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이 훌륭하면 물론 좋습니다. 이건 당연함.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시스템이 모든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시스템이 무엇을 지향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공차는 사람을 길러내느냐, 공차는 기계를 길러내느냐.
흔히 말하는 개인기. 솔직히 말하면 이른바 월드클래스급 선수들 중에서도 개인기술자체는
여타 프로 선수들과 비교해 큰 차이 없는 선수들도 많습니다. 한국 축구에서도 유럽에서 명함좀
내미는 선수들만한 개인기술이나 기본기를 갖춘 선수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경기장에서의
모습은 다르지요.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장소에서, 필요한 장소로, 필요한 기술을 성공적으로 보여주느냐의
차이랄까요?
참고할만한 칼럼 링크: http://bizballproject.com/?p=234
축구경기를 볼 때 TV화면만을 이용해야한다하더라도 공만 보는게 아니라 주변 모습을
같이 보다보면 세계 상위권 팀과 한국 프로팀 내지는 국가대표팀의 차이는 바로 저런 부분에서
도드라집니다. 쉽게 말하면 주변 상황을 매순간 인식하면서 최적의 위치를 찾고 움직이는 것.
가장 근자의 예는 전북과 알아인의 결승 2차전. 실점장면에서 크로스가 올라갈 때입니다. PA에서
공이 빠져나왔고 선수들이 달려나갑니다. 이때 이재성(맞죠?)은 굳이 앞으로 나갈게 아니었지요.
이미 앞에서 공을 받은 선수쪽으로는 수비가 붙고 있었고,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경로였지요. 안쪽
으로 꺽는다면 이재성이 달려나간들 무의미한 것이고, 직선으로 뚫고 들어온다하면 아직 선수들이
중앙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수비가담은 걱정안해도 되었지요. (어디까지나 막으러 간 선수가 돌파
당했다는 가정) 이 상황이면 보통 수비 위치는 측면에 위치한 선수를 방해하거나 막을 수 있는
자리를 잡아야합니다. 그런데, 이재성은 뛰어나갔고, 당연하다는 듯이 측면으로 들어간 알아인
선수는 편안하게 크로스를 올렸고 이명주 선수가 득점을 하게 됩니다.
이재성 선수가 나쁘다는게 아니라, 상황을 이야기 한겁니다. 전북의 미들수비 패턴이 막아서는
개념보다 공을 중간에 잘라내서 뛰어나가는 것이 주인 움직임이기 때문에 그렇게 움직였을 가능
성도 크고, 타성에 젖어 그랬을 가능성도 크지요. (그러니까 중국 수비 국대로 뽑지 말자!!!)
여기서 현실과 부딪칩니다. 입시체육... 입시축구에 목매고 있는 한국이다보니 축구하는 사람보다
축구하는 기계가 유리합니다. 시간제한이라는게 느긋하다면 좋았겠지만, 시간제한이 촉박하지요.
좋은 유소년 클럽(학교팀 포함해서 통칭하겠습니다)은 좋은 중학교팀, 좋은 중학교팀은 좋은 고등
학교 팀, 좋은 고교팀은 좋은 대학팀이나 좋은 프로팀. 좋은 대학팀이나 좋은 프로팀은 상무와 경찰
청으로까지 이어지는 구조이지요. 20대 초중반전까지만 성장하면 된다가 아니라, 한국 현실은
13살무렵에 한 번, 16무렵에 한 번, 그리고 19살 무렵에 한번. 크게 세번 걸리집니다. 초등학교
3학년 나이에 축구 시작했다하면 평균적으로 3년에 한 번씩 살아남느냐 도태되느냐를 두고 경주
해야합니다.
선진축구에 반해있는 젊은 지도자들조차 기존의 방법을 답습하거나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이지요. 한국 사회구조나 현실이 기다려 줄 수 있는 상황이 못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