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합리주의자" 라고 보여집니다.
원칙을 지키는 소신이 있으면서도 상황에 맞게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합리주의자요.
몇가지 예를 들자면..
부임이후 최전방 자리를 놓고 이동국과 박주영등 국내에서 여러 논란이 있던 선수들을
여론의식하지 않고 테스트 한 점..
그 와중에 언론의 관심에서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조영철,김민우등을 중요한 첫 평가전의
선발공격수로 발탁한 점..
상주상무의 후보공격수였던 이정협을 과감하게 아시안컵 대표팀에 발탁한 점..
손흥민과 같은 핵심전력이라도 당일의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좋지않다고 생각될땐
과감하게 선발멤버에서 배제하는 점 등..
행보를 가만히 보면 상당히 본인의 원칙을 고수하는 원칙주의자 같은데..
또 의외인점은 오늘 경기에서 기성용을 한번도 기용해보지 않았던 윙포로 뛰게한거죠.
그동안 공개훈련에서조차 기성용을 윙포로 실험해본적은 없었고 이건 직전 2차례 평가전을
치뤘던 신태용 코치도 마찬가지..
즉, 기성용이 윙포로 뛸때의 데이타가 전무한 상태에서 단지 선수의 의견을 존중하여
이 중요한 토너먼트전에서.. 그것도 연장전에서 중앙에서 소유권을 지켜주던 기성용을
측면으로 보내고 경기내내 잔실수가 많았던 남태희를 중앙미드필더로 배치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할때 굉장히 도박적인 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큰 고민없이 그 의견을 받아들였고, 결과적으로 연장전에 우리가 주도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도록 흐름을 바꿔줬죠.
또 전반에 내내 전방에서 연계를 하지못하던 이정협을 후반과 동시에 빼고
이근호를 올리면서 기성용을 공격적으로 배치한점이나..
김창수와 차두리의 교체 타이밍..
연장전에서 손흥민 원톱과 이근호 측면배치.. 그리고 이후에 기성용의 윙포기용등
그때 그때 경기흐름을 읽으면서 대처하는 능력이 애초에 기대했던것보다 훨씬
감각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허정무도 그랬고, 홍명보는 특히나 심했는데..
대부분 국내감독들이 자기가 조련한 베스트11을 우직하게 밀고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근데 슈감독은 조별경기에서 2명을 제외한 모든 선수를 고루 기용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와중에 늪축구던 뭐든 결과를 냈죠..
슈감독전에 반 마르베이크 감독과 접선할때 그 감독이 했던말중에 굉장히 인상깊었던게
"내가 원하는건 팀의 컨디션이 나쁠때조차 어떻게든 이기는 팀이다."
이런 뉘앙스의 발언이었어요.
경기력이 개똥망이어도 어떻게든 결과를 낸다는거죠.
근데 슈감독은 보면 결과를 내면서도 .. 경기마다 드러나는 단점을 보수하려는 노력과
흔적이 보이는게 참 고무적입니다..
그것도 매경기 선발멤버와 전술운영에 변화를 주면서요.
속단하기는 이르다지만 축협이 이번만큼은 그래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감독을
데려왔다라는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