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기내용과 그간 슈틸리케 감독이 해온 멘트, 경기 후 인터뷰 등을 종합해 내가 슈틸리케라면 이라는 가정 하에 경기를 평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나는 왜 이동국을 풀타임으로 뛰게 만들었나?

모든 사람들이 이동국이 현 대한민국 최고의 골게터라고 한다. 나이가 들어 순발력과 스피드, 체력은 떨어지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있다. 나에게는 분명 이런 선수도 필요하다. 오늘과 같은 스피디한 경기에서 이 선수를 끝까지 보고싶었다. 그래! 그는 결국 골을 넣었다.

그러나 만약 다른 활동적인 젊은 선수가 있었더라면 몇 번의 결정적인 찬스를 더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열심히 뛰었지만 활동범위가 제한적이고 다른 선수들의 빠른 공격타이밍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 선수 때문에 다른 공격진들의 체력이 너무 빨리 소진되는 문제도 있다.

당면 과제인 아시안컵의 성공을 위해서는 토너먼트에 적합한 팀을 구성해야만 한다. 이동국 선수를 선발로 사용하면 내가 수차 이야기한 전술적인 유연성도 구현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나는 이동국 선수에게 주문할 것이다. “나는 네게 경기에 따라 15분만의 시간을 줄 것이다. 그 시간 안에 네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팀을 구하라.”

2. 장현수는 기성용의 플랜B로 적합하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기성용의 역할을 완벽하게 대체할 만한 선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만고불변의 진리도 아닐뿐더러 부재 시도 대처해야한다. 장현수는 개인기술, 시야, 패싱력 등 그 위치에 필요한 역량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그는 수비력도 좋다. 오늘의 수확이다.

3. 선수들의 압박이 너무 형식적이다.

2~3명의 선수가 압박을 할 경우 한 명은 공격적으로 도전을 해줘야하는데 모두 둘러싸고 자리만 지키고 있다. 상대가 기술적으로 우월한 상태라면 다른 위치에 공간을 내주는 문제가 있다. 특히 오늘 코스타리카의 압박 방법은 실전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모습이다.

4. 포백라인의 집중력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강팀과 약팀의 가장 큰 차이는 수비다. 골대 세 개를 놓고 수비 훈련 한 번 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늘 박주호 선수가 너무 일찍 교체돼 너무 아쉽다. 코스타리카가 강팀이기는 하지만 파라과이전의 수비가 좀 더 안정적이었다. 수비수로서 김주영 선수의 스피드는 상대의 빠른 역습을 차단하는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포백라인에서 횡 패스는 아직도 불안한 면이 있다. 선수 구성, 상황별 대처, 집중력 강화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5. 세트피스 대응 문제

한국 선수들은 세트피스에 있어 너무 소극적이다. 축구는 전쟁이고 그중에서도 세트피스는 생사를 가르는 백병전이다. 공격수는 러닝점프를 해야 하고 수비수는 상대를 절대 놓치면 않된다. 공격적인 마인드가 결과를 만든다. 그래서 상대의 세 번째 골은 너무 아쉽다.

6. 공격진영의 패스에서 몇 차례 창의적인 모습을 보았다.

우선 패스 속도는 예전보다 확실히 개선됐다. 그리고 상대 수비가 예측하지 못하는 침투패스가 수차례 나온 점은 만족한다. 하지만 수비진이 순간 압박을 하면 아직도 공격수의 시야가 좁아져 당황하는 모습이 있다. 앞으로 엔트리에 드는 모든 선수는 오늘과 같은 압박 속에서도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종합평가>

우리의 1차적인 목표는 아시안컵 우승이다. 비록 지긴 했지만 오늘 경기로 우리는 한 걸음 더 진보했다고 자평한다. 팬들에 100%는 아니지만 납득이 될 만한 경기였다. 팬들에게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 대표 팀에 누구를 쓰고 누구를 안 쓰고는 내가 가진 권한이기는 하지만 내 임무의 주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쓰고 싶어도 못 쓰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쓸 수 있는 선수를 어떻게 쓰냐에 더 많이 집중한다. 그러니 너무 한 선수에 집착하지 마시길...