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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1-12 09:24
[잡담] 선수들의 '기술'보다 '태만'과 '집중력' 문제라고 생각합니다(스압)
 글쓴이 : 꽤빙
조회 : 562  

밑에 보니 '감독이 문제다','선수 기본기 문제다. 어느 감독이 와도 똑같다' 라는 분위기가 되고있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선수들이 할 수 있는데도 100% 능력 낼 줄을 모른다' 라고 생각하네요

왜 그런 되도않는 달콤한 커버가 나오는가 묻는다면,  
정말 유럽 강팀들 만나서 촉박해졌을때 경기 모습이랑은 또 다르거든요.  


https://www.youtube.com/watch?v=Vr0nytv34KE
일단 네이버 영상 걸줄을 몰라서 유튭 링크 오늘 하이라이트 영상을 들고왔습니다만 
다시 하이라이트를 한번 쭉들 보시면 슬슬 감이 오실텐데,
 
우리가 안되는 경기에선 그놈의 '무게중심' 을 낮추는게 너무 태만합니다.... 



후반 막판 황희찬 좌측에서 스루 받아 들어가는 장면이나 전반 황의조 감아차기 외에, 
(황의조는 솔직히 옵사도 많이 걸리고, 이번대회 직전부터 폼은 영 별로라고 생각하지만. 
J리그에서 기본은 확실히 닦은건지 대부분 공 오기 전에 미리 자세를 꼬박꼬박 낮춰 두더군요)
대부분의 장면이 '설마 나겠어?''천천히 가자''너가 해봐'..이런 느낌인걸 볼 수 있으실 거예요. 



일단 저는,
우리 선수들이 그냥 '급'이 있으니까 아시아 다른 팀들보다 개인 기술이 뛰어나다? 
이건 딱히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동남아 이런 선수들이 더 개인기나 발밑이 좋을 수도 있고, 'K리그 수준론'은 전 꽤 회의적이에요

근데 그렇다고 해서 네이버 댓글 회의론자들처럼, 
'우리 선수들이 안되는 인종이라, 어느 감독이 와도 똑같다' '수준 미달'? 
이것도 엄밀히 아니라고 봅니다. 강팀 상대로 멋진 기술이 터져나오는 경기도 충분히 봐왔거든요 


그냥, 한국이나 동남아, 다른 아시아, 기술 포텐은 다 비슷하다고 봐요
다만 문제는 우린 키 큰 선수들을 중용해 쓰는 주제에 
선수들이 경기 하면서 저 '허리 낮추는' 일을 게을리 한다는 거죠.. -_- 

사실 그럼 어떻게 동남아 선수들보다 기술이 낫다던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저쪽은 열심히 땅 박차면서 뛰쳐나오고, 우리는 사람 인(人) 자로 서서 발만 돌리는데..
자질의 문제보다 근면의 문제고,  
인종의 문제보다 중요한 건 축구에서 필요한 액션을 얼마나 취하냐 취하지 않느냐 라고 생각합니다




학창시절 축구좀 뛰어보신 분들, 혹은 조축에서 종종 축구하신 분들, 무슨 말인지 아실 거예요 

트래핑 스킬은 자기 기본기가 어릴때부터 어떻게 잡혔냐에도 영향 받지만. 
동시에, '공 받을 흐름에 어떻게 눈치를 채고 어떻게 미리 자세를 잡느냐' 에도 크게 영향 받습니다. 

재능이 없으니 고질병이다. 목각인형 트래핑이다? 
퍼스트 터치가 촥촥 붙고 '긁히는' 경기도 사실 국대에서 종종 보죠
'오늘은 경기력이 좋네?' 

어떻게 그게 나오나,  
'집중'을 하고, '예상'을 하고, '자세'를 부지런히 낮춰두면 
기본기 딸려도 좋은 터치는 충분히 나와 줍니다.  
실수의 빈도를 줄이는 게 충분히 가능하죠 



예를들어 월드컵 독일전이라던가, 강팀과의 우리 선수들 경기를 보면 
오늘하고 자세부터가 꽤 다릅니다.
그런 경기에선 선수들이 멘탈 잡아두고, 배수진 치고, 시작 전부터 실컷 긴장하니까요 

상체를 인사하듯 수그리고 뛰고, 
상대 공격수들 들어올땐 허리 딱 낮추고. 다리 벌리고 돌파 막을 준비를 하죠
-공 잡고 들어가는 선수 외 몇명이 그런 자세로 쇄도 준비를 취하고 있는가? 
유감이지만 오늘같은 경기와 비교해 보면 차이점이 딱 나와버립니다.




90분 내내 자세를 낮춰서 뛰는 경기는, 솔직히 좀 피곤하긴 하죠 
'내 몸 폼이 요즘이 절호조다' 이게 아닌 이상 다음 경기가 며칠 간격으로 이어지면 꽤 피로도 남고.
 
그래서 엔간하면 베스트는 공받기 전 미리 공이 올 상황이나 궤적까지 예측해둔 상태에서 
미리 땅을 한번 '탕' 차면서 다리 벌리고, 자세를 낮춰두고 준비해 두는 것.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만 준비하는 겁니다


이게 안된 상태에서, 
1)예측과 다른 코스로 공이 온다, 
2)준비가 안된 타이밍에 공이 온다?
이럼 뭐 목각인형 트래핑 나오고 공은 튀겨나가거나 저 앞에서 나랑 멀어지는 거고요. 



1초의 대비가 찬스에서 전혀 다른 플레이를 만들기 때문에 
선수들이 습관적으로 상황을 그리면서 항상 저 작업을 해두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한수 아래 팀들과 안되는 경기를 돌려보면... 우리 팀은 거의 항상 저걸 게을리 하고 있어요 


비단 트래핑 쪽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유심히 보시면 이청용이 어이없는 슈팅을 날린 장면도  
황희찬의 후반 슈팅이 약간 높아 골대를 맞은 것도, 
황인범의 전반 쇄도 슈팅이 골대 우상단으로 벗어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슈팅이란게 받기 전에 한번 자세를 훅 낮추고 찌르듯 갈기는 사전동작이 있다면 
위보다 앞으로 쫙 날아가죠 
그게 안되고 어정쩡하게 준비 안된 자세에서 중간과정이 생략될 때, 위로 뜨면서 '으악!' 하는 거고요. 


패스도 마찬가지. 
상체가 높아진 상태에선 우리 대표팀이 좋아하는, 퍼올리는 인프런트 패스엔 꽤 적합해지는데 
깔아서 찌르는 인사이드 스루는 어정쩡하게 나갑니다 

유럽 일류들처럼 강골이거나 발목힘이 넘치게 크지 않은 이상, 
나가다 도중에 못가서 멈추거나, 예상이랑 좀 틀어진 코스로 가거나 그래요  


이런 위와 아래의 무게중심 이동, 소위 말하는 몸의 탄력. 

수비 진영에서 공을 돌릴 때나 측면전개를 할 땐 체력안배도 하고 상대도 끌어낼 수 있습니다. 
근데.. 상대 진영에 가면 눈짓 하면서 스타트를 끊어야죠  
'여기서부터 기어 올리고 짧게 가자!' 

허리는 뻣뻣이 세우고 있으면서 정작 공격진영에서 2대1 하고 티키타카를 선호한다? 
..말도 안되는 축구입니다 
잉글랜드처럼 할거면 잉글랜드처럼 하고, 스페인처럼 할거면 스페인처럼 해야지 
이도저도 아닌 자세로 궁싯하게 원터치를 계속 해대면서 그게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갈 리가요 





게을리 하는 이유가 뭔가?
 
일단은. 조축 아재들처럼 저렇게 상체 세우고 뛰는게 축구에서 편합니다.. 꽤 달콤하죠

'아아.. 체력 아끼면서 이기고 싶다' '키르기스스탄? 솔직히 우리보다 급 떨어지잖아, 여유 있잖아' 
'90분 내 언젠가 골 들어갈거니까','설마 오늘 지겠어?' 
부정하고 싶어도 이런 생각이 맘속 어딘가에 들 때가 있습니다.. 


+로 대회 페이스 안배에 대한 계산
-강팀은 어차피 조별에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토너먼트부터 몸상태가 올라오는 거야
-진짜 적들은 토너먼트에 있으니, 그때 불사르려면 미리 체력을 아껴두는게 중요하지
-59년만에 우승을 노린다면 최대한 신중해야 해. 방심하지 않고 진행하겠습니다. 
이런 명분들도 선수들에게 익스큐즈를 줘요... 


문제는, 
-토너먼트 전까지 어느 정도로 체력을 아낄 건데?
-어느정도 힘을 쓰면 체력도 아끼고 1위로 유리하게 올라갈 수 있지? 
-그 정도 힘만 쓰면 상대를 확실히 이길 수 있는 거야?
-그런데 오히려 그때까지 좀 처진 분위기로 나쁜 습관이 되진 않을까? 
-초반에 대량득점 하고 후반 쉬는게 더 효율적인건 아닌지?  
-토너먼트 가서는 확실히 힘 낼거야? 그럴 수 있어?  
이런 물음들도 반대편에 있다는 거죠


판단을 잘 못해내면 대가를 치르게 되죠

편하게 진행할 수 있던 경기에서 이용은 카드누적으로 출장정지를 받았고, 
중국이 예상외로 다득점 하면서 중국전을 꼭 이겨야 하게 돼버렸고, 
손흥민까지 데려와서 당겨써야 할 상황이 돼버렸으며, 
자칫 잘못하면 2위로 올라가서 승리 장담도 안되는 이란-일본한테  
한두경기 힘내서 뛰어보고 집에 가야할수도 있습니다.. 
그럼 예선부터 이팀저팀 다 자신감 심어줘놓고 우린 웃음거리 되면서 대회 마무리 하는 거고요 
  


축구에는 확실히 냉정한 페이스 안배도 중요하지만, 기세라는 것도 있습니다.. 
우리는 독일이 될 수도 있고 크로아티아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염두해야죠

'잘한다','이번 XX팀은 강하다','존중할 만한 팀이다' 
경기 후에도 언론, 기사 등으로 그 팀의 평가라는게 만들어지고 
이기고 칭찬받는걸 반복하는 동안엔 피로라는 걸 잊게 됩니다

간혹 보잖아요. '저 팀은 지칠 때가 됐는데 지치질 않네..'
대승하고, 잘한다고 칭찬받으니까 더 뛸 수 있고, 많이 뛰어서 이기니까 신나고, 그런 선순환이죠

 

약팀 상대로, 근간 한국 선수들의 문제점은 근본적으로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가슴속에서 불을 꺼낼 줄을 몰라요 

'투지' 라는 단어를 꺼내면, '또?' '고루하다' 라는 반응이 돌아올 것이고 
'투지보다 기술이 부족한 거야' 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만 

위에서 말했듯 투지나 팀스피릿, 이런 게 없으면 기술도 제 때 나와주는게 아닙니다 
기술을 꺼내려면 예열도 하고, 부지런한 기본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생략해버리면서 어떻게 기술이 나오겠나요 




다른 감독이 다른 전술들을 들고 와도 시간이 지나면 똑같아지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 감독과 합 맞춘 것보다 선수들이 매번 해온 것.. 
공 돌리고, 체력안배 신경쓰고, 
'이 타이밍에 나는 나갈까 싶었는데 다른 선수들은 고개를 젓네?' '..그럼 나도 천천히 진행하자'
조금 나쁜 말이지만, 담합해서 맞춰온 쿠세가 더 짙다는 얘기죠

벤투가 풀백 전진시키고, 측면축구가 되게 만들면 뭐하겠나요.. 
거기까지 올라가서 다시 중앙선으로 백패스 두세번 하면 다시 제자리인 걸.. 
 

 
개인적으로 아직 감독을 탓하고 싶지 않지만 그쪽에 아쉬움이 있다면, 
벤투호의 피지컬 코치나 멘탈 코치들은 뭘 하고 있나.. 조금 의구심이 듭니다
   
이런게 눈에 보일 때 바로 말해서 '그러지 마라' 잡아줘야 할텐데 
아직 같이 한 시간이 짧아서인지, 
우루과이 칠레 같은 강팀들 상대로 빠짝 뛰다 아시아팀 상대로 저러는걸 처음 봐서 
아직 체크를 못하고 있는 것인지. 

혹은 감독이 자율을 추구하면서 선수들한테 맡기는 냉정한 방식이라 
플레이 자체엔 개입을 잘 안하는 것인지.. 




그럼에도 아마 중국전은 죽어라 뛰어서 이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손흥민이 돌아오면 선수들도 사기가 올라갈 것이고, 
'너희들 뭐했어' 소리 들으면 더 뛰려고 할 것이고 
이제 중국전은 정말로 이겨야 토너먼트 올라가 그 뒤를 바라볼 수 있을 테니까요 


근데, 
이미 실컷 욕먹어서 사기는 까먹었습니다. 

'우린 손흥민 빼면 약한 팀인가?' 라는 의구심은 어떻게 해결할까 
국민들 욕 등뒤에서 들으면서 떠밀리는 꿉꿉함에, 분위기는 얼마나 올라갈까. 
토너먼트에서 어느정도 기세를 타고 올라갈진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일단 아시안컵이 끝나고라도, 박지성 시절의 우리 축구를 되돌려야 한다고 봐요 

일본전처럼 아시아권에서 씹어먹는 포스도 있었고 리더십도 좋은 선수였지만, 
근본적으로 박지성이 앞장서서 와~ 뛰어나가면 선수들 사기가 많이 올랐을 겁니다 
그리고, '저게 모범축구다' 라는 선전효과..
 
이영표 등 다른 선수들의 자세도 항상 낮았고. 
체력이 미덕인 시절이었기 때문에 계속 뛰어다녔고, 쩨쩨하게 안배 신경쓰고 이런게 잘 없었죠 


'이거 막히면 수비 백코트는 어떡하지?' '안전하게...' 생각잡히는게 아니라,  
'막히면 뛰어가서 막아버리면 되지' 
습관들여 많이 뛰고, 많이 뛰면서 개개인 폼도 올리고, 
그러는 동안 지금의 딱딱한 자세들도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무엇보다 우리 돈 들여가며 강팀들 상대로 선전해놓고 
동남아 상대로 균형 맞추면서 자신감 기부하는건 좀 그만 보고 싶네요.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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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각 19-01-12 09:28
   
좋은글 읽고 갑니다.  선수들 멘탈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근데 품성이 부족한 선수는 잘 안따라주죠.. 이끌어갈 좋은 주장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감독은 이런걸 잘 못하죠. 히딩크 같은 경우는 드물고..)
     
꽤빙 19-01-12 09:42
   
마땅한 재목이 잘 생각이 안나는게 아쉽네요
기성용이 클라스있는 선수긴 한데 본인부터 많이 뛰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주도가 잘 안되는거 같고
(오히려 선수들이 혹시 기성용 따라가나..싶기도 하고)
손흥민은 자리 비울때가 많고. 그 이하 다른 선수들 세우면 잘 합심을 할라나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