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라이니는 이날 공수에 걸쳐 팀에 완벽하게 기여했다.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의 교과서였다. 영국 언론에선 그라운드를 수직으로 쉼 없이 왕복하는 선수를 ‘셔틀러(Shuttler: 왕복자)’라 일컫는다. 셔틀러는 방향성에 무게가 실린 용어다. 하지만 이날 펠라이니는 단순한 '왕복자'가 아닌 한 단계 발전한 셔틀러의 모습을 선보였다.
펠라이니는 이날 맨유 전술의 키였다. 전반전 맨유가 첼시에 밀리지 않고 안정적 수비 하에 빠른 역습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이유는 펠라이니의 전방위적 움직임 덕이었다. 펠라이니는 수비 국면에서는 블린트와 더블 볼란치를 형성해 완벽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했다. 이때 후안 마타가 판 페르시와 일직선으로 1차 블록을 형성했다. 펠라이니는 공격 전환 시에는 재빨리 전방으로 튀어 나가 ‘달리는 공격형 미드필더’ 역을 수행했다. 어떨 때는 과거 에버턴에서처럼 타깃맨 타입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기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