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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01 00:03
[정보] 뢰브처럼 우리도 유리천장을 깨뜨릴 순 없나
 글쓴이 : 하하하호
조회 : 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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뢰브는 한 때 유명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쫓겨나기도 했다


“독일은 어떻게 그렇게 젊은 지도자들에게 프로팀을 맡길 수 있는 걸까?”


“지도자 시스템과 문화가 우리랑 다르니까.”


“어떻게?”


“일단 지도자 교육이 자격증 따는 데만 그치지 않고 보수 교육까지 완전 철저해. 축구가 계속 바뀌니까 바로바로 분석해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지. 또 일반 사람들한테도 지도자의 문을 열어서 누구나 참여하고 경쟁할 수 있게도 하고. 서로 토론하고 공부하면서 올라가야 하니까 자극되고. 새롭고 젊고 좋은 지도자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는 거지.”


얼마 전 차두리와 나눴던 대화다.


독일 분데스리가에 젊은 지도자 바람이 불고 있다. 현역 선수 나이인 1987년생의 29살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이 이끄는 호펜하임이 지난 시즌 4강 돌풍을 일으켰다. 케렘 데미르바이, 제바스티안 루디, 니클라스 쥘레와 같은 선수들이 잘해줬지만 IT 정보 등 첨단 기술을 축구에 접목시킨 나겔스만 감독의 젊은 리더십이 이끈 돌풍이었다.


지난 시즌 10위로 추락한 샬케04도 변화를 위해 젊은 리더십을 선택했다. 31살의 도메니코 테데스코 감독이 이번 여름 샬케04의 새로운 지도자가 됐다. 나겔스만 감독의 영향이 가해진 결정이다. 이밖에도 베르더 브레멘의 알렉산더 누리, 아우크스부르크의 마누엘 바움 등 2,30대 감독들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 독일 분데스리가다.


분데스리가의 2,30대 감독 열풍


호펜하임의 나겔스만 감독. 얼굴만 보면 딱 현역 선수다


한국이나 유럽에서도 30대 프로팀 감독들을 보곤 한다. 하지만 29살, 31살의 지도자가 프로 세계에서 경쟁하는 건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감독 개인의 능력이 따라야 하는 일인 동시에 새파랗게 젊은 지도자를 과감하게 기용하는 구단과 리그의 열린 문화가 받침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유럽 전체의 흐름이 다르지 않은데 독일축구협회는 지도자 육성과 성장에 최우선 정책 의지를 가지고 공격적 투자를 하고 있다. 좋은 축구를 하기 위해선 좋은 선수가 있어야 하는데 결국 그 좋은 선수를 찾고 만드는 건 좋은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좋은 지도자를 육성하는 일은 때문에 그 나라 축구의 총량과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독일축구협회는 아래와 같은 피라미드 구조와 방식으로 우수 지도자를 육성하고 있는데 B급 라이선스 지도자만 3000명이 넘고 A급 라이선스는 5500명에 달한다고 한다. 국내의 최상위급 자격증인 P급 라이선스 보유자가 100여 명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독일축구협회 공개 교육 자료


축구 규모의 차이가 존재하기에 숫자 비교는 차치하더라도 결정적 차이는 ①지도자의 문을 일반인에 크게 여는 것과 ②수시로 업데이트 되는 최신 축구 흐름의 적극적 추가 보수 교육이다. 우리의 경우도 비 선수 출신에게 지도자 자격증을 허용하는 것으로 바뀌어 실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름 없는’ 지도자가 프로팀이나 대표팀을 맡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미션에 가깝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선수 시절 이름값이 지도자의 역량으로 곧장 연결되는 닫힌 문화가 가로 막고 있는 현실이다.


29살의 나겔스만도 프로 선수 이력은 없는 지도자다. 1860뮌헨과 아우크스부르크 청소년 팀에 속했었지만 무릎 부상으로 20살 전에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이후 대학에서 스포츠과학과 경영학을 공부하고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한 뒤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온 입지전적 인물이다. 나겔스만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현대 축구 전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아리고 사키 감독이나 명장 주제 무리뉴 맨유 감독도 프로 선수의 커리어가 없는 지도자다. 이들은 오직 과거의 무엇이 아닌 감독으로서의 현재적 능력과 경쟁력만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배우는 것(선수)과 가르치는 것(지도)은 다른 영역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린 아직까지 선을 긋고 나누면서 스스로의 시장을 좁히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선수 시절의 경험은 지도자가 되어 선수를 가르치는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선수 경험이 없거나 선수로 유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경쟁의 기회조차 문을 좁히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보다 넓게 경쟁하고 토론하며 학습해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자기 토대를 줄이는 일이며 종국에는 지도자 풀을 줄여 한국축구의 근간을 약화시키는 잘못이다. 인재풀이 적으니 그 사람이 그 사람으로 채워지는, 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유리천장을 깨뜨린 뢰브


뢰브는 독일 대표팀 역대 감독 최다승, 최고 승률을 기록 중이다


우리의 경우는 내부 경쟁의 부족과 협회 시스템의 미비로 최신 축구 흐름을 빠르고 적절하게 축구 현장 아래까지 공유하는 지도자 보수 교육이 충분치 못하다. 월드컵이나 유럽 선수권, 코파 아메리카 등 굵직한 대회가 있거나 특정 팀과 감독으로부터 새로운 전술 시도나 흐름이 감지될 경우 발 빠르게 이를 가지고 토론하고 학습해 우리 것으로 만들거나 대비하는 지도자 평생 교육의 철학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린 정해진 때 주어진 내용으로 보수 교육의 시간을 채우는데 급한 게 현실이다. 축구와 전술이 고정돼 있지 않고 계속해서 변하고 진화하듯 지도자 교육도 탄력적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부족한 것이다. 


독일의 경우엔 최근 트렌드는 물론 IT 기술 등 첨단 기법을 활용하는 것까지 지도자 교육에 활용하면서 지도자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나이의 많고 적음으로 위아래를 두는 나이 문화가 없기도 하지만 이 같은 IT 기술의 활용 등이 분데스리가 팀들이 젊은 지도자를 과감하게 기용하는 문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독일축구협회의 적극적인 문호 개방, 최신 트렌드의 능동적 수용 등의 지도자 문화가 가장 상징적으로 투영된 인물이 독일대표팀의 요아힘 뢰브 감독이다. 뢰브는 선수 시절만 해도 그저 그런 공격수에 불과했다. 지도자가 되어서도 처음엔 이름값 때문에 팀에서 쫓겨나야 하기도 했다. 1990년대 뢰브 감독이 슈투트가르트를 이끌 때 유럽 컵 위너스컵 준우승 등 국내외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당시 구단 회장이었던 마이어 포어펠더로부터 “우린 빅 네임을 원한다”는 한마디와 함께 팀을 나와야 했다. ‘스몰 네임’이었던 뢰브의 아픔이었다.


이후 터키, 오스트리아 리그 등지를 오간 뢰브는 2004년 클린스만 감독 체제의 독일 국가대표팀의 전술 코치로 자리를 옮긴다. 이름값은 여전히 작았지만 그의 능력만 보고 대표팀에 영입을 한 것이었다. 대표팀에서 전술 전문가로서의 실력을 인정받은 뢰브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대표팀 감독 지휘봉을 이어 받는 파격적인 인사의 주인공이 된다. 세계 축구사의 강자였던 독일 축구대표팀의 감독은 그 동안 제프 헤르베르거, 헬무트 쇤, 프란츠 베켄바워, 베르티 포크츠, 루디 펠러, 위르겐 클린스만 등 독일 대표 스타 선수 출신의 전유물과 같았다. 뢰브가 이 같은 관행을 깬 것이었다.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리지 않기를


컨페드컵 독일 최고 선수인 레온 고레츠카


뢰브는 연령별 대표 선수로는 뛰었지만 풀 대표팀에는 가보지 못한 인물이었다. 이랬던 뢰브가 온전히 실력만으로 유리천장을 깨뜨린 것이다. 나겔스만이 물리적 나이의 벽을 깨뜨렸다면 뢰브는 편견의 벽을 무너뜨린 셈이었다. 뢰브는 감독이 되어서도 맡은 모든 국제 대회에서 4강 이상(2010, 2014월드컵, 유로2008, 2012, 2016, 2017컨페드컵) 오르는 등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며 독일 축구대표팀 역대 최고의 감독 위치까지 넘보고 있다. 기록으로는 이미 최고 자리에 올라 독일 역대 최초 100승 돌파(151전 101승27무23패) 최고 승률(66.88%)를 기록 중이다. 이름값 부족했던 파격적인 인사로 시작했던 뢰브가 파격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동화와 같은 반전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것이다.


뢰브 감독은 독일축구협회가 최신 트렌드를 적극 수용하거나 이끌어나가는 것도 현실에서 입증해 보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컨페드컵에서의 독일 대표팀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파격적인 대회 엔트리부터 매 경기 선발과 조합을 달리하는 실험적이면서도 세련된 전술이 내용적 호평과 함께 독일의 대회 사상 첫 결승 진출이라는 결실을 이끌어냈다. 지난 새벽 멕시코와의 4강전만 하더라도 대회 첫 베르너-슈틴들 공격 조합, 대회 첫 긴터-뤼디거-키미히 수비 조합, 베냐민 헨릭스의 대회 첫 선발 등 실험과 결과(4-1 대승)를 동시에 이끌어내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멕시코와의 컨페드컵 4강전 독일 라인업


뢰브 감독과 독일 대표팀의 성공은 단순히 결과로서의 성취가 아니라 그 준비와 과정에 담긴 맥락을 쫓는 게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29살과 31살 지도자가 프로팀을 이끌 수 있는 것도 현상보단 그를 가능케 한 내면의 실재를 바라봐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선수가 아니었거나 유명 선수 출신이 아니었더라도 프로팀을 이끌고 대표팀을 지휘하는 지도자를 갖는 건 정말이지 가능하지 않은 일일까. 최소한 현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땀 흘리고 공부하면서 묵묵히 선수들을 가르치는 이름 없는 지도자들이 수면 위 프로의 세계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기회를 한 번 가져보는 게 어려운 일일까. 이름 없는 선수는 언제까지나 이름 없는 지도자로 살아야 하는 것일까.


지도자의 풀이 적어서인지 흘러간 물로라도 물레방아를 돌려야 하지 않겠냐는 말이 나오는 요즘 더 간절해지는 고민과 바람이다.



기사제공 박문성 칼럼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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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 17-07-01 00:10
   
무리뉴가 전직 선수주의 감독에서 실력주의로 바꿔준것도 큰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