없는 상태였어요. 만약에 흥민이가 상대를 한쪽으로 몰았다면 뒤에서 우리가 어떻게 전진할지, 이렇게 수비할 때 약속된 플레이가 하나도 없는거예요. 훈련도 안했고. 그래서 당장 내일이 경기이니 우리끼리라도 앞에서 수비를 어떻게 할지 논의를 해야한다고 생각했죠. 사실 수비란게 앞선부터 해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간식을 먹다가 제가 종이를 가져와서 펜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전술적인 움직임에 대해 서로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이청용 인터뷰
음. 저희는 최종예선을 그냥 버린 것 같아요. 그 시기에 아무 것도 얻지 못했거든요. 최종예선을 치르는 동안 팀이 하나가 되어 쭉 준비했더라면 본선에서 더 강한 팀이 되지 않았을까, 지금 돌아보면 이런 아쉬움이 있어요. (예선전이 끝난 뒤에) 새로운 팀으로 본선을 준비해야 했으니까. 그 사이에 단절이 있었죠. 아무튼 최종예선 때는 매 경기가 부담스러웠어요.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 동안 저희는 아무 팀도 아니었던 것 같아요. 아무 전술없이 경기에 나간거나 마찬가지였거든요. 소집되면 경기 전날 불안해서 잠이 안 올 정도였죠. 당장 내일 중요한 경기인데, 이 한 경기로 월드컵에 나가느냐 못나가느냐인데, 팀이 아무런 준비가 안 되어 있는거예요.
- 어떤 준비를 말하는거죠?
이 : 당장 내일이 경기인데 아무런 전술적 약속도 없었고 심지어 셋트플레이 준비도 턱없이 부족해서 불안한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어요. 완벽하게 준비한 상태로 경기에 나간다는 느낌이 없었던거죠. 또, 최종예선 마지막 세 경기를 소집 명단 변화 없이 치렀잖아요. 거기서 (기)성용, (구)자철이가 다 빠졌어요. 첫 경기는 못 뛰지만, 나머지 두 경기는 뛸 수 있었던 상황인데 그렇게 두 선수를 빼고 명단을 발표한게 너무 아쉬웠죠. 저는 우리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것은 굉장히 운이 좋았던 결과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아요.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