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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1-17 11:58
[잡담] 슈틸리케號, 호주전은 결과보다 내용이다
 글쓴이 : 찌짐이
조회 : 562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soccer&ctg=news&mod=read&office_id=260&article_id=0000000943



A매치 3연승째다. 사우디, 오만, 쿠웨이트. 중동팀들을 상대로 무실점 연승 행진. 결코 쉽지 않은 성과다. 하지만 만족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낯선 상황. 경기를 지켜본 팬들도, 경기에 나선 선수들도, 경기를 지휘한 감독까지도, 경기 내용에 불만과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위기. 2015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둔 대한민국 대표팀 이야기다.



지금 대표팀 캠프를 둘러싼 공기는 무겁다. 계속된 부진은 8강 진출 조기 확정을 축하하는 일조차 머쓱하게 만들었다. 모두가 만족스럽지 못했던 쿠웨이트전의 경기 내용은 굳이 팬들의 질타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선수단 스스로를 침묵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자연히 모두들 예민해졌다. 감독과 프런트, 취재진 사이도 마찬가지. 실제로 16일 공식 기자회견장에서는 이로인해 다소 뜻밖의 충돌이 벌어졌다. ‘대회 기간 중 수비 조합이 바뀌는 문제’에 관한 한국 기자의 질문에, 슈틸리케 감독이 다소 격앙된 어조로 ‘부상 때문’이라고 받아치는 과정에서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충돌의 기화가 된 김주영의 부상은, 그간 취재진에게 전혀 알려진 바 없는 내용이었는데, 슈틸리케 감독이 이 사실을 밝히면서 취재진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기자회견장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이었다는 점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반응은 꽤 이례적이었다. 대표팀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그가 느끼고 있을 부담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장면이다.



이어진 저녁 훈련은 언론에 15분만 공개됐다. 최근 분위기가 반영된 것인지 웃음소리 대신 싸늘한 침묵이 훈련장을 떠돌 뿐이었다. 선수들이 몸을 푸는 뒤로는 오후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추가 취재,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의 입장을 설명하는 협회 프런트의 진땀 해명이 이어졌다. 어찌보면 별 일 아니었을 평범한 질문 하나가 모두에게 소모적인 하루로 이어진 것이다. 문득, 우리들은 이곳에 왜 온 것일까, 의아함이 고개를 들었다. 



각 나라의 A대표팀은 그 나라 축구의 많은 것을 대변하는 존재다. 특히, 이런 메이저 대회는 한 나라의 축구가 어떤 것인지 선포하는 무대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전술적이든, 기자회견장에서의 매너든, 팬들의 응원문화이든 무엇이건간에, 세계는 그 나라의 축구를 여기에서 보여주는 몇몇 순간들로 기억한다. 물론, 자국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월드컵에서의 부진 후유증으로 여전히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우승이라는 목표'는 우리가 이 대회에서 노려야 할 유일한 목표가 아닌, 여러 목표 가운데 하나여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몸살과 잔부상 등으로 100%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 후유증으로 인해 감독 선임이 늦어졌고, 그 결과 조직력 정비와 새로운 선수 발굴 모두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던 터라, 이번 대회의 출발은 예상보다 더딘 편이다. 팀과 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선수이던 이청용의 부상 이탈과 손흥민을 비롯한 몇몇 선수들이 몸살로 인해 훈련에 참여하지 못했던 시간들은 대표팀을 더욱 조심스러우면서도 예민한 환경에 밀어넣었다. 약체로 분류되던 팀들과 졸전 끝에 신승한 결과는 이러한 분위기를 심화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기대치는 여전히 높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큰 실망감을 느꼈던 팬들은, 새로운 외국인 감독을 앞세워 출진한 이번 대회에서 우승 또는 그에 필적할만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사실, 대한민국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 믿을만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지난 55년간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이 그간 꾸준히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했던 유일한 이유는 월드컵 예선과 본선에서의 성적 뿐이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시작으로 8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한 대한민국은 아시아 지역예선을 대부분 1위로 통과하곤 했다. 그러니 이 과정에서 아시아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길은 굉장히 힘들었고, 본선을 엉망으로 치른 뒤엔 감독 교체와 선수 실험으로 팀을 완성시킬 시간이 태부족했다. 그러니 이 시점에 아시안컵 정상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인지도 모른다.



우승을 목표로 삼지 말자는 의미는 아니다. 모든 팀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도 스스로를 이 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팀이라 자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력 외에 여러 가지 변수가 합치되어야 가능한 '우승'이라는 목표에 매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우리 대표팀에 필요한 것은 '우승'이라는 정량적 목표가 아닌, '내용'이라는 정성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호주전은 (양팀 감독들의 공식적인 멘트와는 별개로) 승리가 아닌 내용이 아름다운 승부가 필요하다. 오만과 쿠웨이트로 이어지는 2연전이, 부진한 내용을 승점 3점으로 메운 시합이었다면, 호주전은 (누가 선발로 출전하든) 결과와 상관없이 뿌듯한 내용을 보여줄 수 있는 경기여야 한다. 그 내용에는 슈틸리케 감독이 대회를 준비하며 집중해 온 모습들, 이를테면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를 주도하는 스타일의 경기가 포함된다. 이것은 8강부터 시작될 토너먼트를 준비하는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 자체로 이번 대회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 팀이 대체 어떤 축구를 하려는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채 호주를 떠나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결과보다 더 끔찍한 것일지도 모른다. 조 1위냐 2위냐도 중요하지만, 호주전의 쓸모는 슈틸리케호의 방향성을 확인하고 팀 분위기가 개선되는 계기가 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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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오락가락 하게 만들지 말고


우승을 위해 비축하는 경기로 해야지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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