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팀이 골문 쪽으로 크로스를 올리면 크로스가 날아오는 궤적 방향에 세 명의 선수가 순간적으로 달려들어와 위치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을 찬 선수의 의도보다 크로스가 짧아져도 가까운 골포스트 쪽에 있는 독일 선수 머리에 걸리고 공을 찬 선수의 의도보다 크로스가 멀리가면 먼쪽 골포스트 쪽에 있는 독일 선수 머리에 걸리게 되죠.
크로스를 올리는 순간 세 선수가 약속된 지점으로 달려들어가 헤더 골을 노리는 약속된 플레이입니다.
축구에서 가장 흔한 약속된 플레이는 2:1패스죠.
그런데 한국 축구는 약속된 플레이가 2:1패스 밖에 없습니다.
한국 축구 선수들이 순발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2:1패스가 그나마 잘 먹히지
한국이 공을 잡으면 2:1패스를 할 것을 상대팀이 뻔히 알고 있어서 큰 소득을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 선수가 공을 잡으면 주변에 있는 선수는 약속된 플레이를 해 상대 수비수를 떨쳐내고 빈 공간으로 움직여야 공 잡고 있는 선수가 패스할 선택지가 여럿이 되며 창의적인 패스가 나와서 상대 수비수를 뚫을 수 있습니다. 패스가 성공해서 다음 선수가 공을 잡았을 때도 주변 선수들이 약속된 움직임을 보여야 패스가 계속 이어지는 거죠.
그런데 공을 잡은 선수 주변 선수들이 움직이지 않고 공만 보고 있으면, 상대 수비수들이 당연히 마크를 해서 패스할 선택지가 줄어들고 그러다 보면, 패스 줄기가 상대에게 읽히고 그러면 패스가 두세번 이상 이어지지 않고 커트 당하고 경기가 답답해지는 거죠.
클럽 팀은 오랫동안 발을 맞추기 때문에 한 선수가 공을 잡으면, 전체가 일사분란하게 약속된 장소로 움직이며 조직력을 발휘하죠.
전 슈틸리케가 2년 이상 팀을 맡으면, 이런 약속된 플레이를 하나 하나 선수들에게 입혀서 점점 더 조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안 되서 실망중입니다.
제발, 한 선수가 공을 잡으면, 주변 선수들이 공을 받을 수 있는 위치로 재빨리 움직여 줬으면(마크하는 상대 선수들과 거리를 만들려고 애쓰며) 좋겠습니다. 이것만 되도 이렇게 까지 답답한 경기가 되지는 않습니다.
동료선수들 앞에 상대 선수들이 패스줄기를 차단하고 있으면, 기성용 같은 선수야 자신이 직접 공을 움직여 나와서 패스할 공간을 만들 수 있지만, 모두가 기성용 같은 기술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 선수들이 동시에 움직여 줘야 패스가 계속 이어지고 공격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