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베트남 팬들이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공격했다면 한국을 이길 수도 있었는데 박항서 감독의 전술적 착오 때문에 패배로 이어졌다고 비난한다죠?
그런 무지한 팬들에 대해서는 전 베트남 감독님이 확실하게 계몽시켜 주셨으니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런거 보면 베트남 축구는 아직 경기운영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눈을 뜨지 못 한 것 같네요.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도 경기 운영에 그렇게 능숙한 편은 아니었죠.
월드컵 무대야 항상 약자의 입장이었으니 경기 운영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가깝게는 연령별 대회에서 일본한테 2-0으로 이기고 있다가 경기 운영 실패로 2-3 역전패 당한 경기가 있으며,
심지어 국내 축구팬들 중에서도 이번 베트남전에 대해 "이기고 있으면서 시간끄는거 더럽다", "손흥민, 황의조 빼니가 주도권 내줬다" 며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니까요.
3골 차이로 벌어지면서 공격 대신 수비를 넣고, 전방압박 대신 라인을 내린 후 안정적으로 게임을 마무리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취한 부분에 대해서는 뭔가 부정적으로 말하죠.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유럽이나 남미 축구에 비해 가장 부족한 부분이 이런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대표든 클럽축구든 세계 일류급 팀이나 선수들을 보면 이러한 경기 운영에 굉장히 능숙하며, 중동처럼 대놓고 드러눕지 않는 이상 팬들조차 그런건 경기의 일부로 바라보지, 비겁한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우루과이를 보면 이런 경기 운영에 굉장히 능숙하죠.
우루과이 특징이 정상적으로 경기 운영을 하다가 일단 선제골을 넣으면 라인을 내리고 상대방에 주도권을 던져준 뒤 수비에 집중하다가 역습하는 전술로 바꾸죠.
그래서 상대편 선수들에게 "어? 뭔가 할 만 한데?" 라는 생각을 가지게끔 하지만, 결국은 그 상태로 경기가 끝납니다.
남아공때를 포함해서 역대 우리와 우루과이가 붙었던 경기들을 생각해 보면, 대부분이 이런 패턴입니다.
1~2골차이 승부이고, 뭔가 우리가 몰아치는 듯한 느낌이지만, 마치 단단한 벽에 가로막힌듯 때리다 지쳐서 제풀에 나가떨어지는 느낌?
덧붙이면 이번 프랑스조차 전반에 몰아쳐서 점수차를 벌려놓고, 후반에는 라인 내리고 단단하게 수비에 집중하는 전술을 택했고, 결국은 우승했죠.
눈에 보이는 스코어나 경기력에 집착하기 보다는, 어차피 우리의 목표는 우승이니 딱 승리에 필요한 만큼만 힘을 쓰겠다는 느낌?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 우리나라는 뭔가 이런 경기 운영에 능숙해진 것 같아서 만족합니다.
난타전을 펼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던 우즈벡전을 제외하면, 토너먼트의 특성에 맞게끔 굳이 무리하지 않고 딱 승리에 필요한 만큼만 힘을 쓰며, 특히 이승우, 조현우처럼 경기 중간에 상대 흐름을 끊고 휴식시간까지 벌어주는 여러 액션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상대편 입장에서야 짜증나겠지만, 그동안 우리가 유럽이나 남미 강팀들을 상대할 때 항상 당하던 모습이라 뭔가 새롭더군요.
외국인 지도자들이 우리 선수를 보면 항상 하는 말이 "한국 선수들은 너무 착하다" 였는데, 이런 부분도 포함되지 않을까 싶네요.
작성일 : 18-08-3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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