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 아니라 아주 자주 보는 논리가 있습니다.
"일본이 아시안컵에서 여러번 우승했기 때문에 다들 일본이 아시아 최강이라고 인정한다"
정말 그럴까요? 그냥 본인만의 생각은 아닐까요? 한번 따져봅시다.
먼저 제가 왜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됐는지 쓰자면요.. 저는 1990년대 초중반부터 PC통신을 했어요. 하이텔 나우누리 정도 했었는데 스포츠 게시판에 가면 자주 하던 소리가 아시안컵 따위는 그냥 2군을 보내라.. 옛날 처럼 청룡팀 뭐 이런 식으로 국대를 두개 만들어서 못하는 팀을 보내면 된다.. 이런 소리가 맨날 나왔습니다. 다시 말해서 제대로 된 대회로 취급조차 안했었죠.
이런 분위기가 언제부터 달라지느냐.. 바로 2000년에 일본이 아시안컵에서 두번째 우승을 하면서 부터 입니다. 그때까지 월드컵과 관련해서 워낙 한국이랑 비교조차 안되던 일본이 갑자기 내세운 논리가 아시안컵의 우승자가 아시아 최강이라는 논리였습니다. 맨 처음 이런 얘기를 들었을때의 분위기는 뭔 개소린가... 수준이었었죠. 그러다가 워낙 일본인들이 이 논리를 밀어붙이니까 점점 수긍하는 사람도 생기더군요.
이후 일본이 아시안컵에서 4번까지 우승하면서 이런 논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고, 이제는 아주 자주 듣는 소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요.. 저는 정말 묻고 싶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어쩌면 제가 처음 축구를 지켜보았던때는 정말로 아시안컵이 아무것도 아닐때였기 때문에 그 이미지가 남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진짜 그것 뿐일까요?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일본을 세계에서는 아시아 최강으로 인정한다는 분들께 정말 진심으로 묻고 싶습니다.
1. 저는 월드컵에서의 성적이 아시안컵에서의 성적보다 10배는 중요하고 인정받는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아주 간단한 예로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들어봅니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의 최다 우승팀은 이집트 (7회) 입니다. 그것도 2위와 압도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우승 횟수가 공동 2위인 가나랑 카메룬을 합쳐도 비슷한 숫자입니다. (4+4=8). 아프리카 최강팀중에 하나인 나이지리아와 가나를 합치면 우승회수가 똑같습니다 (4+3=7). 심지어 2006년 ~ 2010년 사이에는 3회 연속 우승까지 했습니다. 다시 말해 아시안컵에서의 일본과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아프리카에서는 슈퍼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이집트입니다.
여기서 묻고 싶습니다. 아시안컵의 우승팀인 일본이 아시아 최강이면, 아프리카 최강은 당연히 이집트라고 인정하시는지요? 가나, 카메룬, 나이지리아보다 당연히 이집트가 최강이라고 아프리카 바깥의 사람들도 당연히 알고 있겠죠? 정말 다들 그렇게 믿고 계시다면 제가 틀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라고 생각하신다면 여러분이 틀린거겠죠. 제가 생각하는 대회의 인지도는 월드컵 한번 잘하는게 아시안컵 열번 우승보다 훨씬 낫다 입니다.
2. 아시안컵의 인지도를 너무 크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요. 개인적으로 북중미의 축구 수준이 아시아보다는 좀 낫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중미 골든컵 > 아시안컵 정도가 될 텐데요. 일본이 아시안컵 우승하고 나서 아시아 최강으로 외부에 인지도를 쌓았다고 믿으시는 분들께 여쭙고 싶습니다. 지난 대회 골든컵 우승팀이 어딘가요..?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아시안컵의 인지도는 이정도입니다. 따라서 아시안컵에서 우승한팀이 월드컵에서 활약한 팀보다 더 인정받는다는 논리 자체를 저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퇴근 하기 전 급하게 써서 두서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